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Jan 24. 2024

무의식적 장바구니 집착?

정신이 나갔다. 피곤한 걸까?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4. 1. 24


아들학교상담이 끝나고 동네 쇼핑센터로 향했다. 보통 장 볼 때 쇼핑센터에 있는 각기 다른 슈퍼마켓 다 도는 편이다. 각각의 상점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산책과 휴식을 대신기도 한다. 원래 다니는 동선대로 첫 번째 슈퍼를 갔다. 언니와 통화를 하며 채소와 과일을 보는데 상품 배열이 바뀐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문득 내 팔에 장바구니가 두 개나 끼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당황스럽고 쪽 팔린 마음에 서둘러 장바구니 하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렇게 그냥 잊어버릴 일이라 생각했는데... 


다음 상점으로 향했을 때도 가게에 배치되어 있는 장바구니를 들었다. 이번엔 팟캐스트를 들으며 상점을 둘러봤다. 계산을 잘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와인가게로 향하는데, 문득 손에 들고 있는 장바구니가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내가 왜 이걸 들고 있지? 어느 상점 거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는데, 보아하니 위층 상점에서 계산하고 나올 때 장바구니에 계산한 물건을 잘 담아서 그대로 들고 나온 것 같았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장바구니를 돌려놓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모든 게 귀찮았다. 어쩌면 쪽팔려서 그랬는지도. 무슨 마가 낀 날인가? 못 되게도 근처 빈 벤치에 장바구니를 살포시 올려두고 와인가게로 향했다. 


와인가게에서는 원하는 물건만 손으로 집어서 계산했기에 장바구니 문제는 없었다. 와인가게 이후, 다른 슈퍼로 향할 때는 장바구니 문제를 회피하려고 쇼핑카트를 사용했다. 쇼핑카트의 무게감은 장바구니와 달리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 무심결에 이상한 짓을 하지 않으리라. 이후엔 무탈하게 장보기를 마무리했다. 장바구니와 얽힌 어이없는 일의 원인을 찾아, 쇼핑센터까지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의 아침과 등교를 챙겼다. 나도 아침을 먹고, 자잘한 집안일을 했다. 한동안 책상 앞에 앉아 최근 시작한 코딩공부를 했다. 졸음이 몰려와 홈트를 했다. 아들학교상담약속을 생각하면 조금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시간 활용측면에선 최적이었다. 홈트 후 샤워하고 학교로 향했다. 상담 후엔 쇼핑센터로...


쇼핑센터에선 전혀 급할 게 없었다. 상담은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됐지만, 마음이 급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들의 담임선생님이었다. 내가 마음이 급했던 시간은 홈트 할 때였다. 제시간에 홈트를 끝내야 빨리 샤워하고 아들학교에 늦지 않게 갈 수 있었으니까. 학교를 마친 딸에게 아들학교상담 덕에 우리가 집에 없을 수 있다는 걸 알리러 갈 때는 마음이 조급했다. 혹시 딸과 어긋날까 봐. 그래도 상담하는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았는데... 은연중에 벅찼나 보다. 빡빡하지 않게 그러나 풍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다. 대체로 마음이 너무 앞선다. 그래서 어이없게 장바구니에 집착을 하는 행동을 보인 거겠지.


조금 천천히 해도 좋아. 헤매도 괜찮아. 길게 보면 큰일이 아니야. 차분히 가다 보면 원하던 곳에 도달할 거야. 내가 원하는 시간이 아닌 내게 적당한 시간에...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철 가족연례행사: 바다 위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