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저는 마케터가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고 누구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래전 동영상이라 하는 것은 소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PD란 그 정점에 있는 자로서 값비싼 장비를 현란하게 사용하는 마법사 같은 존재였지요. DSLR조차 부담스러운 일반인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크고 무거운 고가장비를 다루는 것은 아무래도 대중적인 일은 아니었습니다.
TV라고 하는 시장지배적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텔레비전의 형태에 알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그것이 당시 동영상 콘텐츠라는 개념을 둘러싼 시대적 통념이었습니다. 광고만 하면 날개돋힌듯 팔려나가는 HIT상품들이 연이어 기록을 세웠고 다시 회사는 돈을 들여 TV광고를 제작하고 뭐 그런 시대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TV광고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어플리케이션에 삽입되는 디지털 콘텐츠가 주요 플랫폼입니다. 전달하는 메시지와 동영상 콘텐츠의 포맷도 과거와는 다른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영상에 직접 문자를 박아 전달하는 방식이 표준화되었고 이 방식을 한국에서 HIT친 셀레브는 순식간에 미디어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대거 등장하고 마리텔 같은 방송도 생겨남에 따라 방송진행자가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죠.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늘도 SNS를 통해 실험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전략이 광범위한 단위에서 실행됩니다. TV광고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전시대와 다른 플랫폼이 갑작스레 등장하게 되면서 '동영상'이라고 하는 개념이 '기존의 동영상 콘텐츠'와 새로운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로 분화된 것이죠.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방으로 알려진 스테이션3의 마케팅 영상과 큐딜리온의 신규사업인 비밀의 공구 마케팅 영상입니다. 이 두 사례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영상을 보신 분들은 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방의 동영상 콘텐츠는 본사에서 특별한 마케팅 캠페인을 수립한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행사에 비용만 집행해서 제작한 연예인 기반의 콘텐츠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혜리가 등장해 자신의 매력을 뿜뿜 뿜어내는 모습은 볼만하지만 다방의 가치와 철학,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끝나고 나면 그냥 혜리가 귀엽다 정도의 느낌만 남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이 캠페인이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방을 구하려고 할때 이때 느낀 기억이 무의식으로 남아 자연스럽게 다방을 떠올리게 될 가능성이 분명 높으니까요.
비밀의 공구에 등장하는 리뷰영상은 본사소속의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영상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영상제작자를 채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니까요. 별다른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기보다는 그냥 크리에이터가 카메라와 제품을 들고 리뷰를 진행하면서 1인방송 형태의 '리뷰'를 진행한다는 느낌입니다. 다방과 비교하면 제작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만 숙련도가 떨어져 좀 더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품의 본질적인 특징과 기능에 대한 힌트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개의 영상은 차이도 확실하지만 동시에 공통점도 있습니다.
위 영상들에서 확인되는 공통점은 바로 본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마케터에 의해 제작된 동영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행사와 영상편집자에 의해 제작되었을뿐 마케팅 전략의 냄새를 전혀 찾을 수 없는 내추럴한 영상입니다. 돈을 때려박거나, 저예산으로 만들거나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동영상 콘텐츠에 접근할때가 아니지 않을까요 쓸데없이 고퀄이라는 말이 있고 수없이 많은 세상에 하나를 더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동영상 콘텐츠는 철저하게 마케팅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다방의 마케팅 캠페인은 분명 결과를 낼 수 있는방식입니다. 그러나 비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아이돌인 혜리를 전속모델으로 계약하고 시리즈별로 계속해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니까요. 촬영인력, 배경 등 제작비용도 상당합니다. 자금을 집행하여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만 보면 우수한 캠페인이라고 하겠지만 비용대비 투입효과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할까요.
비밀의 공구 리뷰특공대 캠페인은 아주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일단 회사입장에서 투입된 자원이라고 할만한 것이 크지 않습니다. 그냥 인원채용해서 동영상 만들라고 하고 끝일것입니다. 잘하면 좋은거고 잘하지 못해도 일단 뭐라도 만들기는 할것이니까요. 아무말대잔치 같은 느낌이 다수 엿보이지만 경험이 쌓이게 되면서 콘텐츠의 수준은 나아질 것입니다. 결과를 내는 단위에서 보면 글쎄요 대박을 칠수도 있고 그저그런 콘텐츠로 묻힐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역할은 수행한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참 좋군요.
정리하겠습니다.
그냥 동영상 콘텐츠일뿐입니다.
동영상을 고퀄리티로 제작하고 연예인을 등장시키고 고급스러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방식이나, 저예산 영화를 촬영하듯이 영상편집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하나하나 설명하며 리뷰를 하는 방식을 논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명확한 마케팅 전략에 따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행사나, 영상편집자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고객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회사의 철학과 가치, 이념과 서비스에 대해서 알고 해당분야의 전문가로 포지셔닝한 마케터만이 총체적인 단위에서 동영상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마케터가 1인으로 영상편집의 전영역을 직접 커버하면서 스킬적인 역량으로 기획-촬영-편집까지 모두 책임질수 있다고 하면 정말 그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전략단위만 책임질 수 있어도 제대로 된 마케팅 캠페인을 세우고 그에 따라 실행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잡(Job)시장의 혁신벤처인 헤드헌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원티드'의 동영상 광고입니다.
제 생각과 어느정도 일치하면서 앞으로의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의 모습을 유사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영상을 광고로 내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소통에 반드시 연예인과 계약하여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비용을 절감해 동영상을 만들겠다는 발상. 참 좋지요. 돈 얼마 안들면 얼마나 괜찮습니까. 그런데 그 작업을 영상편집자가 진행해서는 어렵습니다. 회사의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어떻게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요. 테크니컬한 스킬은 점점 나아지겠지만 그래봤자 눈앞에 있는 것들만 쫓을뿐 진짜 핵심내용은 하나도 건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시장의 전문가인 마케터만이 이러한 작업을 최고로 잘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카메라를 잡고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주인공입니다.
그냥 '동영상 콘텐츠'가 아니라 '동영상 콘텐츠 마케팅'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