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작 공포영화 다섯 편을 보고 느낀 공포영화의 특징
사람들이 대개 우리나라 공포영화 중 명작이라 꼽는 영화들은 비슷한 것 같은데 그 중 다섯 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여고괴담(1,2)』 2. 『장화, 홍련』 3. 『알포인트』 4. 『불신지옥』 5. 『기담』
참고로 이 영화들은 전부 다 감상이 끝난 영화들로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다 보니 TV에서도 여러 번 방영을 해 준 바 있습니다.
보통 각 나라마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다른데, 물론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부분이 공통적인 경우도 많지만 대개 환경이나 자연적인 조건에 따라 사람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대상이 달라 공포의 대상도 달라지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이 공포영화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되는 모양인지 미국이나 일본의 공포영화랑은 다른 부분이 느껴집니다.
위의 『여고괴담』 1편만 하더라도 폐쇄적인 학교가 배경이라거나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유령이 된 것은 일본이나 미국 공포물(예 : 『캐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지만, 학생들끼리의 지독한 경쟁의식과 그걸 부추기는 교사들의 문제적인 행동 때문에 원한을 품은 귀신이 탄생했다는 점이 굉장히 특이한 편입니다.
즉, 똑같이 사람을 해코지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탄생에 여러 가지 복잡한 사연과 서사가 존재합니다. 『장화, 홍련』은 전체적으로 주인공 수미의 (의도하진 않았어도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망상극이지만, 그 뒤편에는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존재가 있으며 마지막의 진실을 통해 그 유령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암시해 줍니다. 타고난 악이나 요괴 같은 존재는 드물며 해소되지 못한 개인의 비극과 원한이 사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상당수.
영화 『불신지옥』에서도 가장 공포의 대상이라 생각한 희진의 동생 소진은 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당한 채 죽음을 맞은 가엾은 존재이며 오히려 그런 오해를 하게 만든 것은 주위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기만으로 인한 속임수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틀림없는 초자연적인 힘(신기)을 가졌고 그 힘이 작중에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기주의자들을 징벌한다고 해석되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한국 공포영화에서 처음부터 사람을 해치기 위해 태어난 모진 존재보단 원래는 평범할 수 있었던 인물들이 귀신이 되어서까지 원한을 해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유령에게 습격당하는 희생자들일 경우 반드시 무고한 존재라고는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들이 희생자가 되는 사연을 설명하기 위해 삽입된 서사일 뿐이며 영화에서 반드시 선악이니 시시비비를 판단하면서 사이다 같은 응징을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편입니다.
오히려 유령의 출현과 원한을 해소하는 과정 자체가 공포스러우면서도 한편의 비극에 가깝단 느낌이랄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공포에 가까운 묘사가 부족하지는 않게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명작으로 꼽는 다섯 편의 영화들은 비극적인 서사에 쏠려 본래 장르의 분위기를 잃어버리지도 않았고, 장르적 분위기만 추구하다가 서사를 엉성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은 케이스.
영화 『불신지옥』이나 『알포인트』에서도 희생되는 인물들은 제각기 죄를 지었다 할 수 있는 인물들이나 이기적이라 부를 만한 면모를 가진 인물들이긴 하지만, 그들이라고 마냥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들은 아니며 속물적인 유형이 많고 때로는 자기 죄의식에 눌려 파멸하거나 하는 장면도 자주 묘사되곤 합니다.
또한 공포담에서 특정 장소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유령의 존재보다 초자연적인 공간이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영화 『알포인트』의 로미오 포인트나 『기담』의 아오이 병원이 특히 그러한데 이 두 장소 또한 원래 악마나 요물이 거처한 장소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원한이 모여 공간 자체가 뒤틀린 장소라는 경향이 강하며, 그렇게 한 장소에 원한이 모이게 된 경위도 타고난 터의 위험보다는 비극적인 사연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성향은 『알포인트』나 『기담』이 특히 그렇지만 다른 공포영화 『여고괴담』의 학교, 『장화, 홍련』의 별장, 『불신지옥』의 아파트 역시 작 중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유령 탄생까지 비극을 잉태한 곳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 이 포스트는 네이버 블로그 /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일부 수정하여 다시 게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