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시리즈와 『블레어 위치』 시리즈의 공통점
보통 동양의 공포물과 서양의 공포물은 근본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가 다르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물론 같은 동양이나 서양이라도 모든 나라들이 비슷한 것은 아니라, 각 나라마다 계절이나 환경이 달라 이것이 공포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는 등 차이점이 분명 존재는 합니다. 하지만 환경적인 차이,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 공통적으로 사람들에게 공포를 자아내는 요소 또한 존재한다고 느끼는 부분이 없지도 않은데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보게 된 공포영화 『주온』 시리즈와 『블레어 위치』 시리즈를 보면 만들어진 배경은 달라도 어떤 공통점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이 영화들의 공통점을 정리하면 대강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주받은 장소 : 초자연적인 힘으로 주인공들을 끌어들이는 배경으로 과거의 사건과 관련된 고립된 환경이 공포의 장소로 등장합니다. 저주를 받는 당사자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특정 장소에 방문한 것이 원인이 됩니다.
『주온』 : 영화에선 카야코와 토시오 모자가 살해당한 집이 배경이며 그 집에 한번 발을 들인 자는 저주를 피할 수 없어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거나 행방불명됩니다.
『블레어 위치』 : 과거 마녀가 살해당한 버키츠빌 숲이 배경으로, 그 숲에 발을 들인 자들은 숲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거나 행방불명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온』 시리즈는 어느 마을에나 있을 법한 일상적인 건물이 저주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이고, 『블레어 위치』는 버키츠빌 숲이라는 마을과 근접하지만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는 숲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주온』 시리즈는 저주받은 인물이 문제의 집을 벗어나도 원혼이 따라다니지만 『블레어 위치』 시리즈는 숲 안에 저주받은 대상을 가둬놓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2. 저주를 뿌리는 주체 : 원귀 혹은 마녀가 된 여성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성의 원한이 저주를 촉발시킨 원인입니다. 처음에는 원한의 대상을 살해했다가 이후 무차별 살인범처럼 무작위로 저주를 뿌리게 됩니다.
『주온』 시리즈의 카야코는 의처증인 남편 때문에 불륜을 한다는 의심을 받아 아들과 함께 잔인하게 살해됩니다. 그의 시신은 다락방에 방치되었고 이후 원귀가 되어 자신을 살해한 남편을 비롯하여 자신의 짝사랑 대상까지 살해하고 이후 집에 발을 들였을 뿐인 인물들까지 무차별하게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블레어 위치』 시리즈의 엘리 케드워드는 마을 아이들이 퍼뜨린 소문으로 마녀로 몰려 버키츠빌 숲에 방치되어 죽음을 맞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사지에 바위를 매다는 형벌을 주었는데 이후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행방불명되고 버키츠빌 숲과 관련된 아동 살인사건과 행방불명 사건이 이어집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온』 시리즈의 카야코는 살해당했다는 암시가 영화에 뿌려지는 반면, 『블레어 위치』 시리즈의 엘리 케드워드는 속편에서 전말이 확실하게 드러난 편으로 그 이전에는 진짜 마녀인지 억울한 희생자인지 모호했다는 측면이 존재합니다. 또한 『주온』 시리즈의 드라마판을 따르면 저주의 발생이 카야코와 토시오 모자가 아니라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일단 살해당한 여성의 원한이 저주의 배경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보통 동양권에서 사람에게 공포를 불러들이는 요소인 원귀는 대개 억울하게 살해당하거나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여성들의 원한을 상징하는 케이스가 다수인데 보통 설화 속에서 원귀들은 원한을 풀고 성불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어떤 경우 원한을 간직하며 끝까지 사람을 괴롭히는 악질적인 케이스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는 성불 엔딩을 최적으로 치는 한국 설화에서도 간간이 발견되는 종류. 『주온』 시리즈는 이런 전통적인 괴담의 클리셰를 따라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서양권에서 마녀는 악마를 섬기는 존재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마녀는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여성들을 희생양 삼아 누명을 씌워 처형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블레어 위치』의 속편에서 엘리 케드워드의 전말이 등장인물인 레인의 입으로 제대로 드러난 것은 '마녀'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듭니다.
3. 저주를 피하는 요인 : 같은 장소에 들어갔지만 살아남은 케이스로 똑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저주를 받은 케이스와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이는 『주온』의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드라마 『주온 : 저주의 집』을 보았을 때 확인이 가능한데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드라마판에선 경찰들 일부와 부동산 중개업자 같은 경우는 악몽에 시달린다고 나올 뿐 저주로 인한 피해가 없고, 문제의 집에서 산 적 있는 작가 오다지마 같은 경우는 가족들을 잃은 것 빼고는 저주를 피해 간 측면이 있습니다. 작중 오다지마는 자신이 불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데 정확하게 저주를 피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지만 가까스로 그것을 피해 간 사람들은 존재한다는 게 드러납니다.
비슷하게 『블레어 위치』 1편에서 행방불명된 헤더 일행을 찾기 위해 수색대를 벌였을 때는 딱히 저주를 받은 인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색대의 숫자가 많기도 했지만 2편에서 레인이 숲에서 밤을 지새우면 저주를 받는다는 언급을 했던 것을 보면 숲에 들어가더라도 밤을 보내지 않을 경우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또 오두막에 다다른 제임스 일행은 마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약간이나마 생존 시간을 늘리기도 합니다.
마녀에게 조종당한 살인범 러스틴 파나 살인 사건의 생존자 및 마녀를 직접 목격한 몇몇 인물들이 온전치는 않아도 그래도 살아남았던 걸 보면 어느 정도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요인은 존재한다고 해석됩니다. 조금 당연한 소리겠지만 공포영화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타깃이 된 인물들에게 초점을 두므로, 타깃이 되지 않은 인물들은 배제하고 타깃이 된 인물들만이 공포에 질리다가 희생당하는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 입장에선 희생되지 않은 주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생략되므로 영화 속에서 모든 인간들은 저주를 피하지 못한다는 착각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 이 포스트는 네이버 블로그 /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일부 수정하여 다시 게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