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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Apr 22. 2021

생각책을 내며..

기획자의 생각식당을 출간합니다.

고민은 들어줄 사람이 있고, 말할 용기만 있다면 대부분 잦아든다. 생각식당은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기보다, 발생할 문제를 예방해주는 곳이다. 나는 오늘도 정오가 되면 식당을 찾아 사연을 털어놓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서.


생각 값을 받을 수 있을까?

기획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법한 고민이다. 나도 그랬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생각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았는지가 궁금해졌다. 많은 프로젝트의 견적서를 쓰면서 기획비는 높을수록 불리한 항목이었다. 최소 10%는 받자고 다짐하지만, 결국 제로가 되거나 운영비로 쓰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2018년 6월, 그렇게 생각식당의 문을 열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사람들은 생각을 주면 보통 돈보다는 밥을 사준다. 그렇다면 내가 밥을 주면 어떨까? 대신 밥값에 생각 값을 얹어서 받자. 그래서 생각을 파는 식당, 생각식당이 탄생했다. 메뉴는 단출하게 3가지로만 준비했다. 60분 통찰력라테, 90분 컨셉브런치, 180분 경영의양식. 나중에 손님들의 요청으로 이름미식회와 습관의참맛 메뉴가 추가됐다.



통찰력라테는 함께 차를 마시면서 내가 공부한 통찰력훈련방법을 알려주는 티타임이다. 가격은 7만 7천 원이다. 컨셉브런치는 90분 동안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컨셉상담을 해주는 메뉴로 가격은 11만 원이다. 경영의양식은 3시간 동안 저녁을 함께 하면서 경영코칭을 해주는 코스다. 가격은 22만 원이다. 모든 가격은 복채와 변호사 상담비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책정했다.


식당을 꾸미고 메뉴를 만들고 개업 준비를 하던 중, 한 신문사 기자님을 만나게 되었다.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개업 다음날 신문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 그리고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곧 입소문이 나면서 라디오, 방송, 다른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고, 동종업계 지인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벌써 3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다녀간 손님의 숫자는 약 300분이 넘는다. 지금도 꾸준히 손님이 오고 계시다. 일부 지인들은 생각식당이 나의 본업인 줄 알고 계시는 경우도 많다. 생각식당의 상담은 비밀유지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이 책에 손님들의 이야기는 담지 않았다. 수많은 손님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내가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살리고 있다고 믿는 중이다.



이 책은 식당의 기록이 아니라 나의 공부 기록이다. 2010년 여름, 앞으로 10년간 통찰력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많은 스승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나만의 생각법을 만들고 훈련했다. 그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훈련한 기록이 이 책의 전부다. 자랑하거나 알리고 싶은 욕심보다, 이제 다른 공부를 위해 과거를 털고 싶은 마음으로 출간을 결심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함께 해주신 홍익출판 미디어그룹  감사를 드린다. 나의 창조주 부모님과 영원한 나의 스승인 일란성쌍둥이 동생 김우재 박사, 그리고 가족들 모두에게  책의 영광을 돌린다. 사업 동지 권익주 대표와 직원들께도 감사드린다.  부족한 가장을 응원하는 아내 최윤정과 나의  자식 , , 스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다시 10년 공부를 시작하며,
2021년 4월, 김우정 씀.


영원한 잡놈, 김우정

기획하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영화와 만화,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했으나, 군 제대 후 학생회장을 맡으며 마케팅과 기획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영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대학로 등에서 공연과 문화기획을 하다가, 문화마케팅으로 첫 사업의 발을 떼었다. 언젠가부터 대행업이 기획의 본질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예술을 활용한 팀빌딩 프로그램 ‘팀버튼’을 개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14년간 약 30만 명의 직장인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현재는 글로벌 PR Firm ‘벡터그룹’의 한국지사 부대표로 본업인 마케팅 기획을 하는 한편, 평생의 꿈인 스토리 만드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돈과 예술의 경제학》, 함께 쓴 책으로는 《희망을 통찰하다》, 《프레젠테이션 코칭 북》 등이 있다. <스타워즈>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인 스토리텔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김우정은 아내와 함께 고양이 세 마리의 집사로 살고 있다.


나는 잡놈이다. 잡놈은 나를 비하하는 단어가 아니다. 너무 많은 분야에서 일을 한 경력을 한 번에 소개하기 힘들어서 내가 찾은 자구책이다. 축제 기획, 공연 제작, 문화마케팅, 기업교육, 웹툰 제작, 광고, PR, 마케팅 캠페인, 영화와 드라마 제작까지. 내가 걸어온 길은 외길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잡놈이다. 나는 야자수를 좋아한다. 야자수는 싹이 틀 때 잡초처럼 보인다. 그래서 생존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살아남은 야자수는 수백 년 을 산다. 소나무, 전나무, 오동나무도 멋있지만 나는 야자수를 더 좋아한다. 세상에는 화초보다 잡초가 더 많다. 나는 화초처럼 사는 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비바람을 맞고, 발에 밟히며 자라는 야자수의 길이 내겐 어울린다. 나에게 잡놈은 야자수의 자유를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영원한 잡놈이다. 나를 아는 모두에게 포스가 함께 하기를. 부족한 책, 실컷 욕해주시기를.


생각식당의 메뉴


본문 중에서 발췌

생각 값을 받을 수 있을까? 기획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고민이다. 나도 그랬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생각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았는지가 궁금해졌다. (…) 2018년 6월, 그렇게 ‘생각식당’의 문을 열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사람들은 생각을 주면 보통 돈보다는 밥을 사준다. 그렇다면 내가 밥을 주면 어떨까? 대신 밥값에 생각 값을 얹어서 받자. 그래서 생각을 파는 식당, 생각식당이 탄생했다. _p.6


나는 어떻게 살지 보다 어떻게 죽을지를 고민하며 산다. 모두가 살기 위해 노력할 때,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생각식당은 나의 생업이다. 목숨을 걸고 생각을 만드는 작업장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생각에 값을 받는 일은 사기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생각을 묻지 않으면 된다. 생각은 설득하는 일도, 증명하는 일도 아니다. 나에게 생각은 에너지다. 그래서 유한하고 값어치가 있다. _p.23


황인선 작가는 사회에서 만난 나의 첫 멘토다. 그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 제일기획 최우수 AE(account executive, 광고대행사의 총책임자)를 거쳐 KT&G 수석부장을 역임한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이다. (…) 나는 지금도 황인선 작가가 내게 말해준 마케팅의 정의를 후배들에게 알려준다. 그는 나의 영원한 마케팅 멘토다. “마케팅은 회사의 자리에 고객을 놓고, 제품의 자리에 욕구를 놓고, 나의 자리에 너를 놓는 것이다.” _p.105~106


변화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발상은 새로운 생각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발상법이 있다. 발상법은 변화를 시도하는 훈련이다. 발상은 훈련으로 완성된다. 처음부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몇 가지 발상법을 습관화하면 좋은 발상을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몸으로 익히면 머리가 자동으로 발상을 만든다. 사슬 발상법은 빠르게 유일한 개념을 만들 때 유용하다. 길게 연결된 사슬(chain)을 떠올려보자. 고민이 되는 단어를 사슬의 첫 고리에 놓는다. _p.151~152


진정성이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다. 맹수는 작은 사냥감을 잡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진정성은 속이지 않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다. 진정성은 무섭다. (…) 차가운 이성은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이야기가 되지 못하면 기억되지 않는다. 기억되는 힘이 진심이다. 이성과 진심이 만나면 진정성이 태어난다. 진정성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짜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감동은 진정성이 만든다. _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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