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남편 휴가 날, 원래는 등산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비소식을 듣고 장소를 바꾸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실내클라이밍 장소가 있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가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남편만 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이기도 했고 나이가 많은 것도 걱정이었습니다.
오전 10시에 클라이밍장에 갔더니 체험학습 신청한 사람들이 한 명도 안 왔습니다. 그 덕분에 남편은 강사 선생님께 개인 레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약한 2시간 중 첫 번 1시간은 10미터 정도 되는 곳을 안전띠를 하고 맨 손으로 올라갔다가 손을 놓으면 줄에 매달려 저절로 내려오기였습니다. 그다음 1시간은 안전띠 없이 손과 발만 사용해서 3미터 정도 지붕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가 지붕에 연결된 통로에 마련된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클라이밍은 한 번에 높은 곳을 오를 수 없습니다. 한 번에 한 발을 디디고 한 손을 움직일 뿐입니다. 온 힘 다해 벽에 튀어나온 손잡이를 잡고 버티며 그다음 목적지를 향해 손과 발을 움직여 오르기를 반복합니다. 10미터 클라이밍은 위쪽이 더 바닥 쪽으로 기울어진 경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맨 위에 올라가면 올라간 경로를 밟고 다시 내려올 수 없습니다. 손으로 잡고 있던 벽의 손잡이를 놓고 몸에 매달린 줄에 몸을 실어야 내려올 수 있습니다.
남편이 벽을 올라갔다가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연습을 하는데 손을 놓지 못하고 한참을 벽에 매달려 있던 모습을 보니 남 일 같지 않습니다. 벽에 매달려 올라가는 것은 스파이더맨처럼 잘하는데 내려올 때는 잠시 주저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온갖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 보이지만 내려오기 위해 이미 잡은 것을 놓는 것은 더 어려워 보입니다.
클라이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남편은 “줄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줄을 못 놓겠더라”라고 했습니다. 내가 붙들고 있던 것이 무엇이든 놓아야 할 순간에는 그것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남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남편의 말이 아직 잘 와닿지 않습니다. 직접 몸으로 느껴보지 못해서인가 봅니다.
다음에는 저도 한번 클라이밍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아들이 집에 들여놓은 운동기구로 단련하렵니다. 요즘 자꾸 도전할 일이 생깁니다. 도전의 참 맛을 알아가는 매일이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