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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Jan 09. 2018

일드 <우리 남편은 일을 못해>

기분 좋은 단꿈에 젖어보고 싶다면

이 드라마는 작년 3분기, 비교적 최근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지요. 이 드라마를 볼지 말지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아기자기하고 예쁜 신혼집 배경에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이야기가 취향저격이었으니까요. 드라마 속의 성격도, 입고 나오는 패션도 맘에 쏙 드는 여배우는 어디서 봤나 했더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의 이쁘장한 친구로 나왔던 배우 마츠오카 마유였구요. 소탈한 마스크에 서글서글한 웃음이 선해 보이는 남자 배우는 일본의 2000년대 후반 아이돌 출신이라는 니시키도 료였답니다. 마츠오카 마유는 영화에서도 예뻤지만 한층 더 상큼하고 밝아져서 반가웠구요, 착하고 부드러운 역할에 이리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던 니시키도 료는 알고 보니 이런 역할 전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의 사야는 등산 갔던 숲 속에서 버섯을 따러 온 츠카사를 처음 만나 결혼에 이르렀답니다. 버섯 점균을 들여다보는게 취미인 남자라니, 그 순수함이 보이는 것 같지요? 츠카사는 순하고 따뜻한 심성이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남편의 소탈하고 진실된 심성에 반해 결혼했건만 아뿔싸 우리 남편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결혼 후였지요. 순하고 착한 성품은 경쟁적인 분위기의 회사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실수 연발에 성과도 못내는 남편은 회사에서 남몰래 니모짱(짐짝)으로 불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버린 거에요.


실망도 잠시, 사야는 사야만의 방식으로 내조를 시작합니다. 상사의 와이프를 찾아다니고 적극적으로 바깥 정보를 물어오는 그런 내조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배려심 넘치는 사야만의 방식으로요. 남편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그것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사야의 의견을 내놓는 식이지요. 어떻게 일을 풀어가는게 좋을지 미리 책을 찾아보거나 자기가 한 조언이 효과가 있을까 마음을 쓰는 건 츠카사는 다 알지 못할 사야의 영역입니다. 날마다 도시락 일기를 쓰며 보기에도 먹기에도 아까운 정성 듬뿍의 도시락을 싸주는 것도 사야의 몫이에요. 사야는 남편을 응원하는 마음과, 같이 애쓰고 있는 거라는 진심을 이 도시락에 담아 아침마다 츠카사의 손에 들려줍니다. 이런 예쁜 마음과 정성,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사야의 내조에 힘입어 츠카사는 차츰 회사에서 작은 일부터 성공시키며 인정을 받아요. 츠카사의 정직하고 착한 성품이 회사에서 그리 쓸모 없다 생각했던 건 또 하나의 편견이었을 뿐, 이 진심이 업체를 움직이고 성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면서 츠카사를 응원하고 주목하는 동료들도 하나 둘 늘어갑니다. 츠카사는 이기적이지 못해 야무져 보이지 않았던 거였어요. 사실은 누구보다 소신과 뚝심을 지켜가는 사람이었던 츠카사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까지 담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큰 프로젝트까지 뚝딱 따내는 인재로 성장해갑니다. 츠카사가 한발짝 한발짝 성취해갈 때마다 누구보다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건 물론 아내 사야이지요. 남편의 따뜻하고 정직한 성품에 행복을 느끼는 사야는 자신이 아는 남편의 성품과 능력이 일터에서도 빛을 발하기를 응원했었으니까요.  

한 회 한 회가 거듭될수록 츠카사가 일을 해결하고 성장해가는 에피소드가 유쾌하고 뿌듯하게 펼쳐지지만, 역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예쁜 부부의 모습입니다. 달콤한 신혼의 일상만을 이어왔고 갈등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던 둘은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서로에게 더욱 가까이 가는 법을 터득해갑니다. 마음 쓰이는 문제가 있을 때면 조심스럽게 이를 털어놓으며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 사과하고 고마워하는 이 부부의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요. 그러고나면 역시나 말 꺼내길 잘했다는 뿌듯함 속에 상대에 대한 사랑을 한층 더 키워가고 신뢰는 더욱 단단해진 부부의 모습을 보게 되지요.


여러모로 개인적으로도 많은 부분에 공감과 감탄을 하며 보았던 드라마였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남편은 일을 아주 잘 하지만^^ 극중 부부와 같이 첫 임신 기간을 겪으며 반가워하기도 했구요. 아무리 드라마일지라도 어쩜 저렇게 서로에게 예쁘게 대할 수 있을까 반성과 부러움 섞인 눈으로 보기도 했지요. 구성이 아주 촘촘하거나 내용이 아주 사실적이진 않더라도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신랑과 함께 밝고 따뜻하게 본 기억으로 남아있답니다. 산뜻하고 기분 좋은 단꿈에 젖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우리 남편은 일을 못해> 강력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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