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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뷰 Nov 03. 2021

골프장 출입과 일제차 승차

1. 골프가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가 안겨준 반사이익이다.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니까 국내 골프장의 수요가 폭발하였다. 마스크 쓰고 답답한 실내에 있기보다는 탁 트인 잔디밭에서 공을 날리고 홀에 넣는 기분이 짜릿하다. 때마침 젊은 세대에 골프바람이 불었다. 요즘은 데이트를 할 때도 골프레슨이 편리하다고 한다. 골프가 말문을 열게 하여 금방 친해지게 한다는 것이다.  


골프장에 갈 땐 좀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복장과 기구도 그렇지만 승용차가 중요하다. 재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이들이 골프를 많이 치는데 차는 그것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산차는 제네시스 정도는 되어야 하고 수입차는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렉서스, 혼다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의 고급차를 가진 골퍼들을 당혹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북의 한 골프장이 내년부터 일제 자동차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장사가 매우 잘 되는 골프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 고객이 너무 많아 일제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받지 않아도 돈을 버는데 지장이 없어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2. 이 골프장의 주인은 동업자들과의 나눔 정신이 투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일제차 손님은 받지 않아도 되니 부근의 다른 골프장이 받아 영업실적을 올리라'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도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 우리는 '애국기업이니 많이 와 달라'는 호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 장소에 대한 고객의 출입을 특정 국가의 기업이 제조한 차량 탑승 여부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 고객의 자유로운 접근을 막아 현행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만일 “중국제 스마트폰을 가진 고객은 우리 업소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할 경우 중국 측이 가만히 있을까. 특정 국가의 제품을 사용한다고 불이익을 받을 경우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골프장 관계자는 “일제의 핍박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신 조상들의 공로를 잊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개인기업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골프장 측의 견해와 입장은 존중해주고 싶다.


3. 그러나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골프장 측은 그러면서 “저희 회사의 소신을 응원해 주시고 응원하시지 않더라도 침묵으로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당부하였다. 응원하지 않을 고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양해를 구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좀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 것은 아닐까. 소비자들은 일제차가 좋으면 사용하는 것인데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주권을 침해할 소지도 없지 않다.


한국의 어느 골프장이 일제차 출입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일본에서 많은 골프장을 인수하여 운영 중인 한국인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본 골퍼들이 혹시 한국인이 소유하고 운영 중인 골프장이라고 해서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며 걱정하지는 않을까. 이 소식을 미쓰비시자동차 경영진이 들으면 뭐라고 할까.  미쓰비시는 현대차가 포니차를 개발할 때 기술을 이전해줘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었다. 일본 자동차 기업의 상당한 도움이 없었으면 오늘날 현대· 기아차가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일본 자동차 업계는 “도와줬더니 호랑이를 키우고 말았다”며 자탄하기도 했었다. 


4. 코로나19 이후 일본에서는 이른바 ‘제4차 한류’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내 코스트코 점포에서는 LG LED TV가 일제를 몰아내다 시피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일본에서도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K-팝, K-영화에 이어 K-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가 OTT 서비스를 통해 일본의 안방에 자리 잡았으며, 이를 계기로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에 대한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K-푸드가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반면 국내 마트에서는 수년 전에는 잘 팔리던 아사히맥주와 홋카이도 맥주를 진열대에서 보기가 힘들 정도이고, 일제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의 글로벌 패션브랜드 유니클로의 상당수 매장이 장사가 되지않아 문을 닫았다. 일본인들은 한국 제품의 질을 평가하고 소비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어떤가. 


한국의 일인당 구매력 평가 GDP는 일본을 추월하였다. 일본에 대해 이제 좀 의연해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한일 간에 과거사로 인한 외교현안과 경제관계는 분리하여 대응하는 것이 양국 정부와 기업 및 국민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한일 양국의 골프장에서 국적, 원산지 따지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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