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서원 Nov 12. 2017

#03 마케팅의 A to Z (2)

전략부터 실행까지 그 모든 과정을 커버한다

과학적 방법론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정보를 탐색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때문에 점점 본사에서의 시간을 늘려가고 있었지만 매일같이 직영점에 가서 고객들과 대화하고 길거리에서 대놓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다녔다. 그러던중 어느날 테니스장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고 이젠 더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사의 상황이 시급했지만 여기서 매장에 손을 떼는 것은 안될 일이었다. 


나와 통화를 나눈 고객님은 테니스의 열정적인 추종자로 운동을 참 좋아하는 분이셨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선호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테니스와 골프 같은 운동은 헬스처럼 대중적인 운동이 아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꾸준히 운동할 수 없다. 이런 고객은 비용을 쉽게 지불하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면도 많다. 


애초에 방문하기전에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고객군이라는 점을 증거한다. 고객님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내가 여자친구와 함께 데이트하는 모습을 포스팅한 자료를 보고 스크린 테니스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연락처를 검색해서 전화했다고 했다. 기계를 통해서 자동으로 치면서 테니스를 즐길수 있는지 강습은 가능한지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샤워시설의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정말 여러가지 사소한것까지 정보를 요구했고 고객님과 대화하면서 이런 타입의 고객이 우리가 진짜로 잡아야 하는 타겟고객임을 직감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 한마디는 이것이었다. 이야기 들으니까 굉장히 가고 싶은데 인터넷에서 보고서는 그냥 어린 친구들이 데이트하러 놀러가는 곳인줄 알았다라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했고 고객님은 나와의 대화에 만족한듯 느껴졌다. 나는 매장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전화는 즐거웠지만 내가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본격적인 마케팅의 시동 

우리 서비스의 특징을 최대한 담아

나라소프트에서 출시한 NS트루골프와 NS테니스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 우리 서비스가 문제인것이 아니라 골프존이나 마음골프, SG골프 모두다 그냥 스크린골프일뿐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각 기기별로 특징도 다르고 강점도 있고 그랬겠지만 그건 벌써 몇년전 이야기고 시대는 이미 바뀌었다. VR이 난리치는 지금 스크린 스포츠는 더이상 특별한 기술도 이색적인 서비스도 아니다. 그나마 새롭게 출시한 스크린 테니스가 이색운동으로 소개되고 있을 뿐이니까. 


이제는 기술이 아니라 전체적인 서비스를 가다듬고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어야 성공하는 때다. 시스템 집어넣고 인테리어해서 매장 하나 열었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고객가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다방면에서 이를 제공해줘야 성공할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불행히도 이런 생각을 나보다 먼저 한 곳이 있으니 마음골프와 골프존이다. 개별매장으로는 공브라더스라는 곳이 있었다. 프리랜서 프로를 통해 경쟁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해보니 이건 지금에 와서 도저히 따라갈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음을 비웠다. 세상에 걔들만 먹고 사는건 아니지 않은가. 마윈이 이야기한것처럼 알리바바가 아마존을 따라하려고 해봤자 길을 잃고 표류할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서비스에 집중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에 노력을 다하면 그것으로 될뿐이다. 목표는 최대한 교육적인 시스템의 전달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니스와 골프를 강남역과 삼성역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자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대충할 수 없었기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자금도 기대할 수 없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회사는 너무 바빴고 나는 혼자였다. 비참했지만 나 자신의 역량이라도 투입해서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나라소프트의 지난 기록들


먼저 회사의 기존 기록을 살펴보기로 했다. 디자인 팀장님과 차장님께 이미지와 기존 촬영한 영상들은 받았지만 아직 다 살펴보지 못한 상태였다. 홍보자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제대로 홍보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해외촬영과 롤랑가로스오픈, 강남점과 삼성점의 기록들은 사진촬영만 되어있고 영상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는데 내가볼땐 거의 있으나마나한 수준이었다. 


이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인가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정말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이사가 독주하는 시스템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볼때는 실망스러운 콘텐츠이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콘텐츠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설프기는 하지만 어쨋든 우리 회사와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었고 영상속에서 테니스를 설명해주는 사람은 어쨌든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 이형택이 맞았다. 


http://www.narasoft.com/flashplay/play.html?idx=18

http://www.narasoft.com/flashplay/play.html?idx=23


기존자료는 폐기처분해야 할 수준임을 확인한 나는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영상실에서 카메라와 조명 등 기타 촬영장비를 꺼냈다. 회사의 콘텐츠는 여지껏 본적없는 충격적인 수준인데 카메라는 두말할 나위없는 최고급의 전문적인 기기였다. 음향을 처리하는 기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장비가 최신식이었다. 가장 좋은 도구를 사용해서 만들어낸 영상이 겨우 이정도였다는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그렇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아마 지금의 나처럼 어떠한 지원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할수 있어 없어의 유무는 별론으로 하고 그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평범한 사람이 견디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서 시대는 동영상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영상작업이란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획-촬영-편집에 이르는 전 과정을 1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 더욱 그러한 일이다. 왜냐하면 영상은 결국 라이팅의 연장일뿐 기본적인 구조는 문자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자는 비지니스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영상편집자가 우리 서비스와 사업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만 우리 서비스의 특징을 잘 살려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영상편집자가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서 무지하고 경영진으로부터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그 결과물이란 보잘것없는 것이 나올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중심의 스토리에 중심을 맞추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성에 대한 접근

영상이 재미없고 궁금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촌스러운 편집과 음악도 분명히 책임이 있겠지만 그건 부수적인 이유일뿐 가장 주요한 책임은 엉뚱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있다. 아마도 경영진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되었을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영상을 잘 살펴보면 테니스 동영상에 이형택이 없고 스크린테니스만 있을뿐이다. 테니스라고 하는 운동의 특징을 살리지도 못했고 교육적인 면을 강조하지도 못했다. 이건 가맹창업자나 투자관계자들에게나 어울리는 영상일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범용목적의 마케팅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만 사람들이 보게 할 수 있을까. 지난번 부트스트랩 방식의 마케팅 캠페인에서 나는 무라드 오스만의 여자친구사진을 기억나게 하는 오마쥬 방식의 컨셉을 부여하여 콘텐츠를 생성한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타겟고객 자체가 수정된 상황이다. 더이상 우리 테니스장에 커플고객은 필요없었다. 내가 포스팅을 한 이후로 정말로 우리 테니스장과 골프장에 커플고객이 늘어났다. 골프장의 경우 가시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테니스장에서는 심심치않게 커플고객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수익성 있는 관계를 맺을 고객은 아니다. 


우리의 타겟고객은 내가 통화를 한 고객님처럼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얼마든지 레슨할 용의가 있고 우리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이용할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 1회에 그치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고객을 발굴해내기 위하여 나는 최대한 교육적인 스포츠의 장점을 담아내기를 원했고 인간 중심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차피 스크린 테니스가 무엇인지는 영상을 보면 알게 되어있다. 굳이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클로즈업이나 부연설명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지금은 스크린골프가 처음 등장했던 2000년대 초반이 아니다. 스크린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보는순간 아 스크린이 테니스도 있었구나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이다. 


사람이다. 철저하게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야 했다. 내가 이런 결론을 즉각적으로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나는 국내와 해외의 유튜브 마케팅 사례를 다수 검토한바 있으며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 인간중심의 마케팅 사례를 마케팅리소스화해서 저장한바 있기 때문이다. 그 자료들은 지금 내 에버노트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 나는 대학원 재학중에 마케팅 수업을 신청하여 정식으로 마케팅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내가 운영하는 모임인 신제품연구회, 선데이마케팅 등 다수의 모임에서 해외 소비재 회사들의 마케팅 활동을 추적하고 분석하여 팀원들과 매주 한번씩 토론을 나누며 향후 동영상 기반의 콘텐츠 마케팅은 인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영상 콘텐츠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셀레브도 결국 사람, 인간의 열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것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했었다.



나 혼자 시작해서 같이한 마케팅 캠페인

본사기획팀은 언제나 협조를 구하고 고객를 숙여야 하는 위치인것이다

나는 원장님과 부원장님 그리고 매장직원들, 골프장의 프리랜서 프로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다들 바쁜 상황이었지만 도와달라는 내 이야기에 다들 도움을 주기로 하였고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흔히들 본사의 직원이라고 하면 하부조직의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기획팀이 상위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어리석고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그런 마인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이라면 모를까 결국 본사기획팀의 직원들이란 문제가 터질때마다 협조를 구해야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위치인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와서 같이 오픈하고 함께 청소를 하고 같이 마감정리를 하며 가끔씩 회의를 같이하는 본사직원이었다. 기획-촬영-편집뿐만이 아니라 모든것을 나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할 상황이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내 모습과 평판이 그들로부터 자연스러운 협조를 얻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이정도의 기기를 사용해서 무언가를 촬영했던적이 처음이었던 탓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영상을 촬영했었던 것은 학부생때 교양수업에서 조별과제로 발표한 수업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는 밑으로 배속된 사원한명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본사 마케팅을 책임지는 마케팅 팀장이었고 그런 내가 투정을 부릴수는 없는 일이었다. 큼지막한 촬영기기를 능숙해보이는 손길로 다루며 자신감있게 행동했다. 


https://youtu.be/hE5WX0Txl-Y?list=PLT-pkSx4dzta7CDT_PD6fqvSOIvYsexYm

https://youtu.be/TT5bbL1XfdE?list=PLT-pkSx4dzta7CDT_PD6fqvSOIvYsexYm

https://youtu.be/27khutepI2A?list=PLT-pkSx4dzta7CDT_PD6fqvSOIvYsexYm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단순한 컨셉의 영상이었지만 사전준비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때만하더라도 영상제작의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영상을 촬영하고 지켜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고 다시 촬영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며 조금씩 조금씩 규칙성을 더해갔다. 촬영한 영상을 들고 본사로 복귀해 밤새도록 편집작업을 하면서 마침내 어느정도는 마음에 드는 영상을 뽑아낼 수 있었고 마침내 외부에 알릴수 있는 범용 마케팅 목적의 콘텐츠가 생성되었다. 이번 마케팅 캠페인과 관련하여 대표이사인 삼촌은 스크린 테니스의 특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뚱한 표정이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은 기뻐했다.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낸 콘텐츠였고 내가 생각한대로 고객에게는 굳이 스크린 테니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크린테니스를 활용해서 운동을 배우거나 즐겁게 노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 것이지 우리 서비스가 이렇고 저렇고를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02 마케팅의 A to Z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