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by 김선혜


나는 무엇이 아닌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다. 마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던지는 질문 같아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업에 관련된, 일에 관련된 레이블을 다 덜어낸 나는 과연 뭐라고, 누구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하나씩 하나씩 나에게 각인되어 온 레이블을 지우고 지워도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뭔가가 삶을 후려치는 것 같은 느낌, 내 옷이 아닌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걸까, 다시 쉼표를 찍고 길을 떠나야 때가 된 것인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을 살피며 타인과의 소통을 해야만 하는 업을 해 오다 보니 정작 나 자신과 소통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나 보다.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내가 무엇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도 ‘멍’만 때리고 있다. 나와 내가 하는 소통에 마침표가 찍힌 기분이다.


왜 붙잡으려 하는가? 떠나는 것은 떠나게 하고 끝나는 것은 끝이게 하라. 결국 나의 것이라면 언젠가는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세상 가장 무서운 사람이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고 천 번, 만 번 되뇌어 보지만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부여잡고 놓지 못하고 있나 보다. 해방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때론 내가 던진 부메랑이 돌아와 내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때론 영영 돌아오지 않는 부메랑을 기다리며 한없이 텅 빈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내 것이 아니라 떠난 것들이 많다 보니 나에게 돌아온 것에도 물음표를 찍게 된다.


그대가 사랑하는 것이 그대를 끌어당길 것이다. 그것을 말없이 따라가라. 그대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길을 잃어봤기 때문에 두렵지 않은 마음도 있고, 길을 잃어봤기 때문에 더 두려운 마음도 있다. 구글 맵 덕분에 남의 나라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는데(물론 휴대폰이 터지지 않거나 배터리가 바닥나는 것에 대한 또 다른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지만) 어찌하여 수없이 길을 잃고도 여기까지 왔는데 무얼 또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어떤 답을 새기게 될지 모르겠지만 책을 잃는 시간만큼은 삶의 쉼표를 찍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또다시 고군분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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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by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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