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제뷰 Aug 12. 2021

도쿄 올림픽 메달 순위 추락의 이유와 유념할 것들

1.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본이 개최한 도쿄 올림픽이 폐막하였다. 코로나로 말미암아 취소될 수도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 대해 세계 언론은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에 도쿄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는 했으나 선수나 임원들이 확진이 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기대이상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진행된 것이다.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에 지친 전 세계인에게 쉼과 위로를 주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TV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청하고 응원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양궁, 펜싱, 체조 금메달 못지않게 여자배구의 4강은 한여름 밤과 낮의 기적처럼 다가오며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야구와 축구의 기대이하의 성적이 실망스러웠지만 수영, 남자 높이뛰기, 근대5종 경기 등에서 새로운 유망주가 발굴된 것은 큰 성과라 할만하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 획득을 못했지만 태권도가 스포츠 약소국에게 메달 기회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흐뭇함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도쿄 올림픽은 전 세계인에게 코로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1> 도쿄올림픽 메달 순위.   자료:네이버



2. 하지만 도쿄 올림픽의 메달 순위를 보면 당혹스럽다. 2020년 한국의 명목GDP순위는 세계 10위이다. 1984년 이래 한국의 하계올림픽 메달순위는 모두 GDP순위를 앞섰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에서는 전 대회(8위)보다 무려 8단계나 하락한 16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보다 GDP와 인구 규모면에서 뒤에 있는 캐나다, 뉴질랜드, 쿠바, 헝가리 보다 못했다.  금메달과 전체 메달 수에서 37년 만에 최저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이 다는 아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보다 도전을 즐기는 것이 좋은 자세일 수도 있다. 국민들도 과거처럼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축제를 축제로 즐기는 여유와 성숙된 모습을 보인 측면이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성적 지상주의와 올림픽 국가주의에서 결별하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지적이 일부 타당한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추락한 메달 순위를 합리화하는 어색한 분칠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만일 이번에 메달 순위가 10위내 들었다면 벌써 메달수상자들이 청와대에 초청되어 환영 행사를 열었을 것이고 언론의 보도도 자축분위기로 갔을 것이다. 선수들이 잘 싸워 메달을 많이 따고 국민들이 기분좋아하는 것이 국가주의의 발로라는 말인가. 축구, 야구, 여자배구의 치열한 승부를 보면서 져도 된다고 생각하며 본 국민들이 몇 명이나 될까.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도쿄 올림픽 선추촌 외벽에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12척을 연상케 하는 문구의 현수막을 왜 걸었을까.  





올림픽에서 메달 순위경쟁은 엄연한 현실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은 마지막 날 극적으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러자 미국 언론의 보도행태는 축제 분위기로 돌변했다. 일본은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3위에 오르는 선전을 했다. 이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부정적인 올림픽 개최 여론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주의에서 결별하였다면 다음 파리올림픽에서도 16위를 해도 된다는 말인가. 전 대회보다 무려 8 단계나 추락한 것은 좀 심한 것이 아닌가. 뭔가 구조적인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급락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3. 도쿄 올림픽은 이웃나라에서 열렸으므로 시차와 기후 적응면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GDP순위에 비해 지나친 메달 순위 추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가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스포츠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대표 선수 발굴과 육성에 차질을 빚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신치용 선수단 부단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내리막을 타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 만큼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약화되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생활 스포츠가 제대로 정착된 것도 아니다. 생활 스포츠는 1인당 국민소득으로 대변되는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성숙될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잘 설계되어 운영될 수 있고 그것이 우수 선수 육성의 토양이 되어 올림픽 메달 순위로 나타나게 된다. 도쿄올림픽 메달 순위 10위 이내의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선진국들로서 생활 스포츠의 건전한 발전과 토양 위에 엘리트 스포츠가 강성해져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GDP 규모 10위의 국력을 가진 국가가 생활 스포츠의 정착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치더라도 엘리트 스포츠의 꽃인 올림픽에서 부진을 면치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엘리트 스포츠가 상승세를 타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양궁의 금메달 4개는 현대차그룹의 장기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일수록 그렇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처럼 비인기 종목의 선수육성을 위해 후원금을 내면 감옥에 갈 수 있는데 기업들이 선뜻 돈을 내놓으려고 할까. 대한체육회장이 기업의 후원이 절실하다로 한 것은 기업들이 후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기업들이 지원에 소극적이면 정부가 역할을 대신해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뒷짐지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난지원금이나 수많은 일자리 및 복지 예산은 대폭 늘리면서 선수 육성과 스포츠 진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으로 연습하기가 쉽지않았다고 하나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국민의 사기에 미칠 올림픽 메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면 선수들의 훈련 여건 조성에 안이한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결과가 도쿄올림픽 메달 순위 추락이라는 것이다. 



자료: 연합TV 뉴스


4. 여기에다 도쿄 올림픽을 지나치게 정치화한 것도 메달 경쟁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녀의 입학 및 입사 혹은 자격증 시험을 앞둔 부모는 최대한 이웃과의 갈등을 피하고 가정의 화평을 지키려고 하는 법이다. 자녀가 공부에 집중하여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웃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을 둔 나라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 개최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다 무산시켰고, 조직위원회의 지도에 독도가 일본영토로 되어있다는 이유로 일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올림픽 불참을 주장하였다.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열심히 훈련하며 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맥빠지게 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한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가급적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정반대로 한 것이다. 


도쿄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중 한국선수단이 가장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매몰된 대회였다. 대한체육회는 도쿄 올림픽 선추촌 외벽에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12척을 연상케 하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다가 IOC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것을 내리고 다시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범내려 온다’는 문구와 호랑이 지도였다. 선수들에게 선전해 달라는 응원 메시지라고 하나 메달을 많이 따 달라는 국가주의적 호소와 일본에게는 꼭 이겨달라는 반일감정적 구호에 다름 아니었다. 그것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중요한 평정심 유지에 도움이 되었을까.  오히려 심리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5. 체육회는 또 선수들의 입맛 및 체력 관리를 위해 도시락을 현지에서 만들어 전달했다. 과거 올림픽에서도 그렇게 해왔다고 하나 방사능유출 의심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크게 홍보할 필요는 없었다. 선수촌 식당 음식을 매일 한 끼 이상은 먹고 있다고 뒤늦게 해명은 했으나 개최국이 가장 아파하는 상처를 건드리며  유별나게 식단관리를 한 것이 선수들의 기량발휘와 메달 획득에 무슨 도움이 됐나. 매일 한끼 이상 선수촌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면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다. 태극기를 들고 한국 축구선수들을 응원한 이바라키현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그런 처사가 좋은 모습이었을까. 


만일 한국선수단이 선수촌에 입촌하면서 우리는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을 믿는다고 밝히고 선수촌 식당을 이용하는 모습이 크게 보도되었다면 감동을 받은 일본 국민들의 마음의 응원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축구와 야구의 성적은 물론 전체 메달 순위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선수들은 훈훈하고 감동적인 분위기속에서 응원하는 마음이 모아질 때 더 잘 뛰고 운이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한국은 메달 순위 4위였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4강 신화를 이룩하였다. 그때는 한일 관계가 좋은 시절이었고 국민들의 마음을 결집시키는 양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반면 도쿄 올림픽에서는 일본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과도하게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우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트롯 2와 점수 공정성 논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