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 시청률 5.9%로 역대 OCN 드라마 중 2위를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2006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동명의 원작 드라마의 골격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1988년 한국의 시대상을 매끄럽게 녹여내어 리메이크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라이프 온 마스>는 범인을 쫓던 중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 깨어보니 1988년으로 떨어진 주인공 한태주 형사의 이야기이다. 도대체 이 곳이 현실인지 혹은 망상인지 그리고 이 곳이 어디든 간에 내가 여기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한태주는 끊임없이 자문한다.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려 쫓기다 사망한 그를 둘러싼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면서 아버지라는 사람이 내 기억과는 달리 부도덕하고 비겁한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마에선 아버지 한충호가 수배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갖고 싶어하던 선동열 딱지를 구해다 주는 등 ‘아버지’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도 나온다. 그러나 태주는 아버지가 애인이었던 조마담을 쇠파이프를 후려치고 심지어는 나를 믿고 도와주려는 형사님 그러니까 미래에서 온 아들인 자신의 머리를 돌로 내리찍고 비겁하게 도주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만다. 시청자가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끼거나 옹호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성의 바닥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한국에서 나온 콘텐츠 가운데 아내와 딸을 가차없이 죽인데다 심지어 친일파이기까지 한 강인국을 단죄한 <암살> 정도를 제외하면 악당인 아버지의 악행을 포용할 여지없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흥행을 거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악당인 아버지를 대리하는 ‘형’을 가차없이 사살하고 속편이 나온다면 ‘아버지’를 응징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던 <탐정 홍길동>은 흥행에 실패했고, 딸을 죽게 만든 원죄를 지은 아버지를 아내이자 어머니가 단죄했던 <비밀은 없다> 역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한국 현대사를 충실히 반영한 <모래시계> 같은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혜린의 아버지이며 카지노 재벌인 윤회장은 추잡한 정경유착의 주범임에도 나름의 품위를 가진 인물이고 극 후반에서는 연민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라이프 온 마스>의 아버지상이 새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원작인 영국 드라마의 설정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를 한국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 의미 있다. 부정하거나 혹은 비열한 아버지상도 그려낼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