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이 한창 트렌드로 떠올라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호처럼 이불과 책상만 있는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도 하고, 정리의 기술을 전파한 곤도 마리에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정리하자는 주의도 있었고, 내 삶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소비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조슈아 필즈 밀번와 라이언 니커디머스의 자기 계발적인 스타일의 미니멀리즘도 있었다. 추구미는 다양하지만 미니멀리즘의 공통적인 핵심은 비우고 단순하게 살자인데 프로그램에서 미니멀리즘이라니? 책 제목 자체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단순함은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가깝다.”
저자는 일단 한 마디 던지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 한 마디가 다음에 나올 모든 이야기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의 직업이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외계어 같은 프로그램 코드가 나와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음이 있을 수 있지만 개발자가 아니라서 개발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없다. 오히려 저자의 마음가짐을 프로그래머가 아닌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나의 마음가짐을 살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독자 입장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게 장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 비움, 여백처럼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왠지 불편함과 어색함을 가지고 있다. 내 업인 디자인에 있어서도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Less is More” 정신이나 디더 람스의 좋은 디자인의 10 계명을 머리로는 이해하며 불필요한 것들을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늘상 계속 복잡해져만 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디더 람스의 “Less, but Better.”에서 Less보다는 Better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들을 정리에 정리에 정리는 하지만 차마 무시할 수는 없다 보니 ‘바나나 하나만 필요했을 뿐인데, 바나나를 든 고릴라와 정글 전체가 딸려온다(조 암스트롱).’는 말이 우리가 처한 현실인 것 같다. 그래서 덜어냄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무엇부터 용기를 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이미 지쳐버린다. 그럼 기본은 단순하게 하고 옵션을 추가하면 어떨까도 고민하지만 옵션도 많아지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처럼 채울 공간이 없어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갈 수는 없고, 채울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번아웃에 직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도 삶도 가끔은 한 발짝 멀찍이 떨어져도 제 3자의 관점에서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좀 더 객관적이 입장에서 비워도 될 부분이 보이지 않을까?
비움을 강요하는 것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채우기 위해 비우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는 있으니 무작정 비우는 용기를 내기 힘들다면 채우고 싶은 것을 위해 비워보는 것도 나름 비움에 대한 연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4월에 봄맞이 비워내기 한 번 해 볼까요?
* 참고: 도서링크: https://www.hanbit.co.kr/store/books/look.php?p_code=B1991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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