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 마스지드의 저녁 그리고 첫 기차
10. 자마 마스지드의 저녁
자마 마스지드로 가기 위해 다시 또 걸었다. 많이 걷는다. 다행히도 간디 슴리띠에서 모든 길을 자마 마스지드로 바로 걸어 가는게 아니라 간디슴리디에서 가장 가까운 Race Course역에서 자마 마스지드에서 가장 가까운 Chowri Bazaar역에서 내렸다. 물론 각 Spot과 지하철역은 1km미터의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가장 가깝다고 여겨졌다. Chowri Bazaar역에서내려 보이는 길거리는 인도 수도의 델리의 황폐한 단편을 보여주었다. 미국 할렘가를 연상시키는 문을 닫은많은 상점가와 그위로 보이는 힌디어로쓴 간판들, 그리고 거미줄 처럼 얽히고 설킨 전기줄들이 나를 위협하였다.
최대한 현지의 삶을 이해하고 현지인의 마음을 이해해보기 위해 길가다가 노점상에서 파는 만두 비슷한 음식도 먹어보고 많은 오토바이와 사람들 사이로 지나갔다. 자마 마스지드에 가까워질 수록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서서히 물이 차오르듯이 걸으면 걸을 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 멀리 자마 마스지드가 보여지는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 한명이라도 지나가기 벅찬 거리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토릭샤도 지나가기 위해 노력했고, 인력거를 모는 사람들도 지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8억명의 인구가 이 좁은 거리에 다 모여 있는 듯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경우는 10월에 불꽃놀이를 하는 여의도 인근 한강 공원이라던가 월드컵 응원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자마마스지드 앞 골목에서는 매주 주말마다생기는 광경이라는 생각에 델리의 주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낑기면서 자마 마스지드로 배달된듯했다. 간간히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각 도시에도 자마 마스지드가 존재하는데 이는 이슬람 사원이고 예배시간에는 신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특히나 여기만 그런지는 몰랐지만 일몰 30분전까지만 출입이 가능했다. 나는 조금 늦게 도착한걸까? 내가 들어가게 되면 30분 정도 밖에 볼 수 밖에 없고 더군다나 내가 아닌 내가 가져간 카메라의 입장료를 300루피(약 6천원) 정도의 가격을 매겼기 때문에 자마 마스지드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다. 마지막 일정을 델리에서 2틀이 있었기 때문에, 자마 마스지드까지 걸어간게 아쉬웠지만 뒤로한채 나왔다.
배가고팠다. 다행이도 근처에 자마 마스지드에 맛집이라고 여겨지는 카림호텔에 이었다. 사실 호텔이라 이름 붙이기엔 머쓱할 수도 있지만 델리 제일의 100년 전통 무굴 요리 전문점이라고 한다. 일단 갔다.
막상 카림호텔에도착하니 자마 마스지드를 나오자마자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호텔이 있고, 처음에는 1호점에 자리가 없다는 실망을 하기도전에 2호점도 있다는 사실에 기다리지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흥분되었다. 카림호텔에 자리를 잡아 메뉴를 시켰다.
고기욕심이 너무나 많았던 터라 점심에 탄두리 치킨을 먹고도 탄두리 란(양고기)을 시켰다. 앞으로 탄두리 치킨을 많이 먹을것이라는 계획에 양고기를먹어야 겠다고 급작스럽게 생각했다. 양다리 하나를 통째로 구워준다는 말에 적당한 양으로 양고기를 배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나온 메뉴는 정말 큰 어미의 양다리 한쪽이었는지 혼자 먹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다. 싼 인도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도(900루피, 약 2만원) 이나 하는 탄두리 양의 고기는 요리로 나온 것을 보고 아! 라는 탄성과 함께 굉장히 900루피의 요리도 합리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밑에 사진에서 보이는거와 같이 옆에 보이는 토마토는 방울 토마토가 아니다. 일반 토마토가 방울토마토처럼 보일만큼 큰 다리였다.
주어진 레몬으로 레몬즙을 탄두리 란 위에 뿌리고, 델리에서의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탄두리 양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느끼며 천천히 먹고 온갖 고상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칼과 포크를 적당히 써가며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아래 우아하게 먹어갔다. 부지런히 먹어도 전혀 양이 줄지 않은거 처럼 보여졌다. 마치 무한 양다리 뫼비우스의 띠에 빠진거 같았다.
속력을 내면서 먹기 시작하고 맨손으로 다리 하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장면들은 주의 다른 인도 손님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웠나보다. 시선들이 느껴졌다. 날 바라보던 주위 손님들은 “저걸 다 먹나?”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식당 내의 모든 손님들의 이목이 나한테 주목되는 거처럼 보였다.
카림호텔 안에서 만큼은 인도의 황야를 굶주린 체 돌아다니던 사자였다. 그런 사자가 척박한 황야위에서 양한마리를 발견하고 사냥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기었던 것이었다. 내가 오늘 걸었던 긴 길들이 사냥을 위한 움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낌새를 알아챈 양은 위협을 느끼며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순간 삶을 위해 사냥을 하던 사자는 절대로 그 양을 놓치지 않았다. 근처 오아시스 근처에서 양을 포박하고 생명을 죽인다는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양의 다리 한쪽을 재빨리 뜯어 버렸고, 그 희생양은 나의 일용할양식이 되었다. 짐승의 식사를 마친후, 오아시스의 물인 탄산음료는 배고픔과 함께 쓸려 내려갔다. 정말 하나의 삶을 위한 치열한 전투와도 같았다. 주위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굶주린 한마리의 사자처럼 식사를 마쳤다.
11. 델리의 저녁 거리 그리고 라씨
이제 식사를 했으니, 후식을 먹을 시간이다. 긴 시간의 식사시간을 보냈는지 해는 모두 기울어져 어두워 졌다. 인도와델리에서의 두번째 밤이었다. 아직 적응하기엔 이른지, 해진 델리의 거리는 아직도 낯설었다.
자마 마스지드 뒤쪽으로 찬디니 촉으로 가는 길로 걸어갔다. 그래도 하룻밤을 보내본 터라, 첫째날 사기를 당할뻔하고 힘이 쭈욱빠진 상태에서 걸어간 빠하르 간즈보다는 긴장이 덜되었다. 빠하르 간즈보다 더 밝은 거리를 걷고 있었으며, 델리 현지인들의 “꽝꽝” 큰소리를 내는 불꽃놀이 비슷한 장난들도 봐가며 지나가는 것이 나의 어두웠던 마음에 한줄기 빛을 꽂아 주었다. 물론 찬디니 촉에는 소매치기가 많다고 소문이 나 있지만 빨리 져물은 해 때문인지 몰라도, 오늘은 소매치기도빨리 퇴근을 한거 같다.
그렇게 붉은성 반대편으로 찬디니 촉 끝으로 가면 라씨가게가 하나 있다고 했다. 지도로는 짧은 거리처럼 보였지만 조금 긴 거리를 가고 있었다. 찬디니촉을 둘러보며 걷고있었지만 조금 늦은 시간이었는지,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횡한 거리가 소문으로 들은 화려한 찬디니 촉에 대한 묘사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금은 장신구를 주로 취급하는 다리바 칼란, 인도 최대의 혼수품 거리라는 키나리 바자르, 밀집지역이라는 나이 사락, 자동차 부품을 파는 우르드 바자르 로드 등 인도의 최대의 상업 지구(?) 라고 어울릴까? 그런 거리에 대한 진면목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듯했다.
많은 물품을 팔고 사는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먹을 라씨가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혹시 라씨가게가 문을 닫았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에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었다. 나의 다리의 오른발은 ‘라’, 왼발은 ‘씨’를 외치며, 라!씨!라!씨!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라씨가게를 향해 내딛고 있었다. 그 가게 이름은 바로 “Amrirsari Lassi Walla”(암리차리라시 왈라) 라는 이름의 라씨다. 주로 라씨는 바라나시에서많이 먹게 된다고 들었는데, 바라나시에서 먹게되는 라씨와 조금 다르다고 들었다. 특히 여기서 먹는 코코넛 라씨는 독특한 코코넛향에 취해 다시 찾게 된다고 하니 나는 꼭 오늘밤 여기서 라씨향에 취하고 싶었다.
막상 라씨가게에 도착하게 되면 깔끔한 상태에 가게가 아니라는 것, 조금 허름해 보여도 인도의 그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내가 찾아간 암리차리 라시 왈라는 가이드 책에 소개되어질 정도로 굉장히 큰 곳이라 생각되었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게 가판대 수준의 좁은 매장이었고, 그 밖에는 먹고유리컵을 모아두는 테이블이 전부였다. 사실 조금 찝찝한 부분도 재활용 하지 않는 황토색 그릇에 담아주는 바라나시의 라씨와는 달리, 여기는 플라스틱 유리컵에 담아준다는 것이다.누군가 쓰던 컵, 깨끗이는 닦는건가? 과연 먹어도될까라는 경계령이 마음속에서 울렸지만, 개방적인 여행의 자세로 나는 라씨의 유리컵을 들었다. 그리고 건배!!
황야에서 양한마리를 잡고온 사자는 그렇게 라씨를 오아시스의 샘물 처럼 마셨다. 라씨의 한입을 마시는 달달한 코코넛 향이 입안을가득 채웠으며 내 혀끝에 있던 내가 불결하게 느끼고 초라하게 느꼈던 라씨 가게의 모든 선입견을 씻어 내렸다. 어제 델리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를 당할뻔 한 것, 아침의 꾸뜹 미나르에서 쇼핑몰로 거짓 안내해준 오토릭샤꾼을만난 것, 무거운 배낭을 매고 델리 시내를 하루종일 돌았던 것 등의 모든 인도 여행에 대한 안좋은 추억등을정화 시켜주는 한모금이었다. 비록 저렴했지만 짧은 라씨의 목넘김은 상큼한 코코넷 열매와 함께한 휴식시간이었다.
이제 조드뿌르로 갈시간 이었다. 올드 델리 역으로 갔다. 조드뿌르로가는 기차는 뉴델리역이 아닌 올드 델리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였다.
12. 조드뿌르가는 3등석 기차칸
21시 15분. 멈춰진 기차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사이의 나 역시 인도에서의 첫기차에 오른다. 처음으로 탄 기차는 3등석칸이다. 3등석 칸에는매트위에 깔 수 있도록 하얀 면으로된 커버와 베게 커버를 주었다. 기차에 타자마자 꼼꼼히 커버를 폈다. 여행 오기전에 들었던 인도에 대한 더러움에 대한 이야기등과 공공장소에서는 특히 조심하면서 혹시나 모르는 매트에 있을 베드버그의 방지를 위해 나는 커버로 꼼꼼히 펴고 그 위에 침낭을 펴고 내 몸을 그 안에 우겨 넣었다.
가방을 내 자리 밑에 빈공간에 넣고 자물쇠로 채웠고 카메라 가방을 내 발 위에 올려놔 어느 누구도 갖고 가지 못하게 하였다. 나의 인도인에 대한 경계심이 최고조에 이를 때 나는 잠이 들 수 있었다. 달리는 기차 밖은 추웠지만 3등석안은 따뜻한 온기와 안락함이 묻어나고 있었다.무엇보다도 기차안을 가득 채웠던건 내가 “김종욱 찾기”의 발판인 조드뿌르로 간다는 설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