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서원 Jun 12. 2018

피로엔 박카스 마케팅

도전과 응전의 역사

최근 대중적인 마케팅 케이스에 대한 관심이 생겨 지인들과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 서비스, 얼리어답터들만 알고 있는 IT서비스말고 온국민이 다 알고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 가운데 훌륭한 마케팅 케이스라고 할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조건은 소비재 산업이면서, 기업의 연차가 오래될것, 제품 또는 서비스의 포트폴리오가 갖추어져 있을것.

생각해보니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박카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약으로 시작해서 외부환경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면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했고, 연예인에 모든 것을 맡기는 마케팅이 아니라 일반인을 모델로 내세우고 본원적인 마케팅전략을 중심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비타500과의 대결, 그리고 레드불과 핫식스와의 대결까지. 박카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에 걸맞는 캔형태의 음료수 박카스A를 출시하였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박카스들


박카스의 마케팅 전략을 보면 굉장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고 살짝 아쉬운 측면도 있습니다. 박카스의 본원적인 이미지는 가져가면서도 계속해서 맥락을 바꿔버리는 알약-앰플-유리병-캔으로의 진화, 그리고 연예인에 의존하지 않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려 노력했다는 점. 그러나 비타500에 어느정도 시장을 빼앗긴것에 이어 핫식스와 레드불에게 조금씩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당했다는 것. 


오늘은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중심으로 박카스 마케팅전략을 뜯어보고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감성을 자극하는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사실 피로회복과 박카스는 논리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단, 카피문구의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것도 매우. '박카스 마케팅'이라는 주제로 검색해보면 대부분 이 카피문구에 대한 이야기, 광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광고마케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꼭 가고 싶습니다', '지킬 것은 지킨다''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등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문구를 던지며 광고계에 역사를 만들것은 알고 있으니까요.


왜 사람들은 박카스의 광고에 열광했을까요.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머나면 저편에 있는 어떠한 무엇이 아니라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박카스가 갖고 있는 강점. 박카스는 피로회복제라고 하는 Core한 가치를 중심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맥락은 매번 달라지지만 Pattern으로 보면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갖고 있어 이전에 박카스 광고를 보고 공감한 오디언스라면 자연스럽게 다음 광고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박카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피로회복은 박카스와 논리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피로회복하면 박카스를 떠올립니다. 연관되지 않는 두 명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고객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면 훌륭한 마케팅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박카스는 제품을 중심으로 드링크음료를 홍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가치를 추구하려는 활동을 끊임없이 시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뚜렷한 정체성과 일관성을 유지하였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행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명확하게 뚜렷한 제품을 알리는 것과, 대체 무엇인지도 모를 가치를 알리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야제약 박카스와 비교되는 대상으로 광동제약 비타500이 있습니다. 두 음료는 카테고리로 보면 다르지만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본래 '에너지 드링크 음료'라 함은 비타민이다 타우린이다 나름의 포지션을 갖고 효용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음료시장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두 제품은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비타500 또한 충분히 괜찮은 패턴을 다수 갖고 있고 제품개발과 비지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혁신적 사례가 돋보이지만 마케팅적 관계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박카스 이후 등장한 후속사례로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인지도를 확보하고자 연예인을 활용해 치고나간것은 훌륭하지만 그 이후 비타500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공감을 얻어내는 것에 부족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적 문화에서는 '몸에좋은 비타민C와 함께 신나고 해피하게!'라는 슬로건보다 '힘든 일상을 지내다 박카스와 함께 피로회복!'이라고 하는 코드가 더 잘 먹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저 또한 늦게까지 공부할때, 야간알바할때, 철야할때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나의 감정패턴이 어떤가를 보면 박카스 한병하고 버티기를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반면 비타500은 그냥 음료수 사서 마시듯이 할 뿐이고 비타500이 생각나서 찾는다는 것보다는 어딘가에서 뭔가 사려고 했는데 마침 그때 내 눈앞에 비타500이 있어서 인지도 탓에 그냥 비타500을 선택했다로 요약됩니다. 


이게 좋은건 아니라 생각되지만 뭐랄까 힘들때 생각나는 감성드링크라고나 할까요. 지치고 피곤하지만 나도 박카스 광고속의 주인공처럼 힘차게 뚜껑을 따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에 취하는. 그러면서 버티기에 돌입하죠. 비타500의 강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충분히 괜찮은 패턴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혁신모델이 있는 제품이지만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남의 이야기만 있을뿐 요즘 방식으로 보면'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입하지 못한 것이지요. 뭔가 매출을 쫓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것 같은데 본원적이고 전략적 측면을 고심하는것 같지는 않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박카스의 퍼포먼스는 쉽게 따라갈수 없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하고 있고 감성적 코드를 자극하는 기법이 돋보입니다. 






2. 외부환경의 변화에 맞춘 지속적 혁신

카멜레온 처럼 변화하는 박카스

알약으로 시작한 박카스는 앰플, 유리병으로 진화한다. 약국에서만 판매하던 라인을 편의점 등으로 다양화하고 캔형태로 나오는 신제품까지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매번 외부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약국 박카스 세대라서 그 이전의 박카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박카스는 '약국 박카스'에서 '약국외 박카스'로 이동했고, 레드불처럼 생긴 '캔으로 된 영어박카스'가 전부이니까요. 


박카스의 최초 혁신은 정확하게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것은 GTM(GotoMarket)의 단계에서 유통전략의 변화를 가져온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아가던 것은 아니라 기록에 기반하여 추론할수밖에 없지만 당시 중간유통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이들 도매상이 유통파워를 갖고 있었고 제조사가 약국에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으로 여겨졌을 시기입니다. 박카스는 이를 직거래방식으로 풀어나가기로 합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LG같은 스마트폰 회사가 스마트폰개설점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팔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통해 혁신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카스의 의약외품 전환이 있습니다. 본래 약국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박카스는 제품라인이 분화되어 약국용 박카스와 편의점용 박카스로 나뉘게 됩니다. 이때 여러가지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동아제약이 매출 2000억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시대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러한 구조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본 것입니다. 캔으로 된 박카스도 등장합니다. 물론 이후로 식품회사들과 치열한 난타전을 펼치게 됩니다. 그래서 박카스의 마케팅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 시장에서 박카스에 도전하고 그에 따라 응전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결국 이들을 이겨냅니다. 


감성광고로 유명하지만 국토대장정 등의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던 박카스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IOT기반의 체험형 서비스를 집행하고(나를 아끼자 캠페인), 시대변화에 따라 조금씩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의 1위는 박카스이겠지만 누군가 이 시장에서 '요괴라면'과 같은 패턴으로 또다시 시장에 진출한다면 또 한번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제품과 컨셉만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 괴물이 나타나 인터넷에서 주문을 해서 택배로 받아야만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마케팅 파워로 매출을 견인하는 서비스가 태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의 박카스 경쟁자는 이러한 구조적 기반을 갖고 있는 인터넷 식품회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전통의 강자들은 글로벌에 관심이 있다

글로벌 사업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렇다면 드링크 시장 넘버원 박카스는 대체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 박카스는 이미 국내시장은 크게 관심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니 박카스뿐 아니라 파크랜드 등 기존산업의 전통적 강자들은 이미 국내시장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고 해외시장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글로벌이라고 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혁신을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언빌리버블한 박카스를 만들어내서 변화하는 시장에 대비하거나 선진국에 진출하는 방식은 아니고 기존 한국시장의 성공공식을 갖고 개도국 등으로 넘어가 과거 한국적 문화와 코드가 유사한 곳에서 수평적 확장을 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미국진출이라고 하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인타운에 진출한다는 의미인 것이죠. 음. 비용대비 투입구조 면에서 바라보면 대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각이 나온다고 할까요. 실제로 캄보디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고 남미쪽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카스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보며 또 한가지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진출이라고 하는 것에도 여러가지 방법과 패턴이 있다는 것이죠. 한 국가에서 성장하여 어느정도 성장한계에 직면한 기업이 그 다음으로 취해야 할 선택지에는 '혁신'보다는 '수평적 확장'이 우선이지 않을까 합니다. 철저히 수익성면에서의 판단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기업이 이와 같은 방식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아니 유명기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많은 한국인들이 동남아등으로 넘어가 이미 그곳에서 정착하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의견은 박카스가 '피로회복'이라고 하는 테마를 갖고 이를 확장하거나 연결하여 관련산업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여 업종전환과 같은 역할을 취하면 어떨까. 본격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화한다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