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서원 Sep 25. 2016

피시방 아재의 천로역정

그 남자가 건물주가 된 사연

(주의! 본 포스팅은 2000년대 초반 퇴직엔지니어로 특별한 비젼과 열정을 갖지 못하고 그냥 피시방을 차려볼까란 생각에 창업을 하였다가 단숨에 돈을 벌어들인 아재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험난한 역경과 모험 그리고 해피엔딩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 현실과 다를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피시방의 모습


2000년대 초반시절은 누구도 컴퓨터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컴퓨터를 다룰수 있다는것은 대단한 실력이었지요. 가정용 컴퓨터도 거의 없던 시절 스타크래프트 시디만 구입하면 돈을 벌어들일수 있는 피시방이라는 아이템은 아주 높은 가치의 비즈니스였습니다. 


당시 피시방의 효자게임-스타크래프트! 이것만 있으면 장땡이었다.


1) 스타크래프트 시디를 사고 2)컴퓨터를 조립해 설치하고 3) 아주 간단한 정산프로그램을 설치해 매장환경을 조성한다 4)대충 인테리어 한다 ....정도만 지켜주면 되는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고 피시방 산업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고도화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업의 영역. 업의 본질. 업의 수준이 변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전쟁입니다. 


작은 사업자들은 이 분위기가 오기 전에 사업을 접고 떠나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퇴직한 엔지니어로 피시방사장으로 변신한 아재의 첫번째 Exit기회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언제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눈앞의 이익에 초연할 수 없습니다. 아재는 돈세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모르게 됩니다. 오히려 피시방을 확장하고 늘려버립니다! 이제 아재는 대형 피시방1개 중형2개 토탈 3개를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하루하루가 천국 같았던 아재. 

갑자기 인근에 들이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공습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재가 차린 피시방처럼 뭔가 어설픈 공간이 아니라

배운 녀석들이 작업한 티가 확연하게 나는 수준높은 서비스와 품격이 살아있는 피시방이 상륙한 것이죠.

그것도 아재의 코앞에. 

고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위기인가?

그러나, 센스있는 아재는 이때 얕은 미봉책을 사용합니다!

유상무 PC방에서 알바하는 강예빈(사진은 전혀 상관없음!)

그것은 바로 알바의 전격교체.

시급을 대폭 올려 강예빈 같은 알바녀를 고용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주춤하던 매출은 다시 급격히 상승하고 아재는 이때 적당히 좋은 조건에 Exit을 할 기회를 갖지만....

욕심이 또 눈을 가리고 좀 더 해먹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실은 무너져가는 비즈니스를 오래갈 수 없는 미봉책으로 틀어막은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아재는 그 사실을 모릅니다.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일했거든요. 

사장이라고 거드름피우지 않고 솔선수범해서 일하고 언제나 고객들에게 친근하고. 아주 성실합니다.


아재는 자기가 열심히 일했던것만 생각하지 외부환경이 변화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냥 예전부터 하던대로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다할뿐입니다. 하지만 알바녀로도 커버할 수 없는 업의 한계가 다가오고. 설상가상으로 알바녀가 그만두는 상황까지... 


쓰나미가 몰려온다!! (사진은 영화-해운대. 아무상관없음)


쓰나미가 몰려온다!


부랴부랴 허둥지둥 창업설명회를 다니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처음 시작해 규모를 키웠던 대형매장을 제외하고 경쟁력없는 중형매장은 정리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영과 마케팅을 생각하게 되고 가맹사업을 하는 이들의 사탕발림을 걸러서 들으며 마침내 괜찮다고 생각한 한 업체 사이XXX에서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기로 합니다. 매장을 다 들어내고 다 뜯어고치고 아재는 벌었던 돈의 상당부분을 다시 시설재투자 비용으로 소진합니다. ㅜ.ㅠ


하지만 본사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막강한 브랜드파워로 매출은 다시 상승합니다. 역시 돈 값을 하네요. 똑똑한 이들이 설계한 브랜드의 위력을 깨닫고 아재는 똑똑해졌습니다. 

본사에서 파견한 직원과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안도하네요. 사실은 춘추전국시대처럼 전국방방곡곡에 피시방 본사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이미 어둠의 전주곡은 시작되고 있지만 본사는 언론과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거짓정보를 생산하고 확대재생산하면서 그 숨통을 살리고 산업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때쯤 세번째로 조금 손해보는 상황에서 Exit을 할 기회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미 본전생각에 그런 마음은 훨훨 날아가버리고 어떻게든 이익을 뽑아내겠다는 마음이 가득해 집니다. 사람이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는다고 이 때쯤은 어딘가의 누가 생산한 의도를 가진 정보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믿으면서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이 부도가 아니다

그러나 본사는 해체. 외부환경은 변화해 더이상 컴퓨터 게임보다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고 시설은 점점 노후화되어 치명적인 문제가 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젠 오기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라는 생각에 밤낮으로 책을 탐독하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합니다. 

고생끝에 한 컨설턴트로부터 '업의 본질을 바꾸고 전환하라'라는 조언을 받고 깨달음을 얻네요. 


삼성의 이건희가 이부진에게 이야기했다던. 신라호텔과 관련하여 호텔비즈니스는 이제 숙박업이 아니라 부동산업이라더라. 문득 이 말이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과 시야를 가진 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통찰을 들고 곰곰히 자신의 피시방 사업에 대입해 생각해보니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제 피시방은 게임사업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엇이었던겁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먹거리에 신경쓰면서 까페를 내부화하는 방식으로만 편중되어 천편일률적인 활로를 열고 있을때 우리의 아재는 고객의 행동패턴을 생각하면서 피시방의 주력고객인 20대 남성이 피시방에 방문하기 전-후에 어떠한 동선을 갖고 움직이는지 페르소나를 설정해 가설을 그려내고 설문조사와 데이터분석을 통해 이를 검증하면서 고객여정지도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삼겹살을 파는 인근 음식점에 할인쿠폰을 뿌려놓고 광고 일러스트를 붙입니다. 외부업체와 크로스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지상에 핫한 주스샵을 하나 무리해서 런칭합니다. 피시방 옆으로는 제육덮밥을 위주로 일반음식점화하여 피시방 회원에게는 30%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게임은 그저 거쳐갈뿐. 

몇년사이에 고객들은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만큼만 게임하는 절제력을 갖추게 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제자리에서의 꾸준한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냥 외부환경 자체가 변해버린 것이죠. 고객들에게는 이제 어디에나 있는 피시방이 되어버린 것이고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라면 이후일정을 고려하여 어느샌가 동선을 신경쓰면서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아재의 새로운 서비스는 이 동선을 네이티브하게 들어갔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치를 어필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실질적으로는 내부에 까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지만 고객들의 체감은 몇배이상 강력해져 마음속에 확실한 각인을 남기는 일에 영향을 미친것입니다.


아재는 왜 이제서야 이런 통찰안을 가질수 있게 되었는지 마음이 타들어가지만 마지막 한타를 위해 참고 참고 참아서 겨우 어느정도의 순환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제는 드디어 이 사이클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자금을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건물주가 되다!

작가의 이전글 추억의 피시방, 사이버리아 그리고 도도포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