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트레스컴퍼니 Jan 29. 2018

가족이 준 상처가 제일 아프다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야



분노 캔들 워크숍을 하면서 유독 힘들어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항상 같은 부분에서 부딪치는 것들을 느꼈습니다. 그건 바로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가 내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와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가 성인이 되면 자동으로 치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상처들을 꼭꼭 숨겨 두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상처가 더 커져 버린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렸을 때 누군가가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면, 지금까지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6~7살 아이들이랑 워크숍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부 파티였는데, 듣자마자 무조건 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막상 수락을 하고 나니, 과연 아이들이랑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더군요. 게다가 저는 아직 미혼인지라 제 주변에는 아이들이 없기 때문에, 과연 아이들이 STRESS라는 말을 알까??라는 궁금증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나 : 스트레스가 뭔지 알아요?
아이들 : 알아요!!!!!!!!!!!!!!!!!!!!!!!!!!!
나 : 뭔데요?? 
아이들 : 열 받아서 폭발하는 거요!!!!!!


아..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뭔지 아는구나.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작은 아이들이 열 받아서 폭발할만한 일은 대체 무엇이지??

그러다 한 아이가 쓴 스트레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노캔들 워크숍에서 한 아이가 적은 자신의 스트레스


"우리 엄마가 미쳤다(혹은 매우 화났다)"라고 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너무 당황해서 mad의 뜻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고 왜 엄마를 미쳤다고 하는 거지..?? 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는데요. 그 후로도 한동안 제 머릿속에서 이 아이의 글이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왜?

저는 미혼이지만, 제 친구들 중에는 벌써 둘째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 갔었는데 그 날따라 첫째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서 둘을 데리고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첫째가 토해서 씻기려는데 둘째는 내려놓기만 해도 울고.. 그래서 친구는 어쩔 수 없다며 둘째는 울게 두고 첫째를 씻기러 들어갔지요. 그동안 저는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안아서 달래 보려고 했는데, 엄마는 귀신같이 알아보는지, 제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우는 둘째를 안고 있었는데 친구가 첫째를 씻기자마자 뛰쳐나와서 다시 둘째를 안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엄마들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여자들이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가 되어가지요. 그런데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데, 시간 맞춰 먹여야지, 입혀야지, 씻겨야지, 놀아줘야지, 맘 편히 자본 날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안 납니다. 그렇게 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엄마도 사람인지라 계속 실수를 하게 됩니다. 남편과 싸운 날은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고, 그런 자신을 깨닫는 순간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아..... 나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주부들의 스트레스



그러나 엄마만 힘든 건 아니죠. 아빠도 매우 힘듭니다. 일하느라 녹초가 되어서 오면 집안은 엉망이고, 아이를 돌봐주고 싶은데 회사 일은 끝나지를 않고, 나는 돈 버는 기계 같고...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 악순환은 대체 어디서부터 바로 잡을 수 있는 걸까요?



남편들의 스트레스


아이들의 스트레스



그러나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는 모두가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뿐인 거지요. 그 노력의 방향이 달랐을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누구를 탓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편을 가르고 누가 더 잘못했다고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비난하기 전에,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행동 뒤에 숨어있는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풀리지 않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손가락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애정결핍은 다 갖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바라고, 인정받기를 바라며,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보다는 누군가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라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 제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과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나는 잘살고 있는 것이 맞나." 하고 고민했던 적이 있었지요.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만들 정도였는데, 저에게 남아있던 상처는 얼마나 많았을까요. 어릴 때 겪었던 일들은 잊히지도 않고, 어쩌면 기억 속에서 더 부풀려져서 나를 더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을 처음 스토리 펀딩에 적던 날 언니와 싸움을 했습니다. 그것도 정말 유치하게 소리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고 돌아와서 다시 글을 쓰겠다고 노트북을 폈는데, 나 자신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글을 더는 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글을 묵혀두면서 우리 관계의 문제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고민을 해봤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흡사 이들과 다르지 않았...


역린이란 말을 아시나요? 용의 턱밑에 거꾸로 솟은 비늘이란 뜻인데, 용은 길들여서 탈 수 있을 정도로 순한 동물이지만 만일 사람이 부주의하여 그 비늘을 건드리게 되면 용이 화가 나서 그 사람을 꼭 죽여버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픈 부위였겠지요.

역린 :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한비자≫의 <세난편(說難編)>에서 유래한다. 



 당신도 그런 부분이 있나요? 


사람마다 이유와 부위는 달라도, 생각만 해도 가장 아픈 부분이 있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구든 저에게 명령하는 것을 참지 못하더군요. 누군가가 부탁하는 것은 거절하지 못하면서도 그게 명령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언니의 저에게 명령하는 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해서 결국 소리소리를 지르면서 싸움으로 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게 바로 나이 서른이 넘을 때까지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제 턱에 거꾸로 솟은 비늘입니다. 글로 써놓고 보니 굉장히 사소해 보이지만 이 마음들이 제 속에 있으니,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서러운 마음이 북받쳐 올라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짜증을 냈던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마음들이 감춰져 있나요? 

싸울 때는 언니의 잘못이라고 박박대며 우겼지만, 사실은 언니의 잘못이 아닌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우리 둘이 이렇게 다른 사람이란 것을 서로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유난히 힘든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도 역시 그런 부분을 갖고 있을 테니까요. 


열심히 저에 대해서 관찰한 덕분에 내가 어떤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인지는 알았는데, 그걸 아는 것만으로 우리 관계가 나아지지는 않더군요. 


미안해. 언니. 나는 이런 부분에 특히 예민해지는데, 그래서 누가 그 부분을 건드리면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게 되더라고. 나도 화부터 내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다음엔 다르게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하면 제 마음을 이해해줄까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역시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세 마디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될 수 있었을 텐데 그 말을 하기가 어려우니까 세상이 이렇게 어려워진 게 아닐까요. 


그래서 스트레스컴퍼니에서 만들어왔으며, 또 앞으로 계속 만들고자 하는 상품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들입니다. 말로 하기 힘들 때, 내편 카드를 쓱 내밀어 보고, 내편 엽서에 써서 전해 보기도 하고, 내편 자석을 냉장고에 붙여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지요. 




아무리 내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저도 고백카드로 마음을 전해보려고 합니다. 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어렵지만 같이 한번 해봐요. 참았다가 터트리지 말고, 그때그때 내 마음을 전하는 연습을 시작해봐요. 우리.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이유를 적어서 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백카드



고백카드내편 카드, 내편 자석은 스트레스컴퍼니샵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스트레스컴퍼니 -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전 05화 분노는 마음에 담아두는 게 아니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