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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전에 먼저 감독이 되어라

도구가 아니라 안목이 당신을 규정한다

by 생각


소라는 카메라일 뿐이다

100배 빠른 도구, 그러나 본질은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

해야 할 일은 사용법이 아니다

먼저 창작자가 되어라


소라는 카메라일 뿐이다

오픈AI의 소라가 공개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환호했습니다. 최근 AI 감독 데이브 클라크가 소라 2 프로로 100% 텍스트 투 비디오로 제작한 'FROSTBITE'가 화제를 모으며, 이런 기대는 더욱 커졌죠. 하지만 잔인한 진실은 이것입니다. 우리 손에 소라를 쥐어줘도 'FROSTBITE' 같은 작품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아마추어에게 ARRI ALEXA를 건네도 봉준호의 '기생충'이 탄생하지 않는 것처럼요. 도구는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결과물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많은 이들이 착각합니다.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면 자동으로 창작자가 될 거라고요. 소라 튜토리얼을 10시간 보면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도구는 당신의 부족함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공백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뿐입니다. 빈 캔버스 앞에서 무엇을 그릴지 모르는 사람에게 최고급 붓을 쥐어주는 격이죠.



100배 빠른 도구, 본질은 그대로

명감독이 소라를 사용하든 35mm 필름으로 촬영하든 결과물의 본질적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제작 시간이 10배 빠르고, 비용이 100배 저렴할 뿐입니다. 이것이 AI 도구의 진짜 가치입니다. 혁명이 아니라 효율의 극대화죠. 수십 년 수련한 감독에게 소라는 그저 또 하나의 촬영 장비일 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AI는 능력 격차를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벌립니다. 이미 탁월한 감각과 수련을 갖춘 이들에게 AI는 슈퍼파워가 됩니다. 반면 기본기 없이 도구만 손에 쥔 이들은 여전히 평범한 결과물만 양산하죠. AI는 '가진 자들의 능력치 강화 장치'입니다. 민주화가 아니라 격차의 가시화입니다. 평등한 접근권이 평등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있습니다. 감독 지망생들이 이제 제작비 걱정 없이 무한히 습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필름 한 롤이 수백만 원이던 시대, 촬영 한 번이 수천만 원이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실패의 비용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수련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분명한 진보입니다. 재능 있는 이들이 경제적 장벽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셈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소라 사용법을 익히는 게 아니라, 먼저 영화감독이 되는 것입니다. 프레임을 보는 눈, 리듬을 느끼는 감각, 이야기를 구축하는 구조적 사고. 이것들은 도구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유튜브 튜토리얼 100개를 봐도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안목은 도구 매뉴얼 밖에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사용법이 아니다

어차피 명감독이 아닌 당신에게 소라를 안겨줘도 걸작은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영상을 만드는 건 도구가 아니라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수천 개의 AI 생성 컷 중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가, 어떤 리듬으로 편집할 것인가. 이 모든 결정은 오직 수련된 감각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가"입니다. 도구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안목은 수련으로만 얻어집니다. 소라가 당신을 감독으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당신이 감독이 되어야 소라가 의미를 갖습니다. AI는 증폭기이지 창조자가 아닙니다. 곱하기는 하되 더하기는 하지 않습니다.



먼저 창작자가 되어라

AI 영상 도구가 범람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 싶은가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AI 도구도 당신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도구를 배우기 전에 먼저 창작자가 되세요.


프롬 스튜디오는 "AI 이전에 먼저 기획자가 되라"고 제안합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감각을 키우세요. AI는 당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지팡이가 아니라, 당신의 탁월함을 100배 증폭시키는 확성기입니다. 감독이 먼저냐, 도구가 먼저냐. 답은 언제나 감독입니다. 소라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먼저 준비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기계는 기술한다.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은 인공지능과 인문지성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 실험실’이자, 좋은 도구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콘텐츠 스튜디오’입니다. MBC C&I 'AI 콘텐츠 랩', 한국영상대학교, 거꾸로캠퍼스 등과 연구/수업/프로젝트 파트너십이 운영 중입니다. →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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