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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혜 Jun 02. 2024

PA, PL, PM은 직책이라 하지요

유엑스 디자인만 제대로 하기도 힘든데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부가적인 R&R이 생기게 되고, 업무 특성상 처음과 끝 모두를 관여해야 하는 포지션이다보니 프로젝트 전체를 책임지는 무거운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PM, PL, PA라 불리우는 세 가지 포지션이 유엑스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누구는 울며 겨자먹기로 등떠밀려 PM, PL을 하고, 누구는 PM, PL을 하고 싶다고 안달이 나 있는데, 중책이다보니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십분 이해되지만,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긍적적인 해석을 하고 싶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부정적인 해석일 때가 많고 심지어 교화의 경지에까지 이르기도 하는데,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인지 구지 따져 묻고 싶지는 않고, 그동안 잘 모르셨다면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 하시라는 마음에서 종합 정리를 해보려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노트든, A4용지든, 메모장이든 뭐든 꺼내서 PM, PL, PA의 역할과 어떠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자신의 의견을 써보자. 다 작성을 하셨다면 하루 정도 묵혔다 꺼내서 다시 읽어보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는 역할과 역량, 소양과 성향이 짬뽕이 되어 책임감, 리더십, 판단력과 같은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단어들의 나열하셨을 듯 하고, 정확하게 업무의 범주와 산출물 기준으로 해야 하는 일과 관여도를 기준으로 정리하신 분들은 극소수이지 않을까 싶다.

자, 그럼 이제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작성한 내용처럼 나는 PM, PL, PA로서의 역할과 업무를 제대로 수행을 했는지,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내 포지션이 아닌 역할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있는건 아닌지, 내가 정작 그 포지션이 되었을 때 너무 내 자신에게 관대하진 않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자.

어찌됐든 사람이 하는 일이고, 우리 모두가 그 보통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인지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지극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내 것인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주관적이 되기 십상이다. 즉, 타인에 대해서는 타인 합리화라는 심리가 발동하여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기대로 시작하여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상황으로 돌입하게 되면 불평불만을 토로하게 되는데, 이 또한 당사자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 속된 말로 뒷다마를 까면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몰아가곤 한다. 이와 반대로, 자신에 대해서는 자기 합리화라는 심리가 방어적으로 발동하면서 당연한 것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표명한다고는 하지만 구차한 변명인 경우가 다반사고, 유유상종이라고 비슷한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기 합리화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재미나게도 일에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가 동일하게 적용이 된다.

역할의 범주로 보았을 때 PA, PL, PM의 기준은 단순하다.

관리하는 사람의 범주, 관리하는 업무의 범주, 관리하는 책임의 범주에 따라 PA, PL, PM으로 역할이 구분이 된다. 관리해야 하는 사람의 범위가 ‘나’이고, 내 업무에 대한 책임 범주가 기준이라면 PA 포지션에 해당한다. 관리해야 하는 사람과 업무의 범위가 내가 속한 분야이고 산출물에 대한 종합적인 퀄리티 책임이 있다면 PL 포지션에 해당한다. PM은 그야말로 유연함의 극치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프로젝트를 대표/대변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회사를 대표/대변하는 종합적인 총괄 관리의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무한대로 커질 수도 있고, 소규모를 담당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통의 대상과 관리의 대상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나’의 업무를 하면서 ‘나’를 관리하고, ‘나’를 책임지는 UXD PA로 일을 해도 내가 소통하는 대상의 범주는 함께 일하는 UXD, UID, FED, BED, 그리고 고객사(CT)까지 넓고 다양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오너십과 리더십을 가지고 소통의 대상과 협의를 하면서 책임있게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룰이다.

다음은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과 산출물 기준으로 PA, PL, PM 업무와 책임의 범주, 관여도를 살펴보자.

프로젝트 관리라고 하면 보통 PM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역할상 추가로 더 필요한 관리 업무와 범주는 있을 수 있지만 깊이와 넓이만 다를 뿐 PA, PL, PM 모두가 숙지해야 하는 공통의 관리 방법론이다.

프로젝트 관리는 범위 관리, 일정 관리, 인력 관리, 품질 관리, 의사소통 관리, 이해관계자 관리, 위험 관리, 변경관리, 원가 관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신뢰 관리를 하나 더 추가하여 총 10개의 관리와 각 관리 영역에 해당하는 산출물이 있다.

각각의 산출물을 역할에 따른 관여도와 책임을 기준으로 다시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타인 합리화와 자기 합리화가 판치는 시끄러운 주변 상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PA/PL/PM 어떠한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본인의 자리에서 묵묵히 유엑스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라면 그림 2, 3에 정리된 내용이 당연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남에게만 당연함을 강요하고, 본인에게는 너무나도 관대한 분들을 볼때면 “욱”하고 울화가 치밀어 정의의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도 많겠지만 괜한 감정 소모와 주먹다짐은 그만하고 이제 우리 그냥 일 좀 합시다.

그리고, 리더의 자리에 계신 분들은 가장 기본적인 근태부터 시작하여 타인의 모범이 되고 계신지, 기준과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맞는 유연함을 발휘하며 일을 하고 계신지, 그리고, 프로젝트에 어려움이 발생하여 불을 꺼야 할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기꺼이 소방수로 변신하여 뛰어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으신지 다시 한 번 자신을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PA, PL, PM은 직급이 아닙니다. 직책입니다. 즉,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PL, PM은 권력이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대표하여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권한은 프로젝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지, 특정인에게 특권을 행사하는 권한은 아닙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심하세요.

자리는 절대 사람을 만들지 않습니다.

갑자기 PA가 PL, PM로 변신하는 일은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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