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덜어내기
도예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듣자하니 최재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앞으로 살면서 직업이 4개 정도는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셔서(허허…) 도자기에 좀 더 애정을 쏟기로 했다. 4가지 중 1가지가 될 지도 모르니까…? 하산하기엔 아직 갈 길이 너무나도 멀고, 섣부른 하산은 곧 추락으로 이어질 듯도 하니 우선은 꾸준히 공방에 다니기로 한다.
슬기로운 도예 생활은 나름 순항을 하고는 있는 듯 보였으나 갈 때마다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기가 일쑤다. 게으름 때문에 일일이 기록은 하지 않았지만 번번이 어찌나 시사하는 바가 많은지 모른다. 오늘은 게으름을 뒤로하고 ‘금일의 깨달음’을 남겨보려고 브런치 앱을 켰다. 제목 그대로 ‘욕심을 내려놓으시오.’
도예는 투박한 듯이 보여도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다. 일자 형태의 컵을 만들기로 했다고 치자. 왼손과 오른손의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흙은 꼬여서 높이가 맞지 않게 된다. 중심에서 어그러질 수도 있다. 왼손과 오른손의 속도가 맞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두께가 불균일하고 어딘가 알맞지 않은 기물이 나온다. 애당초 중심을 잡고 흙을 올리는 것 자체가 힘든데, 올리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잘 빚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건조를 한 이후로는 군살을 깎아주어야 한다. 어느 두께로 깎는 것이 좋다는 것에 정답은 없지만, 가급적 군살을 많이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특별히 미학적인 의도가 없다면 불필요한 군살은 기물에 불필요한 무게만 늘리는 셈이니까. 적당히 묵직한 것도 중요하지만, 가벼운 것도 중요하다. 미적분을 풀 수 있으면 구구단쯤은 쉽게 외울 수 있듯이, 얇게 다듬을 줄 안다면 두껍게도 만들 수 있다. 고로 나는 요즘 얇고 가벼운 기물을 만드는 정형화 작업, 쉽게 말해 흙을 깎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문제는 깎는 과정에서도 힘이 불균형하다거나 높이가 알맞지 않으면 기물이 물레에서 쉽게 이탈해버린다는 점이다. 그러면 다시 떼어내서 중심을 새로 잡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어찌어찌 다시 작업을 하는데 또 금세 기물이 바닥에서 들뜬다. 아잇. 기물이 들뜰 때마다 내 심정은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가라앉는데.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같은 문제는 반복해서 벌어진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를 바라보며 무엇이 기물을 들뜨게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흙을 한 뭉탱이씩 날리려다 보면 바닥에서 기물이 떡하니 튀어나온다. 아뿔싸. 욕심이 문제였구나. 빨리, 많이 군살을 빼려는 욕심 말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을 탈락시키려다 보니 떼어내는 힘이 바닥에 기물을 고정하는 힘보다 커지고, 그러면 흙이 떨어지면서 기물도 떨어져 나오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해결책은 한 번에 조금씩 떼어내기. 아주 좁은 면적을 공략한다. 중심을 단단히 잡고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서 깎아낸다. 아까는 한 바퀴면 깎을 분량을 과장 보태 열 바퀴로 깎는다. 바퀴 수는 늘었지만, 기물은 더 이상 탈락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또 약간 잔꾀를 부려 물레 차는 속도를 높인다. 너무 빨리 돌리니까 바닥에서 덜컹하는 느낌이 단박에 들어서 속도를 다시금 낮췄다. 한 번에 많이 없애버리려는 욕심이나 무리한 속도로 돌리려는 욕심이나 매한가지다. 적당한 속도로 적당량만을 깎아내기. 기본에 충실하면 그렇게 애먹을 일도 없는 것인데.
그나저나 어쩜 다이어트 때의 마음가짐과 이리도 똑같을까! 사람 다이어트나 도자기의 다이어트나 조급한 마음이 문제다. 아니. 다이어트에 국한하는 문제는 아니지. 본질적인 부분은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야 마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도예를 통해 삶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늘어난 거 같아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좋은 도공이 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정진.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