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콜드스테이지 #13
1. 2002년 가을 / 혜성의 차 안 / 낮
자막
5년 후
빨간색 랜드로버를 탄
검은 단발의 혜성이 운전 중이다.
말끔한 투피스 슈트 차림.
차량이 한남대교를 건너고 있다.
핸드폰 벨소리.
유선 이어폰을 끼고 전화를 받는 혜성.
헌_통화음
김팀장, 운전 중인가?
혜성
네, 사부님. 말씀하세요.
헌_통화음
피티는 잘 끝난 건가?
거기.. 대표가..
혜성
(말을 끊으며) 작살냈습니다.
오늘 선정 통보 올 겁니다.
헌_통화음
벌써?
혜성
들어가서 보고 드릴게요.
헌_통화음
그래, 들어와서 보자고.
운전 조심하고.
전화를 끊고, 단축번호 2를 누르는 혜성.
수신자에 '평발'이라고 뜬다.
비수_통화음
언니, 사진 보냈어.
혜성
받았어. 다시 묻지만, 확실한 정보야?
비수_통화음
지금 전설의 해커 토끼발을 의심하는 건가?
혜성
아니, 평발로 군 면제된 사람을 의심하는 거지.
비수_통화음
우이씨, 언제 적 가짜 뉴스를 아직까지.
참, 언니 이번 광고 아주 서울 시내 도배했더라?
보너스 좀 챙기시겠어?
혜성
당연한 거 아냐?
사진 한 부 더 출력해서 발송 준비해.
1시간 안에 사인 보내면 바로 퀵으로 쏴.
비수_통화음
예썰!
신사역 사거리 옥외광고판이 보인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모델이다.
차 안에서 광고를 보며 씩- 웃는 혜성.
광고판
We make Tomorrow, 유일시스템즈.
혜성_Na
꿈같은 시간이었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달콤한.
유일기획 간판이 보인다.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혜성의 차.
혜성에게 인사하는 경비실 직원.
차단기가 열린다. 혜성의 차가 움직인다.
혜성_E
문이 하나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날은 갔고, 새 날이 왔다.
터프하게 주차를 하는 혜성의 차.
혜성_E
지난 5년,
우리는 IMF라는 터널을 지나 월드컵을 통과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혁명 중이고,
휴대폰이 모든 습관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두.. 과거일 뿐이다.
지금의 난 유일기획 최연소 팀장, 김혜성이다.
이제는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차에서 내려걸어 나오는 혜성.
혜성의 폰에 문자가 온다.
헌_문자
유일시스템즈 선정통보 메일 왔네. 수고했어.
폰을 보고 씨익- 웃는 혜성.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바라본다.
혜성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궁금해?
(자세를 바로잡고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잡으며)
그럼,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유일기획 김혜성입니다.
(리모컨을 누르는 혜성)
#1화와 2화의 화면들이 빠르게 플레이되다가
화면이 장표로 바뀐다.
장표
One Sweet Day
- 1993년 어느 날 -
2. 1993년 / 일식당 룸 / 밤
진영, 헌, 지은이 앉아 있다.
진영
나 회사 그만둔다.
헌/지은
(어리둥절한 표정)
진영
창업할려구. 내꺼해야지 이제.
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지은
이번 엑스포 건까지는 하고 가는 게 낫지 않아?
창업해도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 만나려면
시간 좀 걸릴 텐데.
진영
이미 사표 냈어. 나 간다. 송별회는 이걸로 가리하자.
헌
진영아, 사부님 곧 오셔. 함께 상의하자.
무시하고 방을 나가는 진영.
혜성_Na
매진영은 송곳 같은 사람이다.
아니, 세상 모든 것을 뚫는 창이었다.
그는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맹수처럼 살았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건.. 방패였다.
화면이 장표로 바뀐다.
장표
One Sweet Day
- 1998년 어느 날 -
3. 1998년 / 일식당 룸
진영과 지은이 마주 앉아 있다.
지은
팩스로 보낸 월드컵 제안요청서 봤지?
이게 사실 광고/홍보 대행사 선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기획 전체를 대행하는 일이야.
조직위원회의 싱크탱크 역할이랄까?
최초의 월드컵 공동개최다 보니
일본과의 경쟁도 염두에 둬야 하고..
그리고 핵심은 입찰 자격요건.
우리가 피알 쪽 실적은 되는데, 광고 쪽은 없어.
유일기획 정도 말고
단독으로 실적요건 채울 수 있는 회사는 드물 것 같네.
제안요청서에서 작업한 냄새가 좀 나지?
#술잔을 만지며 생각에 잠기는 진영.
#이야기를 나누는 진영과 지은
혜성_E
매진영은 이 바닥의 모순을 증오했다.
엉성한 사다리 하나 걸쳐주고,
올라올 수 있으면 올라오라는 식의 불공정한 무대.
그들이 하면 원칙이 되고,
우리가 하면 반칙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꿈을 버렸다고 했다.
선과 악, 옳고 그름.
그런 유치한 생각도 버렸다고 했다.
4. 1993년 / 일식당 룸 / 밤 (2.에 연결)
헌, 지은, 방우가 앉아 있다.
방우
감사팀이 증언까지 확보했어.
헌
진영이가 왜 리베이트를 받습니까?
그리고 누가 증언을 했다는 겁니까?
방우
그건 따로 알아봐야지.
지은
아쉽네요. 뭐, 또 만날 수 있겠죠.
좀 찜찜한데.. 국장님이 잘 마무리해주세요.
방우
그래야겠지. 이제 너희 둘이 헤드다.
감정은 개인적으로 풀고, 프로젝트에 집중하자.
술을 마시는 방우.
5. 1998년 / 일식당 / 낮 (3.에 연결)
사케를 본인 잔에 따르는 지은.
지은
알다시피 이번 월드컵 입찰, 역사상 최대 규모야.
5년 전 유일기획에서 못 이룬 꿈, 이번에 갚아줘야지.
진영
꿈은 개뿔..
지은
그럼 유일통신 복수라고 생각하던가~
그런데 이길 자신은 있는 거야?
진영의 잔에 술을 따르는 지은.
지은
솔직히 나 혼자선 자신이 없네?
우리랑 정식으로 컨소시엄 하자.
이번 기회에 인원도 늘리고.
규모 좀 있는 다른 곳도 여럿 있는데,
내가 거기는 실력을 못 믿겠다.
진영
조건은?
지은
7:3
진영
혼자 해.
지은
알았다. 5:5
흥정을 안 해요 사람이..
우리 상대는 유일기획 하나야.
나머진 유일이 알아서 정리할 테니.
그럼 콜?
둘의 잔이 부딪힌다.
6. 유일기획 방우의 방 / 낮
방우
월드컵 팀은 꾸렸고?
헌
네, T/F 꾸렸습니다.
기존 프로젝트들은 2팀으로 인계했구요.
방우
잘했네.
헌
그런데.. 다른 곳은?
방우
뭐 역대 최대규모니 거의 다 들어오려고 하겠지.
블루오션, 홍익기획, 사파이어..
몇 곳은 중간에 포기하겠지.
자격요건을 못 맞출 테니까.
참 필립앤더슨도 참여한다는 정보가 있어.
헌
지은이네가요?
방우
탐나겠지. 욕심 많은 애자나.
헌
필립앤더슨 혼자서는 힘들 텐데요. 컨소시엄이겠네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헌.
7. 기획무대 회의실 / 낮
피영해(여, 34, 아트)가 보인다.
혜성, 진영, 금익, 원철이 앉아 있다.
스크린에 월드컵 제안요청서가 떠있다.
진영
한 달 후가 피티입니다. 주안점은..
영해
대표님, 잠시만요.
진영
?
영해
점심시간인데요? 밥 먹고 하죠?
큭- 하고 웃는 금익.
cut to
도시락이 깔려 있는 회의 테이블.
진영
먹으면서 하자.
영해
어제 술 마셨는데..
원철
(국물을 영해 쪽으로 건네며) 자 해장해.
영해
(국물을 마시며) 혜성 씨라고 했나?
혜성.. 브랜드가 익숙한데.. 암튼 몇 살?
혜성
스물다섯입니다.
영해
애기네.. 어디 출신?
진영
대퇴. 내 제자다.
영해
(켁켁대며) 대표니임!!
진영
먹으면서 설명할게요.
자격요건은 컨소시엄으로 일단 해결.
업무내용이 좀 많은데..
광고업무는 기본이고, 추가로
개폐막식 기획업무가 있어요.
금익
대표님 그런데요..
내일시스템즈 일도 많이 늘었고,
추가로 제안요청 오는 프로젝트들도 있을 텐데..
지금 인력으로 이걸 다 쳐낼 수 있을까요?
(원철을 보며) 그렇잖아요.. 네?
원철
그래 매대표야. 이제 확장 좀 할 때 되지 않았나?
내가 사람 좀 알아보꾸마..
진영
(혜성을 보며) 기획은 이미 충원됐고.
(영해를 보며) 아트는 오늘 복직했고.
시디*가 비는데..
혜성/금익/원철/영해
(진영을 보며 꿀꺽- 침을 삼킨다)
진영
웅이 불렀어요. 내일 킥오프 회의부터 올 거예요.
원철
누구? 허웅?? 문어 대가리???
8. 청담동 카페 / 낮
명품으로 잔뜩 치장한 민머리의 허웅(40, 남).
햇빛에 머리가 반짝- 빛난다.
생과일주스를 빨대로 쭈욱- 하고 빠는 허웅.
허웅
오늘 청담동 물이 완전 별루다, 썰물이네.
9. 기획무대 옥상 / 낮
원철
매대표가 급했나 보네..
금익
그 허웅이란 분이 누구길래요?
영해
그 유일에서 같이 짤렸다던 그 사람 아니에요?
원철
어 결과적으로 그렇기는 한데..
아니 뭐 그런 과거사가 중요한 건 아니고..
실력이야 뭐 그럭저럭 쓸만한데..
니네가 일하기 힘들까 봐 걱정이다.
금익
어떤 스타일 이길래요?
원철
일단 취향이 좀.. 아주 아주 느끼해.
그리고 아랫사람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또 도박.. 아니 이건 아니고.
음.. 피티와 도박은 한 끝차이지..
뭐 우리 바닥에선 불문율 같은..
영해
(원철을 째려보며)
지금 불문과 출신 앞에서 설교하세요?
금익
(혜성을 보며) 참, 이거. 축하해.
임시로 만든 인턴 명함은 이제 버려도 돼.
명함통을 건네는 금익.
혜성
(받으며) 이게..
(뚜껑을 열며) 아..
명함
기획무대, AE, 김혜성
원철
혜성아, 명함에 정 주지 마라. 어차피 떠날 놈이다.
떠나야 돈이 돼서 다시 돌아오는 기고.
일단 여기부터 돌리 봐라.
혜성
아.. 네.
고개를 숙이며 명함을 셋에게 돌리는 혜성.
웃으며 명함을 받는 금익, 원철, 영해.
행복하게 웃는 모습. 느려지는 화면.
혜성_E
내가 첫 명함을 받던 날,
매진영의 마지막 무대가 시작됐다.
마치 세상의 모순을 사냥하고 있는 맹수처럼,
그의 사냥감은 동방우와 유일기획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10. 1993년 / 동네 치킨집 / 밤
진영과 헌이 마주 앉아 있다.
많이 취한 모습의 진영.
진영
사부님.. 씨발 믿지 마라.
헌
니가 잘못한 건 없고?
진영
니가 밑바닥을 알어!
헌
몰라. 그런데 너는 알아.
진영
뭘 알아 씨발.
헌
말 못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 나한테도.
진영
좆같은 부잣집 새끼. 첨부터 재수 없었어.
헌
나 말하는 거냐? 아니면 사부님 말하는 거냐?
진영
둘 다!!
헌
그거 니 컴플렉스다. 하지 마 그런 생각.
진영
(탁자를 치며) 컴플렉스?! 이런 부르주아 같은 새끼가!!
헌
그만해라. 취했다. 나 간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헌.
고개를 숙이며 헌의 손목을 잡는 진영.
진영
(어깨를 들썩이며) 가지 마.. 가지 마..
눈물을 떨구는 진영.
그런 진영을 바라보는 헌.
가게 밖에서 둘을 보고 있는 지은.
치킨집 계산대 라디오에서 노래가 흐른다.
계산대 벽의 달력이 한 장씩 빠르게 떨어진다.
마지막 남은 달력이 장표로 바뀐다.
장표
D-30
- 2002년 월드컵 경쟁 프레젠테이션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