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수강신청을 맞이하며
어느덧 첫학기가 끝나고, 첫 방학까지 끝나가고 있다.
다음주면 새로운 수강신청!!
몇과목을 들을지, 이번에도 고민 중.
지난 학기에는 나름대로 '적당히' 3과목을 신청했다.
게다가 주2일 등교!
욕심은 (비전공자라 부여받은 학부 보충학점까지) 4과목이었지만,
현실을 고려해 나이스하게 절제하고 3과목으로 결정!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시간표에, 그것을 짠 나에게,
감탄하며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1학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저녁 6시 30분부터 밤 9시 15분까지 full로 달리는 수업은 drop했다.
나의 환상적이고 이상적이며 현실적인 시간표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였는데,
환상과 이상은 사라지고 현실만 남았다.
그래도 한 학기 지나고 보니, 그건 신의 한수였다.
저녁 수업은 눈을 뜨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식구들 저녁까지 챙겨놓고 나오느라 체력은 이미 방전이었고,
공강 시간에도 나의 에너지는 소모되고 있었다.
저녁 6시가 되면 나의 멘탈은 안드로메다로 퇴근해버렸다.
그래서 난 그 수업을 떠나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수강신청'
강의계획서를 살피는 일은,
마치 여행가기 전 가이드 북을 샅샅이 훑으며 여행 코스를 짜는 그런 기분이다.
(수강신청은 티켓팅. 발권을 하고 그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또 정신없이 여행이 휘몰아치겠지.)
어쨌거나 이번에도 4과목을 욕심낸다.
대학원 수업 2개는 무조건이고, 학부 과목 하나도 찜했다.
이번 학기 마지막 단추가 될 수업 후보는 2개인데,
하나는 목요일 아침9시30분에 시작하는 수업,
다른 하나는 목요일 저녁 6시 15분에 끝나는 수업.
다른 기혼 유자녀 대학원생 동지들은 내가 왜 고민하는지 눈치챘을까?
참고로 난 학교에 갈 때 교통 혼잡 변수를 고려해 door to door로 2시간을 잡고 이동한다.
아침 수업을 선택하면, 그 날은 난 출근하는 남편과 같이 등교길에 올라야 하니 애가 혼자 등교를 해야한다.
우리 애는 중1. 다 컷지만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학교에 배정받았고, 나를 닮아 지갑, 핸드폰 등을 종종 깜빡하고 다닌다. 아침마다 남편도 지하철역까지 라이딩을 해주었는데, 그날은 걸어가라고 해야한다.
식구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일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저녁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집으로 올 수 있다.
이게 어긋나 버리면, 지각을 하니 극도로 예민해지고 피곤해지겠지.
저녁 수업을 선택하면, 그 날은 남편과 같이 퇴근해야 한다.
(무조건 들을 과목 중 하나가 수요일 같은 시간에 끝난다.) 이틀 연속 저녁 메뉴를 미리 결정하고, 조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둬야 하는 일은, 후라이팬에 불을 붙이는 순간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극 P의 나에겐 아주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나의 고민의 밑바닥에는 다른 게 있다.
목요일은 밤 9시~10시에 아이 학원에 픽업을 가야하는 날인데, 학원이 마침 지하철역 근처라 들어오는 길에 학원 로비에서 좀 쉬면서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면 된다.
그런데 그러면 그날은 남편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하루쯤인데 뭘 그리 걱정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니 팀플로 늦는 날도 생기고,
친목도 다져야 하고, 집에 있어도 과제 하느라 남편은 한 학기 내내 늘 거실에서 혼자 놀다 혼자 잠들었다.
애가 훌쩍 커버리고, 나까지 공부를 시작해서 바빠지면서 부쩍 외로워하는 남편이 걸린다.
내딴엔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 그 외로움을 보듬어주려면 나도 에너지가 부족하다.
더 문제는 파워 T인 나는 도무지 외롭고 서운한 포인트를 종잡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스무살 적엔 아빠가 아무리 뜯어말리고, 엄마가 아무리 걱정을 해도
어느 나라든 어느 만큼이든 내 맘대로 훌쩍 가버렸는데,
내가 만든 가족이 생기니 홀로 여행을 떠나도 가족 생각이 떠나지 않는것처럼,
내 수강신청도 그렇다.
스무살적엔 대체 무슨 기준으로 수강과목을 골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점수를 잘 준다거나, 친구들이 듣는다거나 그랬겠지.
마흔 셋의 수강신청은 나의 욕망과 한계를 양팔 저울에 얹어두고 올렸다 내렸다 한다.
아마도 9월 첫주에 수강신청 정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 저울질을 하고 있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