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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혜 Jun 28. 2024

UX 디자이너, 진화할 것인가, 퇴화할 것인가?

‘진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윈, 진화론, 종의 기원, 자연 선택, 유인원, 물고기(한 TED 강연에서 인류가 어류에서 진화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본 적이 있음), 속눈썹(요즘 아이들의 속눈썹이 긴 것이 대기오염때문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설을 들은 적이 있음) 등등이 있다. 그럼 ‘퇴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꼬리뼈, 이개근(귀를 움직이는 근육), 사랑니, 털, 맹장? 우리가 그동안 보고 들어왔던 대부분의 진화와 퇴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신체적인 부분에 국한되어 있다.


진화는 생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할 수 밖에 없고, 자연에서의 생존은 곧 신체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 만약 인간이 초식동물이고, 높은 나무 위에 있는 나뭇잎을 따먹어야 했다면 기린처럼 긴 목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지’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신체적 진화보다는 신체적 퇴화를 유발하는 각종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왔다. 인지란 단순히 눈, 귀, 코, 혀, 피부의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온 자극을 있는 그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맥락, 경험, 추측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류 문화의 문명이 싹트고,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다양한 도구의 진화를 만들어 내기까지 참 머리를 많이 쓰고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진화의 한 획을 그은 집단의 저 너머에 진화된 도구를 쓰면서 퇴화하고 있는 거대 대중이 존재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했다.


지금 한번 주변을 둘러 보자. 당신의 눈엔 누가 보이나? 그리고, 조금전까지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스마트한 도구들이 우리 일상을 정말 편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걸까? 첨단 기술들이 우리 몸과 마음을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걸까? 만약 그러하다면 왜 우리는 이전 보다도 더 무언가를 많이 하고 더 바쁘고 더 시간에 쫓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만약 그러하다면 우리는 더 똑똑하고 더 건강해져야 하지 않나?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디지털화되어 가면서 세상은 점점 진화하는데 사람들은 점점 퇴화해 간다. 인간이 하던 모든 것들을 도구들이 대신해 주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일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어졌다. 팔다리를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퇴화되어 본연의 기능을 잃었고, 기억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뇌의 기능이 점점 퇴화되었고, 모든 것이 퇴화되고 생명 유지와 쾌락에 필요한 기능만 남았다. 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나?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들고 다니고 조금 걷는 것도 귀찮아서 퀵보드를 타고, 운전하는 것도 귀찮아서 자율 주행차를 타고, 오토 플레이에 빠져서 멍하니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순간 공포가 엄습한다. 게다가 AI가 열일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문명화와 산업혁명이 있기 전까지는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부지런함이 인간을 진화시켜왔다면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인간의 게으른 본성이 인간을 퇴화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러하듯이 취하고 취하지 않고는 그것을 만든 인간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이 문명의 이기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고 어떻게 영리하게 사용할지도 인간에게 달려 있다. AI가 몰려오면서 UX 디자인에도 지각변동이 도래할 것 같다. 디지털의 탄생이 UX 디자이너라는 밥벌이를 만들어줬고, 코로나를 거쳐 유망 직종으로 각광을 받아왔지만 AI의 등장으로 진화하는 UX 디자이너와 퇴화하는 UX 디자이너로 양극화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떤 디자이너가 살아남게 될까? AI 툴을 잘 다루는 디자이너? 그동안 우리가 존경했던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소프트웨어 툴을 잘 다루는 디자이너였었나? 


앞으로 살아남게될 디자이너는 툴을 잘 다루는 디자이너가 아닌 질문하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다. 도구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원하는 답이 분석의 결과이든, 잘 정리된 정보설계와 유저 플로우든, UI와 그래픽 오브젝트든, AI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의 기술과 원하는 답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새로운 전략을 도출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설계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 것은 생각하는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은 어떤 디자이너로 진화하고 싶은가?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뇌를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스마트한(?)기기 들을 내려놓고, 책을 잃으며 뇌 운동을 시작하시라.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단순히 철학만 하는 철학자는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When you think of ‘Evolution’, what pops up in your mind? Darwin, theory of evolution, On the Origin of Species, natural selection, apes, fish(I’ve watched an interesting story that human beings are evolved from fish on TED Talk.), eye lashes(I’ve heard the theory of evolution that children these days who have long eyelashes are evolved to protect their eyes from air pollution.), and so on. On the contrary, what comes to mind when you think of ‘Degeneration’? A tailbone, musculi auriculares(It is a muscle to be able to move ears.), wisdom teeth, hair, and an appendix? What we’ve seen and heard about ‘Evolution’ and ‘Degeneration’ is mostly something physical in or on our body to adapt to the change of the natural environment where we’ve been living.


Evolution is deeply related to survival. To survive, changes are inevitable, and survival in nature means physical changes. If human beings had been herbivores and couldn’t have helped pick the leaves on the tall trees, they would have evolved as a creature with a long neck like giraffes. However, we human beings have a unique capability called ‘cognition’ unlike other animals. We have invented various kinds of technologies that cause physical degeneration rather than physical evolution to protect ourselves from the environment. Cognition doesn’t mean that stimuli through our sensory organs—eyes, a nose, ears, a tongue, and skin—are simply processed by themselves, but it is the whole process of thinking and interpreting based on context, experience, and assumption. We have used our brain quite a lot since the civilization of human culture sprouted and the evolution of many kinds of tools were created throughout the industrial revolutions. But a group of people have marked a new era in the history of smart evolution while the huge masses who have been using evolved smart tools and have been degenerating exist. And then shadows are slowly beginning to cast over our society.


Look around you right now. Who do you see in your eyes? And what were you doing until just seconds ago? Do smart devices make our lives much more convenient? Do advanced technologies make our body and mind much healthier? If so, why are we doing more, becoming busier, and more time driven than ever before? If so, aren’t we becoming much smarter and healthier?


Since technologies are developed and our society is digitalized, the world has been more and more evolved, but people are more and more degenerated. Smart devices replaced humans, and we don’t need to move our body and think anymore. Our arms and legs have lost their functionality because we don’t need to use them. The capability of our brain is more and more deteriorated because we don’t need to memorize and think anymore. Everything is degenerated, and the only functions for life support and pleasure are left. What do you think of it? Don’t you think of a horrible scene in the movie? It’s an extreme example, but whenever I see people sticking to their phones as if it is a part of their body; riding a quick-board because they don’t like walk a little; riding a self-driving car because they don’t like to make a little effort to drive; getting so into autoplay and just staring blankly at the screen, terrible fear hits me. Moreover, the world where AI works just as hard as people do is coming. Before civilization and industrial revolution, human diligence to survive made us evolve, but after the beginning of revolution, human lazy instinct might make us degenerate.


As the same as all the gifts of civilization, using it or not is up to us who made them. And considering these gifts as tools and how to use them smartly is in our hands. AI rushing is expected to bring about an upheaval in UX design. The birth of digital technology gave us a new opportunity, and UX design has been in the spotlight as a promising career since the pandemic, but with the advent of AI, it could be polarized into evolving UX designers and degenerating UX designers. So who will survive in the future? A UX designer who uses AI tools well? Let me think about it; are great designers who we have admired good at using software tools?


A designer who will survive in the future is the one who questions and thinks, not who is good at using tools. Tools are just one means. Getting answers, whether it is the result of analysis; well-organized IA and user flow; or UI and graphic objects, doesn’t matter. Only thinkers can get new insight, make new strategies, design new stories, and create something better for humans through the art of questioning AI and generating the answer that they want to get from AI.


What kind of designer do you want to evolve into? Do you want to be a thinker?

If so, get rid of your “smart” things immediately that prevent your brain from thinking, and start to read books to exercise your brain. And don’t forget that the great philosophers of the ancient Greek who we knew were not just philosophers who practiced philosophy, but so much more than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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