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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레스컴퍼니 Feb 04. 2018

당신이 상처를 던진다 해도 나는 받지 않겠다

세상의 화내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방법

저는 가난한 디자이너이기때문에 상품을 만들때마다 항상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곤 했었는데요. 지금은 없어진 다음의 스토리펀딩이라는 플랫폼에 5화의 글을 연재하며 악플에 경험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스토리펀딩의 글 리스트


처음 스토리 펀딩의 문을 두드리게 된 건, 그동안의 삽질을 기록하고 싶은 의미가 더 컸습니다. 그런데 5화쯤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고, 조금 더 나를 쌓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생각은 첫 번째 글에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더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거 태운다고 화가 풀리나?



처음 이런 댓글을 받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그 후론 댓글 창을 열어보는 것조차 겁이 나고 두려웠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해보기로 했죠. 내가 저런 말을 들은 것이 한두 번인가. 그거 태운다고 뭐 달라지냐, 왜 회사 이름은 스트레스컴퍼니냐, 스트레스 만드는 회사냐, 너나 잘해라... 등등등.  사실 그때마다 웃으며 넘어갔지만, 물론 저는 하나하나 다 마음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따금씩 제 맘을 치고 올라와서 저를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하고 제가 시도했던 방법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곤 익명의 그들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물론! 안 풀릴 수도 있어요.



그들이 던진 악플을 회피하지 않고, 무턱대고 분노하지 않고, 상황에 직면해서 상담하듯 그들에게 답장을 쓰다 보니, 제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그들을 모르듯, 그들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저의 글을 한번 읽었다고 해서 저라는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내게 상처를 던졌다고 해서, 그걸 모두 제가 받아 들고 아파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요. 그렇게 하나둘씩 제 마음속을 정리하고 나니, 다행히 제 답글을 읽은 분들이 조금씩 제 마음을 이해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였다면 참 좋았겠지만, 2화에도 3화에도... 역시 악플은 달렸고요. 저는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상처가 있길래, 내 작은 글에 이렇게까지 반응을 하게 되었을까.. 분명 내 글의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방아쇠가 되어 상처를 건드렸겠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또 저는 마음을 담아서 답장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제 마음을 이해해주더라고요. 제게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쉽게 말을 해도 되냐면서 저주의 말을 쏟아내셨던 분이 저의 답글을 보고, 원 글을 삭제하고 제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이때가 제일 뿌듯했던 순간입니다. 누군가 던진 상처를 내가 상처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상처가 되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보살이 되었습니다. 는 거짓말이고요. 이후로는 누가 내 인생에 악플을 달면, 대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저런 말을 저렇게 함부로 뱉지!@#$@%%^$^$%$%@$@&*(((**000!!!!라고 생각하기보다 눈을 감고 하나, 둘, 셋을 세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저 사람도 상처가 있겠지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내 마음도 똑같습니다.

 

내 마음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너무나 바보 같은 실수를 해서 나에게 너무나 화가 날 때도, 그때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병원에 가던 길에 배가 고파서 바나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병원 옆에 있던 식료품 가게를 떠올렸죠. 그래서 가게 앞에 닿자마자 저는 주차를 하고 얼른 바나나를 사러 뛰어갔습니다. 제 차 바로 뒤에 주정차 위반 차량 단속이라는 전광판을 달고 있는 차가 빵빵대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 때는 그냥 얼른 사 갖고 나오면 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고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바나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3,000원짜리 바나나를 사고 굉장히 뿌듯하게 가게를 나서는데, 주정차 위반 단속 차량이 다시 돌아서 제게로 다가오고 있더군요. 제 앞에 빽빽하게 서있던 차들은 어느새 모두 빠져있고, 제 차만 덩그러니 서있었습니다. 아...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고,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왔습니다. 차를 빼고 병원으로 올라가서 대기하는 동안 저는 미친 듯이 검색을 했습니다. 주정차 위반 단속 차량, 주정차 위반 과태료, 주정차 위반 조회,,,, 를 검색하는 동안 마음속은 타들어갔고, 나는 왜 그 차를 보고도 아무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왜 나는 그때 바나나를 사야만 했나, 바나나를 안 먹고 그냥 지나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과태료가 나오면 어떡하나, 정말 찍힌 건가, 40,000원이면 맛있는 초밥을 신나게 먹을 수 있었는데, 나는 바보인가의 늪에 빠져서 한참을 허우적대다가 눈을 감고 하나 둘 셋을 세며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43,000원짜리
바나나를 샀다는 것을...


그러고 나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 더 이상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쩔 수 없는 일은 그냥 내려놓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렇게 저는 아주 비싼 바나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I llike banana.


그래서
지금은 스트레스를 안 받나요?


스트레스컴퍼니를 시작하고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래서 지금은 스트레스를 안 받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며 내 감정을 정당화시키려고 했다면, 지금의 저는 힘든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다시 편안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화가 나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제일 괴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렇게 기분을 전환시킨 후에 천천히 곱씹으며 나를 화나게 한 것은 무엇인지, 왜 내가 화가 난 것인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서 한 발짝씩 다가가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보입니다. 내가 왜 바나나를 그때 그 시간에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 같은 것들 말이죠. 저는 병원을 갔다가 바로 운동하러 가야 했고, 그런데 배가 고팠고, 그래서 운동을 가기 전에 배를 채워야 했고, 그리고 그러기엔 바나나가 제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상품을 만듭니다. 스트레스가 주는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컴퍼니 상품이 벌써 40개가 넘었습니다. 하하.


2017년 스트레스컴퍼니의 상품들, 지금은 더 늘어났습니다.



스트레스라는 건 없앨 수도 없고, 또 없어서도 안 되는 우리 몸을 다스려주는 시스템입니다. 누구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만, 그건 도인들이나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아직 도인이 아니기에,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여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천천히 곱씹어 보려 합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저는 시련이 주는 가르침을 믿습니다.






스트레스를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 

당신을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를 창의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당신의 마음을 디자인합니다. 

매달 마음을 함께 나누는 감정 모임을 진행합니다. 

분노 캔들, 감정카드, 감정 다이어리, 극복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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