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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Feb 11. 2018

마케터의 포트폴리오

개인프로젝트로 시작하는, 어떤 문과생의 마케팅 포트폴리오

이직이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알릴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 실질적인 업무역량을 중시하게 되면서 이제는 신입채용에서도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더이상 조직은 개인을 책임지지 않으려하며 당장 업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을뿐, 잠재력이 기대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역량을 키워주는 투자를 선뜻 행할 수 있는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세상이 변했다기보다는. 당연히 가야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경쟁환경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기업의 인사담당자 역량이 커져갈수록 예전처럼 학점, 학벌, 영어점수와 같이 정량화된 방식에 의해 사람을 뽑는 일은 줄어들테니까요.오늘은  이런 세상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한명으로서 마케터로 첫발을 내딛는 주니어를 지망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이너라면, 엔지니어라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소프트웨어와 언어를 사용해서 어떠한 결과물을 창출했는지 프로젝트별로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기여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포지션을 할당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 동영상 프로젝트를 위한 프리미어와 애프터이펙트, 그외에 특화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링 툴 같은 것들에 대한 작업결과물, 역량과 수치화가 그것입니다.


디자이너/엔지니어와 마케터는 직무의 성격자체가 다릅니다. 커리큘럼자체도 상당히 PBL(프로젝트 베이스 러닝)에 맞춰서 운영되고 있기에(달리 말하면 과정 자체가 매우 힘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아카데미에서부터 실질적인 역량을 닦기에 매우 좋습니다. 그러나 마케터를 지망하는 상경대, 인문대, 사회대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됩니다. 접하는 과정 자체가 학문의 관점에서 관념적이고 본질론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굉장히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뛰어난 판단능력을 키우는 것은 어그리하지만 결론적으로 말도 잘하고 굉장히 똑똑한데 스스로 뭔가를 해낼수 없는 인재들을 다수 배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냐면 상경-인문-사회대 출신의 주니어들은 자신의 전공외에 공학이나 디자인 계열의 과정을 밟거나 동아리/학회 활동등을 통해서 회장 등 책임있는 역할을 부여받아 프로젝트로 돌아가는 활동을 경험하지 못하였다고 하면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업무능력을 쌓을 수 없고, 프로젝트를 리드하기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 포트폴리오 예시
개발자 포트폴리오 예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직무의 주요역할이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Making'에 집중되어 있는만큼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전형적인 형태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심이 됩니다. 링크드인을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대개는 홈페이지의 형태로 만들어서 업로드를 하고 링크를 삽입하며 간략한 포트폴리오 이력서에 붙여 제안합니다. 그렇지 않은 주니어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비슷한 방식을 통해 구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획직군이라면, 마케터라면 어떻게 이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만큼의 역량이 있는, 어느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대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문과생들은 무척이나 똑똑합니다. 그러나 그 똑똑함이 학생의 세계에 갇혀 자신만의 관점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단위에서의 운영원리일뿐이라는 것에 함정이 있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업적을 이루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하는 매우 극소수입니다.


본능적으로 0에서 1을 만드는 경험에 수반하는 위험과 비효율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똑똑하기 때문에 위험회피경향도 매우 높아 실질적으로 뭐가 돌아오는 것 같지 않은 측정불가능한 일에 자신을 던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것보다는 당장 주어지는 자격과 증명에 더 집중합니다. 어쩌면 실행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상경-인문-사회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은 조직의 헤드쿼터에서 필요로 하는 고등학문에 가깝습니다. 손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머리의 역할을 키우는데 주 목적이 있지요. 그렇다면 배운것을 써먹기 위해서는 실제로 몸을 움직여 무라도 베어본 경험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발을 써서 무언가를 이뤄보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면서 좀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해나가는 과정을 이뤄본 경험이 있어야 문과생의 지식은 비로소 효용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떤 조직의 헤드를 맡아 운영하던 친구들이 생각날것입니다. 학생회장일수도 있고 동아리나 학회장일수도 있으며 오피니언 리더나 사회혁신가, 대학생간판만 걸어두고 바닥에서 치고 올라가는 창업가일수도 있죠. 그러나 같은 문과생이라도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올리는것이 아니라 사회가 정한 기준을 따라 학점이다 영어점수다 어학연수다 뭐다 하면서 돌아다니고 공모전만 입상해본 경험만 갖고 그대로 졸업해서 다시 또 취업을 위한 공부라는 것에 자신을 던지는 친구들도 기억날 것입니다. 가슴아픈 이야기지만 이런 경험으로만 자신을 채운 문과생들은 진정한 고등지식의 역량을 발휘할수 없게 됩니다. 오히려 점점 멀어지게 되죠. 공대생이나 디자인 계열 학생들은 그 역량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기본적인 업무능력은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과계열 학생들은 학창시절부터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역량과 역량, 그 차이의 폭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과베이스의 지식과 통찰은 주어진것 그대로는 자신의 것으로 할 수가 없는 외계어에 가까운 그것입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하고 갈등하고 절망하는 과정속에서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시야각을 확장하고 인간자체의 격을 키워나가야 비로소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암호와도 같은 무엇입니다. 리더로서의 경험을 가져본적이 없는데 대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직접 손발을 움직여 몸을 움직여본 경험과 수많은 손발을 모아 목표를 달성해본 경험이 없는데. 


문과적 역량은 자신이 리더의 위치에 있을때 비로소 성장하고 진화합니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자신만의 비젼과 확신을 갖고 진짜 자신만의 길을 걷는것도 아니고, 현실세계를 모조한 대학안에서조차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책임져본적이 없이 그저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따라 제한된 경험만을 반복해나간다면 그러한 경험의 끝에서 마주하게 될 것은 똑똑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일 것입니다. 중요한것은 정면으로 이를 돌파하지 못한다면 언제나 문제에 봉착했을때 스스로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내면화하지 못해 주저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만 찾게 될 것이며 얼마안되는 호주머니를 노리고 접근한 장사꾼들에게 밑천을 털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케터로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으신가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가 없고 막막한 마음만이 가득하다면 '왜'그런 마음이 차오르는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문제가 아니라 그 근간이 되어야 할 '경험'의 부족이 문제입니다. 학점, 출신대학, 영어점수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까요? 그냥 자신의 전공공부를 충실히 하면서 깊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성찰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책들고 하는 공부로 무엇을 얻겠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경험입니다. 정말로 물건을 들고 무엇을 팔아본 경험이 있는가, 시장조사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뛰어다니며 정보를 모아 패턴을 조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가, 그렇게 만들어낸 기획을 실제로 RUN하며 다양한 변수를 맞이하여 대응해본 경험이 있는가. 


누군가의 이야기에 따라 기꺼이 자신의 밑천을 털어내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나 자신의 미래를 쏟아부으면서도 마음속 한켠에는 은은한 분노와 무력감, 좌절감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공부. 공부. 공부.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자신만의 길을 걷자고 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좀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심장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와 두려움이 자라게 됩니다. 실패자의 낙인이 찍힐것 같고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리는 미래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마음을 접고 누군가가 이야기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따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겠죠.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보셨다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없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하나 책임지고 작은것 하나라도 완수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고 이해득실을 따라 움직이면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는 한번도 귀기울여본적이 없으니까요. 현실속에서 자신안에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과제를 설정하고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내어 스스로 이를 책임지고 실행하는 경험이 필요한데 막연함속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것을 선택한 순간부터 포트폴리오와는 거리가 멀어진 삶을 살게 됩니다. 


포트폴리오란 무엇일까요. 진정한 자기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마케터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완전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입니다. 마음속에 차오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막막한 마음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내 길을 걸어가는 것.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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