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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Sep 29. 2015

괴산 시골마을에 '가정식 서점'연
부부에게 책이란?

작은 책방에서 책 쫌 팔아본 백창화 김병록 부부

 나는 초등 5학년 꼬맹이 시절부터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꽤 먼  거리 통학을 했다. 경기도 구석진 마을 출신의 당시 내 눈에 비친 소도시의 풍경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핫도그 가게, 떡볶이 분식점, 수십 개 문구점들이 도열한 교문 앞 풍경.... 특히 ‘서점’이 썩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성장소설, 연애소설, 신간 만화가 서가마다 그득했고 뭔지 모르지만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는 책들만 봐도 내 머릿속이 그득해지는 만족감을 맛봤다. 꼬깃꼬깃 용돈 모아 읽고 싶은 소설책 한 권씩 사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렇게 서점이 내게로 왔고 그 후로 서점은 힐링 공간이자 나홀로 놀이터가 되었다.


 회사 다니던 시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즈음 택시 집어타고 냅다 달려 나의 반디 앤 루니스, 영풍문고로 서너 시간씩 잠수를 타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다독가나 장서가는 아니다. 그냥 책이라는 지적인 향을 풍기는 공간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혼자서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50대쯤 북카페나 여행 북카페를 열거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 한 권씩 사 모으고 커피도 공부하는 중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책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그러다 백창화, 김병록 부부를 만났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의 저자인 그들은 충북 괴산의 시골마을 책방 주인장이다. '자연 속에 살고 싶다'고 10년간 외친 남편에게  세뇌당한 아내는 2011년 훌쩍 도시를 떠나 괴산미루마을의 책방 마님이 되었다.


180평 땅에다 건평 45평짜리 건물을 지어 책방 '야매 영업'하다가 가정식 서점 간판을 내건 게 1년 전이란다. 천정까지 꽉 들어찬 책장을 짜서 책을 배열하고 마당에는 과일나무와 허브로 정원을 꾸미며  ‘핸드메이드 서점’을 가꿨다.


 괴산행을 감행한 낭만파 부부에게는 물론 착실한 워밍업의 시간이 있었다. 잡지사 기자, 출판사 에디터 출신의 아내 백씨가 정발산동에서 10년간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한 ‘노하우’가 첫 번째 뒷심이었다.


두 번째 뒷심은 부부가 35일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4개 나라 서점, 도서관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유럽의 책 공간과 책 문화를 살핀 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책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답을 구하러 다닌 시간을 꼽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마음에 꼭 들게 책과 책장 배열하는 법을 배웠고 골목책방 B&B에 하룻밤 묶으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에  감명받았죠. 이탈리아 피노키오 국립공원에서 스토리텔링이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는 영감을 얻었죠.” 길 위에서 찾은 힌트는 부부가 만들 괴산 책방의 씨앗 설계도가 되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반드시 책을 ‘정가’에 구매해야 하고 다락방에서 하룻밤 묶어가는 북스테이를 하려면 면접까지 봐야 하는 요상스러운 시골 책방이지만 부부의 가정식 서점은 책을 좋아하고 아날로그 정서에 목말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입소문 났다. 지금은 전국에서 책 사러 온다고 부부는 슬쩍 ‘자랑질’까지 잊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7백59만 원, 이 가운데 수익은 25%. 허나 올해는 매출도 방문자도 늘고 있다며 부부는 느긋해한다. 

 

한편으로는 점점 쪼그라드는 전국의 작은 책방을 살리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러 뛰어다니고  목청 높이는 일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주거니 받거니 부부가 진솔하게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듣노라니 그들이 꼭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책 마음’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주인장이 권하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 지 ‘미래의 책 주인’을 향해 연애편지 쓰듯 손글씨로 한 권 한 권 띠지를 쓰고 낡은 그림책을 재활용한 책봉투를 매일 밤 만드는 아내 


그리고 지문이 닳도록 나무 책꽂이, 책 소품 만드는 목공 작업과 책 공간 가꾸기에 골몰하는 남편.

‘진심으로 짓는다’가 이거구나! 싶었다

 
 덕분에 앞으로 쉰 살이 넘어서 내가 만들고픈 책 공간의 얼개를 미리 그려볼 수 있었다. 백창화, 김병록 부부를 보며  설익은 책을 향한 풋사랑 단계를 넘어  어떻게 나의 공간에 진심을 녹여내야 할지 가느다란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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