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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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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16. 2022

'그렇게 굴 거면 네 나라로 돌아가!'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말을 마음속에 품게 될 때...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아침을 먹으며 그와 대화하다가 흐르고 흘러 튀어나온 K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보기엔 사람 좋아 보이는 K, 그러나 한때 자신이 리더로 있는 팀의 팀원들을 다 떠나가게 하며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지금은 나아졌으려나? K 나라의 아랫사람을 대하는 관습대로 행동하다가 이 나라 문화와 충돌을 일으켜서 발생한 사건이 아닐까 조심스러게 추측해보았다.


문득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일화가 떠올랐다. 팔 한쪽이 탈리도마이드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되는 외형을 가진 청소부가 있었다. 출근 때 종종 마주치곤 했는데, 조용히 목례를 하고 지나쳤다. 그녀가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존경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쪽 팔이 불편해서 청소하는 일이 더 고될 텐데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가 당연히 존경스러웠다. 


어느 날, 출근하며 마주친 그녀는 내 동료 한 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늘 하던 데로 목례를 하고 지나친 나는 잠시 후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동료와 휴게실에서 마주쳤다. 동료는 그녀와 나눈 대화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일부 인도인들이 청소부인 그녀를 멸시하는 눈빛을 보내서 속상하다는 하소연이었다. 


당시 회사엔 인도인 개발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어느 나라 출신이든 상관없겠지만, 인도 출신 개발자들은 좋은 사람도 많았지만, 이상한 사람도 상당했다. 특히, 표면상으로 사라졌지만, 실존하는 카스트를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 친한 인도 출신 동료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이 그녀를 불가촉천민이라도 된 듯이 대한 것 같았다. 분명 대화는 나누지도 않았을 테고, 그녀를 피하는 눈빛과 태도가 그녀에게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저 전해 듣는 이야기였는데도 화가 났다.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들에게 '그 따위로 행동할 거면, 너네 나라로 돌아가! 여긴 모두가 평등한 핀란드야!'라고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인도인이라서 나쁜 게 아니다. 그냥 나쁜 사람이 인도인이었을 뿐... 국적으로만 말하자면 나는 나쁜 핀란드인, 영국인, 한국인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이상하거나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래서 그저 본성이 못돼 처먹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지구인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지구인들아! 집을 나설 때 제발 나쁜 관습이나 문화는 두고 오렴~ 아무도 네 못난 태도를 받아주고 싶어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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