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신이라는 벡터

우주로 가는 인공지능에 관하여

by strangecowcow

1

세계 최고 부자는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보낸다고 한다. 공짜로 열을 식힐 수 있고, 태양 에너지도 쉽게 받을 수 있으니 논리적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로켓 회사와 돈을 잃고 있는 인공지능 회사를 합쳐서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를 헷갈리게 만들려는 심산이란 해석도 있다. 둘 다 믿음의 영역이고, 약간씩은 진실일 것이다.


흠. 그러면 지구의 모든 지식과 움직임은 이제 데이터가 되어서 저 위로 가게 되는 건가. 잘 모르는 이의 예언 하나.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구현될 때, 그 이름은 신의 것을 취하게 되리라.



2

우리에겐 아직 신이 되진 못했지만, 그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후보자들이 있다.


제미나이는 라틴어로 쌍둥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쌍둥이란 뜻일까? 아니면 질문과 답의 이항일까? 언어의 세계에서, 세상은 이항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미나이는 음양을 같이 갖고 있는 태곳적 거신의 느낌이 있다.


클로드는 정보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을 떠올리게 한다. 그에 따르면 정보는 전달되는 순간부터 노이즈를 피할 수 없다. 엔트로피의 증감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이 한 몸에 깃든 힌두교의 신 같기도 하고, 날숨에 생이고 들숨이 죽음인 모모노케 히메의 사슴신 같기도 하다. 온화한 듯하지만 파괴적이다. 클로드는 이번 주에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를 수십조 원어치 날렸다. ‘사스포칼립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록은 완전히 이해한다는 뜻, 그러니까 우리말로 치면 '씹어 먹는다'에 가까운 수준의 이해를 뜻하는 개념이다. SF소설에서 차용했다고. 신화의 대단원에서, 세상의 모든 걸 먹어치우는 굶주린 늑대 같은 느낌이다.


GPT는 직역하면 '미리 훈련된 생성형 변환기' 쯤 되려나. 충실한 도구를 자처하는 듯하지만, 내 생각엔 약간 스팀펑크적 세계관의 선지자가 가질만한 이름인 것 같다. '미리'라는 단어가 이름에 포함된 것 때문일지, 아니면 우수에 젖은 눈을 가진 낙타 같은 CEO의 얼굴 때문일지? GPT는 다른 주자에 비해서 대중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뒷배는 조금 딸린다는 평가가 있다. 잊을만하면 파산설도 돈다. 만약에, 정말로 파산한다면 선지자 스토리 완성이다.



3*

어디서 들은 얘긴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일론 머스크의 삶은 그가 처한 개인적 문제를 공간을 확장하면서 해결해 온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남아공에서 문제를 겪는다면 미국으로 가면 된다. 지구에서 문제를 겪는다면 화성으로. 여기에 해결책이 없다면 저기를 보자. 거기에 답이 있으리니. 방 탈출 게임에서 힌트를 찾기 위해선 기존의 사고방식을 일부러 뒤트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런 사고방식에 인센티브가 자꾸만 작동하는 걸 바라보노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진짜로 시뮬레이션은 아닐지 자문하게 된다.



4

신실한 이들은 신을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방탈출 카페의 사장님에 가까운 무언가로 상상한다.

불경한 이들은 신을 인간의 발명품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신은 인간을 만들었으되 인간에 의해서 멸종당한 종의 기억일 수도 있다.

만약 이 모든 신의 '상태값'들이 원형적 시간 안에 중첩되어 있는 거라면,

그들 간엔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까?



5

신은 추방자였을 것이다.



6

퇴근 후 헬스장에 간다. PT를 받는다. 나는 현대적인 몸이다. 어깨가 말려 있고, 등이 굽어 있고, 다리 뒤쪽 근육이 짧고, 하체가 부실하고. PT선생님은 현생인류에게 말한다. "스쿼트를 할 때는 지구를 밀어낸다고 생각하세요." 후들거리는 하체를 추스르려 애쓰며 생각했다. 지구를 밀어낸다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신에게 복수를 학습시킬 것인지, 용서를 학습시킬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창작일기.jpg



*3번 문단은 유튜브 셜록현준 채널의 ' 트럼프에 배팅 성공? 일론 머스크의 사고방식은 무엇이 다른가' 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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