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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Jan 08. 2018

일드 <리치맨 푸어우먼>

한국판 리메이크작을 보기 전에 

꼭 한국 드라마 같은 일드를 만났답니다. 제목에서부터 무슨 내용일지가 훤히 내다보이는 <리치맨 푸어우먼>이지요. 가난한 여주인공이 부자인지 몰랐던 남주를 만나 투닥거리다 사랑에 빠지고, 알고보니 그 남자가 엄청난 부자였다는 내용은 개인적으로 정말 안좋아하는 설정이긴 해요. 그렇다 하더라도 보고 있으면 또 재미있는 건 사실인지라 주제가까지 따라부르며 빠져들어 보긴 했지요. 2012년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얼마전 한국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되어 엑소 수호, 하연수를 주연으로 올 상반기에 방영 예정이라고 하네요. 역시나 한국 스타일인건가요. (앗 한국드라마를 폄하하려는건 아닙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두 톱스타가 만났습니다. 이시하라 사토미와 오구리 슌이요. 이시하라 사토미가 연기한 여주인공 나츠이는 일본 최고학부인 도쿄대를 졸업한 수재로 열심히 열심히 살아온 인물입니다. 집안형편은 내세울게 없지만 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암기력을 보면 알 수 있듯 성실 그 자체라고 할까요. 멋을 낼 여유도 재주도 별로 없는 탓에 톱스타 이시하라 사토미도 화면상으론 수수하기 짝이 없네요. 제 아무리 도쿄대를 나왔다지만 취업이 너무너무 어려워서 몇십군데 면접을 보고 다녀도 오라는 회사가 없지요. 보고 있자니 우리 나라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겹쳐져 묘하게 반갑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지금 일본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지만요.


그런가하면 오구리 슌이 연기한 남자주인공 휴우가는 외로운 천재형이에요. 정규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IT 벤처회사를 세워 젊은 나이에 업계의 황태자로 떠오른 재벌남이지요. 거칠게 없는 안하무인에 독설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것도 서슴지 않는 캐릭터지만 그 안엔 어린 시절 친모와 헤어졌던 외로움도 간직하고 있어요. 전 오구리 슌이라는 배우를 이 드라마의 배역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무리 싸가지 없이 나오더라도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에 매력적인 얼굴이 멋있어 보이는 건 또 부정할 수가 없더군요 하하.


우여곡절 끝에 휴우가의 회사 '넥스트 이노베이션'에 인턴 직원으로 입사한 나츠이는 조금씩 휴우가 사장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자꾸만 자기 마음을 부정하려 합니다. 그런 패턴, 익숙하잖아요. 상대는 너무 높이 있는 사람이고 내가 그와 엮여서 좋을 게 없어 보여서 자꾸 상대를 피하려고 하는 거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휴우가 사장도 성실하고 진심 어린 나츠이에게 자꾸만 끌리는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된 상태이지요. 휴우가 사장의 모든 열정과 청춘, 꿈이 담긴 넥스트 이노베이션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의 배신으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 휴우가 사장을 향한 나츠이의 정과 순정은 더욱 커져갑니다. 이미 시작된 사랑의 마음을 자신도 어찌할 수 없었던 거겠지요.


일과 사랑에서 두 사람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넥스트 이노베이션의 부사장과 그의 여동생인 아사히나 남매입니다. 고급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는 여동생 요우코는 오래 전 외국에서부터 시작된 휴우가와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휴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일터에서의 기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고 외모부터 실력까지 당당하고 멋진 요우코는 나츠이와는 또 다른 매력의 여성입니다. 오빠인 코스케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 휴우가와 의기투합해 넥스트 이노베이션을 세우고 지금의 회사로 성공시킨 일등공신이지요. 코스케도 뛰어난 사람이지만 휴우가의 천재성은 보통사람의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기에 묵묵히 휴우가를 뒷받침 하면서도 휴우가를 바라보는 코스케의 마음은 복잡할 때도 많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휴우가와 나츠이의 사랑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일과 연애, 욕망과 좌절을 보여주는 청춘 드라마이기도 하지요.

이런 내용의 드라마는 많이 접해온 익숙한 포맷인 거 같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보다 보면 그 안의 특별한 것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일본 내 두 톱스타를 한 작품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놓치기 어려운 볼거리인데다가 당시 일본 사회와 특별한 기업의 분위기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이어질락말락 하는 연애 이야기도 감질 나거니와 무엇보다 꽤 재밌습니다. 사실 드라마란 어쨌거나 재밌으면 된 거 아니겠어요? 방영된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작품이지만 곧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 작품이 나올 예정이니 이 기회에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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