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위기관리] 위기관리 현장과 상이한 격언, 사례, 법칙

위기는 기회다, 타이레놀 위기관리 성공 사례, 하인리히 법칙

"위기는 기회다"


먼저 위기는 기회가 아니라는 이 말씀을 정말 오래전부터 자주 강조 드렸던 것 같습니다. 자기개발 강의나 종종 위기관리 칼럼과 교육에서 "위기는 위험의 '위'와 기회의 '기'에 합성어다"라는 말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 한 해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극복하는 자세를..."이라는 말은 기업의 신년사에서 특히 많이 표현됩니다. 다 틀렸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이 말들은 위기 발생 후 사후 평가에서 만들어진 혹은 더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


발생한 위기는, 위기관리가 필요한 상황은 기회가 아닙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빠르게 극복하고 관리하는 노력에만 집중해도 부족합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시점과 현장에선 기회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박감과 위기관리 시스템과 원칙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집중과 치열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위기 시에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지라는 이 말의 개념적 구호로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위기'는 많은 부분 그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고 그럼에도 극복해야 할 대상인데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기회'까지 찾는다는 것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게 되는 행위입니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위기가 기회가 된 사례들은(개인적으로 모두 동의할 순 없지만) 그간 올바른 철학과 원칙에 근거한 경영활동과 그 과정을 통한 장기간 위기관리 활동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고 그것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는 '장기간 과정의 산물'인 것이지 기회가 위기관리의 직접적인 산출물이 되긴 힘듭니다.


위기관리는 기회를 찾거나 맞이하는 것이 아닌 이제 예방 활동을 넘어선 지속적인 '준비'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대부분의 위기 요소는 의학적으로 볼 때 '자가면역질환'과 유사합니다. 이는 곧 위기라는 것은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하는 약이 있을 뿐, 완치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때론 위기를 기회라며 대외적으로 과도하게 침소봉대(針小棒大) 하는 것 또한 관리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기업 위기에 기회가 있다면 그건 경쟁사에게 기회일 뿐입니다.



타이레놀 위기관리 성공 사례


위기관리, 성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이야기하는 사례, 아직까지도 '타이레놀 독극물 투입 사건'에서 존슨앤존슨 대응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82년 9월 발생한 사건입니다. 타이레놀 사건은 20세기 사건이고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있는 세상에 유독 위기관리는 왜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물론 해당 사례가 주는 기업 원칙과 고객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에 둔 대응 관련 인사이트는 여전히 아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해당 사례는 존슨앤존슨 입장에선 완벽한 피해자였기에 유죄(guilty) 요소가 많은 한국적 기업 위기관리 사례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40년 전 당시 시장 환경과 지금의 이해관계자 환경, 특히 미디어 환경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재 위기의 복잡성과 범위, 위기 확산 속도와 가시성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기업과 조직의 위기와 사건을 무조건 타이레놀 독극물 투입 사건 당시 존슨앤존슨과 같은 대응으로 다룰 수 없습니다.


이제 이 사례는 기업 위기관리 역사 속으로 보낼 때가 됐습니다.



하인리히 법칙


1건의 대형사고 이전에 29건의 소규모 사고가 발생했고 그 이전에 300건의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 매번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이 하인리히 법칙에 근거한 평가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하인리히 법칙에 등장하는 29건의 소규모 사고와 300건의 징후는 반드시 대형사고가 등장한 뒤, 사후에 정의되는 개념입니다. 즉 하인리히 경고는 사전 준비 기반의 위기관리를 위한 경고가 아닌 대부분 사후 분석에 의한 경고입니다. 위기가 발생한 위기관리 현장에선 시쳇말로 사후 약방문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또한 사소한 이슈도 큰 위기를 야기하고, 작은 이슈가 연쇄적인 대형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개념적 원칙으로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닙니다. 항상 결과론적으로 봐야만 대부분의 대형 위기는 대형 위기 발생 전 분명히 사소한 싸인들이 존재합니다. 아니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는 결국 다 인재(人災) 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기 발생 이후 만약 하인리히 법칙에 맞는 사례가 없다면 극단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1건의 징후가 1건의 소규모 사고를 막고 1건의 소규모 사고가 1건의 대형사고를 막도록 징후와 사고가 정의되고 더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가능한 징후와 소규모 사고도 반드시 감지되어야 하고 위기 요소로 정의되고 관리되어 사소할 때 드러내서 교정하고 대비해야 더 큰 위기를 막습니다.


개별적 위기 발생 원인에 주목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그것이 단절되지 못하고 계속 연속선상에 놓이게 한 핵심적인 잘못된 '선택과 결정을 찾아내고 그 상황에 따라 그러한 선택과 결정이 용이하지 못하도록 개선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1건의 징후도 1건의 소규모 사고도 똑같은 위기일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김호중의 경찰 조사 포토라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