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기원
아주 먼 옛날
그는 너무 잦은 이별에 지친 나머지
사랑을 하는 게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악마들이 그를 지옥으로 데려갔다.
당신은 아주 훌륭한 일꾼이군요.
악마들의 추천서를 받은 그는 지옥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손쉽게 통과했다.
이제 그의 서류가 진짜인지 확인만 받으면
그토록 바라던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장점. 첫 번째 애인에게 물려받은 습관이었다.
그의 두 번째 장점. 두 번째 애인에게서 배운 습관이었다.
그의 세 번째 장점. 세 번째 애인에게서 뺏어온 습관이었다.
그의 장점들이
사랑하며 생긴 습관이란 게 탄로날 때마다
악마들은 그가 부당하게 챙긴 이익을 빼앗아갔다.
악마가 마지막으로 눈물을 빼앗아 갔을 때
그는 자신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신원조회도 안 되는 이를 채용할 지옥은 없어서
그는 지상으로 되돌려보내졌다.
이제 그의 습관은 매일 매일 착실히 나이를 먹는 것.
그렇게 그는 시간의 애인이 되었지만
둘은 결코 서로를 만지진 않았다.
사람들이 흐르는 시간에 금을 긋고
제 몸에 습관이란 낙인을 새기려 애쓰게 된 건
그 때부터다.
이 이야기는 풀칠 194호 <습관을 팝니다> 중 발췌.
링크에서 에세이레터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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