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채식주의자와 살면서 채식주의자들을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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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채식주의자 하면, 왠지 의식 있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사는 식재료나 사 먹는 음식에 대해 채식 여부를 따져야 하니 평균 이상으로 음식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넓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진 않더라도 채식을 위해 음식을 챙기다 보면 자연스레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애쓰지 않을까? 식단에서 육류와 어류를 제외해 생긴 단백질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영양의 균형을 따지지 않을까?
실제로 그와 함께 하기 전에 알던 채식주의자들은 음식을 사랑하는 나보단 조금 덜할지라도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영양적인 측면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그와 함께 살면서 내가 채식주의에 대해 대단한 편견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채식에도 다양한 정크푸드가 있고, 음식에 대한 관심 결여로 편한 음식만 찾으며 정크푸드 위주로 살아가는 채식주의자들도 상당했다. 어쩌면 가족이 아니라서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던 것이다. 가족이니까 그가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의 식습관이 더 눈에 띄었다.
그로 인해 채식주의에 대한 편견이 깨지자 건강하지 못한 채식주의가 눈에 들어왔다. 수행과 채식으로 건강할 것 같은 스님들도 일반인들과 다를 것 없이 아프다. 특히,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한 질병은 스님뿐 아니라 채식주의자든 아니든을 떠나 일반인들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사실상 존재하는 인도의 카스트에서 상위층에 해당하는 브라만과 크샤트리야들은 대체로 채식주의자들이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비만으로 보인다. 그 원인을 인도의 디저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크푸드를 즐기는 채식주의자를 가까이서 보면서 특정 식단이 건강할 것이라는 나의 착각은 어느 식단을 선택하든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의 아침은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호밀빵 샌드위치로 건강한 식사다. 그러나 아침을 제외하고 스스로 챙겨야 하는 끼니는 최대한 준비하기 쉽고 먹기 편한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가 주로 선택하는 음식들은 냉동피자, 냉동 베지 너겟, 베지 볼, 라면, 채식 파이, 치즈 퀘사디아 등으로 채식주의자 하면 생각나는 신선한 채소와는 거리가 있다. 그가 집에서 챙겨 먹는 식사보다 오히려 밖에서 사 먹는 식사가 영향상 균형을 이룰 확률이 높다.
나와 살면서 달라진 점은 내가 해주는 음식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보기도 좋아하지 않기에 그가 좋아하는 채식 정크푸드도 주로 내가 구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심 없는 분야엔 신경을 아예 안 쓰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 맥주를 찾을 때를 제외하고는 냉장고 안도 유심히 살피지 않는다. 그를 위한 음식이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있는지 몰라서 유통기한을 넘기는 음식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덕분에 식사시간이 되면 내가 준비한 음식이 있는지 자신이 먹을만한 간편식이 있는지를 내게 묻는다. 특히, 내가 준비한 음식은 대체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일 확률이 높은 데다가 차려주기도 하니까 어쩌면 그에게 최고의 간편식일 수도... 아마도 채식 정크푸드도 내가 사다 보니 본인 양껏 먹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정크푸드뿐 아니라, 그는 핀란드 사람답게 사탕을 매우 좋아하고, 술도 좋아한다. 그의 손이 닿는 거리에 놓인 젤리나 초콜릿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습관적으로 씹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견과류나 병아리콩으로 사탕들을 대체해보았는데, 젤리나 초콜릿을 먹듯이 끊임없이 먹지만, 젤리를 더 찾는다. 치즈도 좋아해서 큰 덩어리가 아니라면 앉은자리에서 다 먹어서, 내가 맛보고 싶은 치즈라면 한 조각 잘라서 따로 보관해야 한다. 안 그럼 그의 배려 없음에 한 없이 서운해질 때가 있다. 어쩌다 사다 놓은 치즈가 보이지 않아 행방을 물으면 그는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멋쩍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