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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Apr 02. 2018

마트의 새로운 기준, PK마켓

이마트는 미국에 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미국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내년 5월 PK마켓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할 것이며, 신세계의 온라인 심장부 역할을 맡게될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센터를 세우겠다고. 돌발적인 발언에 신문기사가 쏟아졌고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는 이마트의 자율주행카드. 일라이의 홍보영상이 스폰서드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힘들게 밀고다니는 카트를 자율주행방식에 따라 자동으로 따라가는 세상에 없던 카트. 여러모로 이마트의 행보는 이슈덩어리입니다. 


정용진 부회장과 이마트의 야심작. 스타필드. 그리고 스타필드가 키운 이마트의 아이들. 

PK마켓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마트가 해외시장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을까요. 



PK마켓은 기존의 마트와는 차별화된 타겟고객을 갖고 있는 프리미엄 수퍼마켓을 표방합니다. 새로운 글로벌 델리와 트렌디한 체험형 F&B를 특히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며 가격대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프리미엄 수퍼마켓과 차별화된 것은 세련미 넘치는 고급화보다는 젊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블랙보드에 화이트마카로 수작업한 부착물. 알록달록한 시각효과. 그리고 참치캔으로 만든 미니언즈.



PK마켓, 한국마트냐?!







1. 각 코너마다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공간적 철학구조

그래픽, 사인, 패키지디자인 등 비쥬얼머천다이징 자체가 다르다

PK마켓을 보면 놀라게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엄청난 수작업인데요. 블랙보드에 화이트마카로 적어놓은 상품설명을 보면 깔끔하고 세련된 패턴에 놀라면서도 여태껏 보지못한 사용자경험에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흔하게 본 마트의 미학이 아니기 때문이죠. 어떻게 이런 방식을 마트에 도입할 생각을 했는지 정말 대단합니다.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닐 것인데. 진열대에 초크보드를 놓고 손글씨로 적는다는것. 보기에는 좋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이 패턴을 이마트가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영국계 핸드메이드 화장품회사 러쉬가 먼저 사용해온 것을 여러차례 목격해왔습니다. 특유의 개성있는 타이포그래피와 알록달록한 색상은 사실 러쉬에서 더 훌륭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파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겠다는 패기가 느껴지는 전시물들이 마트 한가운데에 여기저기 놓여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트가 하나라도 더 물건을 진열하고 팔려고 애쓰는게 아니라 고객들이 마트에 방문해서 SNS에 올릴만한 포토존을 구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이마트는 마트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트랙터를 설치하고 인형을 가져다놓고, 참치캔을 끝없이 쌓아 캐릭터 모양을 만들어놓는등 정말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로 포토존 구성에 열심입니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이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추구하는 공간. 정형화되고 고급스럽기만 한 프리미엄 슈퍼의 패턴을 벗어나 재래시장의 느낌과 컨셉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세상에 없던 슈퍼마켓을 만들어낸 것이죠. PK마켓에 적용된 패턴을 하나하나 다 해체하다보면 그 콘텐츠의 단위와 수준, 카테고리의 범주에 놀라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하나하나 상세하게.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한 브랜드가 있었을까. 여러모로 리테일의 수준을 한단계 더 올려놓은 PK마켓입니다.






2. 해외구매대행 시장을 습격하는 프리미엄 마트

한국제품은 퀄리티도 좋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다고 한다

PK마켓의 제품들은 대부분 현재 구매대행 방식으로 해외에서 구매하는 각 나라의 스타급 상품들입니다. 일본에서 히트치고 있는 계란간장, 센카 퍼픽트휩 같은 상품들은 기본이고 저는 듣도보도 못한 최고의 상품력을 갖춘 라인으로 매대가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가 한국마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시대는 이미 빠르게 변화했고 고객들은 더 좋은 상품을 원합니다. 도대체 왜 우리가 해외여행가서 생활필수품을 사와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고객들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제품에 아무런 기대따위 하지 않습니다.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고객들은 국내제품이 제공하는 기능과 성능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제품은 퀄리티도 안좋은데 쓸데없이 가격은 비싸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 해외여행을 매달마다 나가는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넌 대체 왜 그렇게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거야?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밥먹고 화장품 사러 나간다고. 한국에서는 비싸기만하고 다 별로라 도저히 자기는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밥먹고 화장품사러 스페인까지 간다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그만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만 이것이 우리시대의 현주소일것이고 PK마켓이 타게팅하는 고객들의 현재일것입니다. 제 주변의 지인들의 경우를 보면 거의 습관적으로 해외여행을 나갑니다. 그냥 한국에 있는것을 싫어할 정도입니다. 아예 한국인을 그만두겠다고 외국으로 나가버린 친구들도 여럿 있습니다. 대화의 소재는 언제 어떻게 한국을 나갈까. 내가 아는 사람이 어떻게해서 나갔다더라. 이런 주제가 가장 호응도가 높습니다. 관심사만 탈조선이었던것이 아니라 저만 몰랐을뿐 이미 지인들의 소비패턴은 한국인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PK마켓은 높아질대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프리미엄마켓이면서 실제로는 상류층이 아닌 적정소득 이상의 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엔드 서비스입니다. 지금까지 이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을 가서 상품을 구매해왔고, 해외구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왔습니다. 아마존 알리바바에서만 해외구매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사소한것 하나도 한국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아예 현지에서 매장에 방문해 대신 구매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다고 합니다. 


이마트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소비패턴을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캐치했을 것입니다. 아니 이마트에 근무하는 사원들 자체가 이런 타겟고객에 해당할 것입니다. PK마켓은 국내에서 비정상적인 유통마진을 붙여 판매되는 수입물품과 퀄리티 낮은 상품에 실망하여 해외구매대행족으로 변신한 고객들에게 굳이 불편하게 구매대행 쓸필요없다고 다시 마트로 불러들이는 회심의 한수인 것입니다. 그러니 고객들이 열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3. HMR과 그로서란트로 주부들의 마음을 공략 

한곳에서 다한다. 이마트.

그로서란트란.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을 혼합한 단어. 소매점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비용을 약간 더 제공하면 즉석에서 조리되어 바로 조리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랍스터, 한우 등 재료를 구매한 뒤 조리비만 내면 조리해준다는 것은 귀찮게 음식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하는 잔업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것은 가격인데 그로서란트는 일반 음식점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점이 주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낳게 되었습니다. 


코스트코, 롯데마트, 이마트에서 HMR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반조리 식품이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고 그것도 모자라서 식사도 마트에서 하는 그로서란트의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PK마트에 입점한 음식점들은 해외여행을 가서야 만날 수 있었던 한차원 더 높은 수준높은 해외의 브랜드이거나 골목골목을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지역의 유명맛집인 경우입니다. 정말 괜찮은 서비스를 너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비용이 조금 높다고 한들 이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고객들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실리에 기반하여 구매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판단한 가치가 비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렇게 볼거리 즐길거리 많은 마트를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수산물을 사러가면 아무래도 거친 환경을 목도하기가 쉬운데 PK마켓은 그런 분위기를 완전하게 탈바꿈시켜 깔끔하고 산뜻한 형태의 마트를 만들었습니다. 애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SNS가 일상화된 시기에 이 애정은 단순한 애정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한단계의 퍼널을 거쳐가게 됩니다. 현시대 모든 회사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하고자 하는 그것을요. 


#PK마켓 #오늘도 왔다 #애정





PK마켓은 국내서비스에 실망하고 해외구매대행으로 욕구를 만족하던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자들을 다시 마트로 돌아오도록 하는것에 성공했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고 어느것 하나 대충 처리한 것이 없습니다. 마트는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간판달고 가격표 붙이고 진열대에 전시했다고 해서 마트가 아닙니다. 공간 반으로 뚝 잘라서 대충 분양하는대로 아무나 입점시키고 푸드코트 운영한다고 해서 PK마켓이 되지 않습니다. PK마켓이 마트의 기준을 새로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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