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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 wany Jan 07. 2022

유통 혁신 기업을 이해하기 위한 사소한 개념

2020년도 코로나 시대에서 유통 혁신과 관련한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했고, 그중 식품 배달 부분은 가장 큰 수혜를 본 영역이라 생각한다. 한때 관련 업계에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아마존의 유통 혁신을 이해하려고 관련 자료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자 했지만 생각보다 이해를 도울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결국 업계 사람들, 업계 정보, 인터넷 정보들을 모아가며 업계를 이해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공부했던 내용들이 머리에 그나마 남아있는 지금 기억을 더듬으며 유통 혁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개념들을 정리해둬볼까 한다.




유통혁신을 바라보는 큰 관점  


유통은 결국 좋은 물건을 좀 더 싸게 판매하는지로 귀결되는 것 같다. 온라인 유통 역시 이와 동일한 궤를 함께 하는데, 온라인 유통은 기본적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다는 높은 접근성에서부터 유통 개념이 시작한다. 오프라인 소매점과 달리 대규모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에게도 소매점에 비해 훨씬 많은 물량을 일회에 주문 가능하다. 이런 대량주문은 당연히 기업으로부터 높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저렴하게 받아온 물건을 인터넷을 통해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전문용어를 넣어서 말하면 이는 납품기업에게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 달성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동시에 생산 안정성을 높여줌에 따라 발생하는 생산비용 감소분에 대해서 할인 혜택으로 돌려 받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커머스는 이러한 방식을 기본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


동시에 풀필먼트 물류 창고 운영 혹은 IT기술을 활용한 재고 운용 시스템을 이용해 재고 운용관리비용을 낮추고, 일회 배달시 보다 많은 물품 혹은 비싼 물품을 실어 배달하면서 운송 과정에서 수익성을 관리한다. 그리고 이커머스 플랫폼의 매출이 성장함에 따라 들어오는 광고 등의 수입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나아간다. 이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아래의 각기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한다.


#대량구매 #집적도 #직매직판과수요예측 #온라인광고 #풀필먼트 #가격정책






1. 대량구매의 힘: 규모의 경제


이커머스는 대량 구매를 통해서 물품의 납품 단가를 최대한 저렴하게 가져가는 전략을 기본적으로 구사하고 이는 모든 유통에서 동일하다. 이와 관련해 교섭력이란 개념을 이용해 쿠팡, 마켓컬리, SSG와 물품 공급사들이 가지는 관계를 한 번 설명해보고자 한다.


경영학 수업을 배울 때면 고전처럼 산업 경쟁 분석 도구로 마이클 포터의 '5forces Model'이 등장한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기존 기업, 공급자, 구매자, 잠재적 진출 기업, 대체품 총 5가지 범주에서 어떤 경쟁 역학 작용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틀로서 상당히 긴 시간 경영 환경 분석에 유용한 틀로서 역할해오고 있다. 그 모델에서 중요한 개념이 교섭력(Bargainin power)이다. 여기서 교섭력은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겠지만, 쉽게 가격 협상력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주문자와 공급자 사이에서는 주문자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공급사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할 수 있고, 그것이 공급사에게 단일한 채널인지 여부 등이 종합되어 서로의 교섭력이 결정된다. 이후 사안을 단순화해 얼마나 많은 물량을 주문하냐의 변수 하나로 교섭력이 결정된다는 전제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기준을 어떻게 하기 따라 다르지만, 다소 직관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에서 단순화하자면 쿠팡, 마켓컬리 SSG 3사 중에서 쿠팡이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SSG, 마켓컬리 순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상대적인 지표로 마켓컬리 가입자 수를 100으로 두고 쿠팡을 200, SSG를 150 정도로 가정하자.


예를 들어 각 3사에서 삼다수를 판매하기 위해서 공장에 물량을 요청한다고 하자. 그럼 마켓컬리는 100만큼의 주문을 넣을 수 있을 것이고, 쿠팡은 200, SSG는 150 정도를 주문을 넣을 것이다. 그리고 주문 물량이 클수록 주문사는 공급사에 대해 교섭력이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좀 더 많은 할인을 받아올 수 있는 순서인 쿠팡 > SSG > 마켓컬리 순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현실은 꼭 이론처럼 3사의 가격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SSG는 조금 특별한 지위에 있다. 바로 이마트라는 한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가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SSG는 부족한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이마트를 활용해 물량을 주문한다. 예컨대, SSG 이용자만 고려해 150의 주문을 할 것을 이마트 이용자까지 고려해 500 정도의 삼다수를 공급사로부터 주문한 다음 150을 SSG에 배분하고 남은 350을 이마트에 다시 배분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삼다수 주문에 대한 할인 폭은 SSG > 쿠팡 > 마켓컬리 순으로 정정된다.



결국 이처럼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곧 그들의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고 다시 그 가격경쟁력은 다시 그들로 하여금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커머스에서 최저가 전쟁은 매우 중요한 경쟁 지점이 되는 것이다.


* 추후 최하단에 쿠팡이 어떤 식으로 최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지탱하는지에 대해서 이후 설명하는 개념들을 종합해 언제 기회가 되면 기록해볼까 한다. 



  

2. 집적도 키우기 - 판매 제품 믹스의 고민


당연하게도 한 번 택배차량이 출하될 때 그 차량 안에는 가능하면 많은 택배 박스가 있을수록 경제성이 좋다. 매일 동일한 동선 속에서 일정 범위 내에서 배달하는 택배 기사의 입장에서는 한 번 운송으로 더 많은 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내용을 집적도라는 개념으로 업계에서는 표현한다. 예를 들어 A택배 차량이 한 번 출하하는데 기름값과 택배기사의 노동력에 대한 일당으로 10만 원이 지출된다고 하자. 그럼 한 번에 10개의 택배를 담고 운송하면 택배 하나당 1만 원의 운송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100개의 택배를 담고 운송하게 되면 택배 하나당 1000원의 운송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집적도를 높이는데 필수적인 부분은 당연히 주문건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커머스 유통 기업들이 매출 확대에 전략적인 주안점을 두는 이유가 이 부분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 기업들은 여기에 조금 더 복잡한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 단순히 박스를 많이 보내는 것보단 그 하나하나의 박스가 더 비싸다면 기업의 수익성이 훨씬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BS(Basket size)'라 불리는 일회 주문(배송) 건당 구입금액을 높이는 제품믹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전략적 고민을 한다. 예를 들어 A사에서 특정 식료품 판매의 성장세가 좋은데 사람들이 그 물건만 사서 BS는 1만원 수준으로 낮은 상황이 계속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그 제품과 함께 하면 효용이 높은 2-3만원 대의 공산품 라인을 더욱 보충해 BS를 끌어올리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3. 직매직판과 수요예측: 배송 기간 단축의 비밀


사실 쿠팡이 나오기 전에 다음날 배송은 매우 낯선 이야기였다. 그러나 2014년에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유통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2-3일이 기본으로 생각되던 배송이 어느 순간 익일 혹은 당일 배송은 물론 신선식품을 반나절만에 배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배송 속도의 변화가 가능한 이유이는 직매직판 방식으로 유통사들이 유통 구조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전에는 온라인 유통사들이 주문을 받고 제품 생산자에게 고객 대신 연락해 주문한 고객에게 해당 물건을 보내주라고 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은 이커머스들은 사전에 고객들이 살만한 물품들을 미리 공급사로부터 구매해둔 다음 재고를 창고에 쌓아둔 다음 고객 주문이 오면 창고에서 바로 배송을 보내는 직매직판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 맥락에서 풀필먼트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물류창고 운용 방식도 등장한다.)  



이렇게 직매직판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배송 속도에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기존 유통방식이라면 유통사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수령하고 제품 생산자에게 주문을 전달하는데 약 1일 정도 소요되고, 그 주문에 맞춰 물품을 공급사에서 고객으로 보내는데 또 다시 1-2일 소요가 된다. 그래서 보통 2-3일 정도 배송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직매직판 방식에서는 주문 후 바로 자사 물류창고에 연락을 해서 당일 저녁 혹은 익일 새벽에 택배를 보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3일이나 기일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존 택배 물류 유통사들은 물동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이커머스도 배송 서비스가 아닌 가격경쟁에 몰두하였기 때문에 이런 직매직판 방식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존, 쿠팡 등에서 배송 서비스의 차별화가 시장 지배에 주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후 많은 이커머스들은 이와 같은 직매직판 방식(혹은 적어도 자체 물류 센터에 물품을 보관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 이커머스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 물류창고 운용 비용, 재고 관리 비용 및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한 샘이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는 보관 중인 제품이 유통기한이 다하여 폐기되는 경우 치명적인 비용을 안게 되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회계적으로도 폐기되는 물건은 바로 영업이익을 깎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비용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관리하고자 노력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요예측 부분이다. 수요예측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여 선주문해서 폐기 물품 없이 모두 소진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물론 너무 적은 물품을 선주문하더라도 판매할 수 있던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예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켓컬리 등에서 AI를 이용해 수요를 예측한다는 뉴스 보도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바로는 적어도 1-2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실무에서는 AI가 사람들의 수요를 예측하기에는 그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오히려 오랜 경험이 있는 MD들이 직접 흐름을 보면서 수요예측을 하는 것이 폐기율이 더 낮게 관리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하단과 같은 기사는 실제로 효용이 있다기보다는 아마도 하이테크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홍보용 기사가 아닐까 한다. (물론 빅데이터를 이용하기는 하나 기사로 전달되는 느낌과 그 실상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https://m.etnews.com/20210818000196




4. 온라인 광고판 (배너광고수익)


길거리를 가다가 옥외 전광판을 자주 본다. 별생각 없이 지나갔던 그 옥외 전광판에 광고를 달기 위해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이상의 큰 금액이 지출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나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각 없이 지나가는 순간이라도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노출되기 위해 기업들은 그만큼 노력하는 것이다. 



이커머스 홈페이지는 물리적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이커머스 홈페이지는 어쩌면 하루 동안 강남대로를 지나가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지나가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럼 그 공간에서 하는 광고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그 공간에서 바로 구매까지 이뤄지니 말이다.  



실제로 배너 광고는 이커머스사에게 수입적인 차원,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하단에 티몬, 쿠팡, 마켓컬리의 홈페이지에서 메인 화면을 정리해보았다. 각 화면에서 메인 배너가 차지하는 공간이 가장 크다. 그리고 티몬과 쿠팡은 해당 배너에 삼성,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프로모션 행사를 광고하고 있다. 이런 프로모션은 보통 이커머스사 MD가 관련 기업과 몇 주에서 몇 개월 전에 사전 협의하여 일정 기간 광고를 해주는 대신 할인을 받아오는 식으로 진행한다. 물론 이외에도 배너를 이용한 다양한 방식의 판매 촉진, 기업 홍보가 동시에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이커머스사들은 수익을 얻는 구조이다. 




정리하면서

개념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부분도 너무 단편적으로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적었다. 그래도 머리에서 잊혀 가는 과거 기억들을 한 편으로 남기는 것 자체는 유익했던 것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적게 된다면 이 글의 후속 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을까 한다. 


# 유통 혁신 이해 위한 사소한 개념들 (2)에서 적을 내용 

# 1. 마케팅: 친구 초대 500원 지급의 의미

# 2. 풀필먼트: 물류센터 혁신과 아마존, 그리고 공산품과 식료품의 보관비용

# 3. 가격정책: 코스트코의 전략적 가격 정책 운용

# 번외: 밀키트와 신선식품, PB, 그리고 독특한 생수시장 


소셜커머스를 한국에 소개하며 모바일 커머스 1세대를 연 티몬, 익일배송 시대를 연 쿠팡, 그리고 신선식품 배송 시대를 만든 마켓컬리까지 생각해보면 유통 혁신은 인터넷을 이용한 비즈니스 중에 온오프라인을 엮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많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기업의 창업가들은 유능한 엘리트들이기는 했으나 압도적인 자본을 가진 재벌들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괜한 존경심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이제 새로운 유통의 시대는 점점 라이브 커머스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2018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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