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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뷰 Mar 15. 2021

미스트롯 2와 점수 공정성 논란

1.

음악 예능 프로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음악 예능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사의 음악 예능 프로만 대여섯 개가 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수 선발전이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수 선발전의 인기 비결은 다양한 참여자 구성에 있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는 프로 가수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K팝스타〉, 〈슈퍼스타 K〉,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히든 싱어〉 등은 무명가수나 가수 지망생들의 등용문으로 각광을 받았다. 대중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좋아한다. 


인기의 또 다른 비결은 경연을 하는 방식에 있다. 예선 본선 준결승 결승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차례로 탈락시키거나 패자 부활전이 있는 것이 극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심사과정에 심사위원뿐 아니라 방청객과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것도 재미를 더하고 있다. 



2020년  KBS 전국 노래자랑 결선. 자료: KBS


2.

가수 선발전은 과거에는 전국 노래자랑, 대학가요제 등이 인기 프로였다. KBS의 전국 노래자랑은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지역의 가수 지망생들을 출연시켜 순위를 결정한 후 연말에 최종 순위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은 방송국 관현악단장, 작곡가, 유명가수 등 전문가들이었고 그들의 점수에 의해 순위가 가려졌다.


1980년대 심사방식 중에 주목되는 것은 출연자들이 열창을 하고 있는데 심사위원이 ‘땡’ 하고 종을 치면 불합격 처리되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건 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열심히 부르고 있는데 박자· 음정 등이 좀 틀렸다고 그만하고 내려가라는 것은 출연자를 대중 앞에서 무안하게 하는 것 같았다. 방송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방송사의 입장만 반영하고 가창력을 주로 따지는 심사편의적 발상으로 보였다. 


여기에다 시청하는 가족들이 각자 생각하는 우승자가 다른 경우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때로는 여러 명이 우승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심사위원들이 가창력만 따지고 얼마나 대중적 감동을 주었는지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심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문제는 해결되었다. 시청자들이 휴대폰의 문자로 가장 잘 불렀다고 생각하는 가수의 이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지 혹은 누가 더 감동적인 무대를 펼쳤는지에 따라 방청객과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가수 선발전에서 일반화되었다. 시청자들이 채점에 참여하면 공정성 논란이 줄어들면서 시청률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의 흥행실적은 시청률이 좌우한다. 시청률을 높이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노래 프로가 더 재미가 있기 마련이다. 



미스트롯2 진 양지은의 열창 모습. 자료: TV조선


3.

최근에는 트롯가수 선발전이 대세다. TV조선에서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으로 임영웅과 송가인을 배출하자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노래 경연에서 가수들의 노래 솜씨가 대단하다. 새로운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재미가 있다. 기성 가수들 노래보다 훨씬 좋은 경우도 많다. 여기에다 문자투표로 심사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음악 예능 프로에서 노래의 장르를 특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 오디션 과정에서는 트롯, 국악, 빌라드 등 어떤 유형의 노래를 불러도 되었다. 문제는 본선에 올라가 미션을 받을 경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발라드가 전공인데 트롯을 불러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곡조를 주어진 시간에 연습하여 부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운이 작용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은 트롯으로 국한했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트롯가수는 트롯만 잘 부르면 되는 것이 아닌가?  


4.

TV조선은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 트롯 2에서도 대박을 쳤다. 미스트롯2는 장장 12주 동안 안방극장 채널을 고정시키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였다. 양지은이 '제2대 미스트롯 진’으로 탄생하면서 화려하고 감동적인 피날레를 맺었다. 결승전 최종 2라운드가 펼쳐진  미스트롯2 최종회는 최고 시청률 35.2%를 기록, 마의 시청률이었던 35%를 돌파하며 공개 오디션 프로 역사의 새 이름 썼다


미스트롯2 대박의 비결은 먼저 넘치는 개성, 끼와 실력, 그리고 호감형 외모까지 두루 갖춘 스타형 참가자들이 출연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들의 각양각색인 끼와 흥의 대향연이 펼쳐지면서 매주 순위 변동이 일어나면서 시청률의 고공행진을 담보하였다. 장윤정, 조영수 등 전문가 심사위원인 마스터들이 참석자들을 재치 있게 다독이고 엄격한 심사 기준을 가지고 울게, 때론 웃게 만드는 심사평을 쏟아낸 것도 감동을 더하는데 한몫했다. 



자료: TV조선


5.

그러나 흥행 대박의 최대 요인은 시청자 문자투표의 위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스트롯2의 최종 점수는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와 결승 1,2라운드의 마스타 점수 및 시청자 문자투표 점수를 합산하여 결정된다. 대국민 응원 투표 총 27,158,693표 중 각 참가가의 득표 수를 기준으로 환산하여 1200점부터 1100점까지 부여하였다. 실시간 문자투표는 2,184,115 표 중 유효투표 1,820,431표를 참가자의 득표수 비율로 환산하여 최고 1,100점부터 내려가면서 점수를 부여하였다. 


미스트롯2 진(양지은) 선(홍지윤) 미(김다현)의 결승 1,2라운드 부문별 점수를 비교해보자.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홍지윤은 1200점(1위), 양지은은 1185점(2위) 김다현은 1155점(4위)을 받았다. 점수차는 크지 않다. 마스터 점수는 결승 1,2 라운드 모두 홍지윤이 1위, 양지은이 5위, 김다현이 7위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실시간 문자투표 점수를 보면 결승 1,2 라운드 모두 홍지윤이 3위, 양지은이 1위, 김다현이 2위를 차지하였다. 양지은은 결승 1라운드에서 마스터 점수 열세를 문자투표 점수로 뒤집고 1위로 올라섰다. 문자투표가 역전의 발판이 된 것이다. 


결승 2라운드에서는 문자투표 비중은 더 높아졌다. 1라운드는 최고점이 1100점이나 2라운드는 1500점이나 되었다. 2라운드에서 시청자들의 관심도와 참여도를 높여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2라운드에서 양지은과 홍지윤의 총점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결국 미스트롯2의 최종 우승자는 문자투표가 좌우한 셈이다. 전문가인 마스타들은 5위라는데 시청자들이 1위라며 몰표를 주자 최종 1위가 된 것이다.



미스 트롯 2 선 홍지윤의 열창 모습. 자료:TV조선



6.

여기에 대해 전문가 점수보다 일반 대중의 투표 점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마스타 점수는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평가한 점수인데 비해 문자투표는 정서적이거나 아마추어적 취향에 따른 몰표에 의해 편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자투표가 고향 출신 출연자에게 집중되는 것은 애향심의 발로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우리 지역 출신이라고 무조건 점수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실제 어느 지역의 도민회 중앙회에서 출향민들에게 고향에 사는 출연자를 밀어주자는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반면 시청자 문자투표 점수는 일종의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음향 예능프로를 시청해온 국민들의 노래 실력과 평가하는 수준이 높아진 만큼 각기 다른 취향의 표가 모이면 그것이 실력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결승 1, 2라운드 문자투표에서 모두 1위 한 양지은이 1,2라운드 마스타 점수에서 모두 5위를 한 것은 심사위원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점수를 준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공정성 논란이 시청자 투표에서 전문가들의 심사방식으로 번진 것이다. 


이미자, 나훈아, 주현미 이후 대중 음악의 주류에서 밀려났던 트롯은 미스트롯2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준 TV조선의 예능프로 기획력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미스트롯과 미스터 트롯이 국민적 인기 흥행 몰이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스트롯 2 진행과정에서 나온 문자투표의 높은 비중, 지역주의, 전문가 심사방식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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