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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Nov 21. 2018

사색과 관능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이 남기고 간 영화

(2016.11.14 작성)

지난 7일 82세를 일기로 타계한 전설적인 뮤지션 레너드 코헨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위대한 음악들, 그리고 그의 음악이 함께 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를 일약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스타로 등극시킨 1990년작 <볼륨을 높여라>. 낮에는 학교에서 섞이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이지만 밤에는 해적방송의 DJ로서 십대들의 열광을 받는 주인공 마크가 그가 진행하는 방송의 시그널 뮤직으로 택한 곡이 바로 레너드 코헨의 <Everybody Knows>이다. 심야의 라디오에 어울리는 나직한 저음에 실린 저항의 노랫말이야말로 학교와 사회로 대표되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항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틴에이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극 중 청취자 중 하나였던 학생 말콤이 자살한 뒤, 그를 추모하고자 마크가 선곡한 곡 또한 레너드 코헨의 곡인 <If it be your will>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문제작 <올리버 스톤의 킬러>는 존속살인을 포함한 영화의 폭력성 면에서도 논란이 되었지만, 마치 MTV를 보는 듯한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 전체에 사용된 음악만 해도 75곡이나 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레너드 코헨의 노래는 오프닝과 엔딩에 삽입되었을 정도로 중요하게 쓰였다. 황량한 국도변 다이너에서 미키와 말로리 커플이 미친 살인행각을 벌이기 전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예열’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사용된 곡이 <Waiting for the Miracle>이고, 영화가 끝나고 두 사람의 과거와 미래의 모습이 혼란스럽게 편집된 화면을 배경으로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또 다른 곡 <The Future>가 흘러나온다.  



레너드 코헨 특유의 중저음은 어둠에 잠긴 사색을 누구보다 잘 그려내지만 한편으로는 어둠에서 오는 관능 역시 깊게 담아내고 있다. 잭 스나이더의 2009년작 <왓치맨>에서 화재로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출동한 나이트 아울과 실크 스펙터가 미션을 클리어한 뒤, 푸른 달빛이 비추는 비행선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씬에서 레너드 코헨의 <Hallelujah>가 흘러나온다. 배우들의 목소리도 효과음도 최소화하고 온전히 노래의 힘으로 장면을 채워내는데, 레너드 코헨의 나직한 저음만으로 서정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가 충분히 살아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레너드 코헨의 수많은 명곡들이 여러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지만, 그 가운데서도<Hallelujah>는 특히 많이 불러져 온 곡이다. 드림웍스의 대표 애니메이션 <슈렉>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보컬 존 케인이 부른 버전이 삽입되어 있는데, 레너드 코헨에 비해 가볍지만 애달픈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구출해낸 후, 사소한 오해로 감정이 엇갈리게 된 두 사람이 헤어져서 서로를 그리며 마음 아파하는 장면에서 <Hallelujah>가 흘러나오는데 아무 대사 없이 2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롯이 노래만 흐르는데도 둘의 심정이 충분히 전해져 오는 명 장면이다.



캐나다 출신 배우 겸 감독 사라 폴리의 2011년작 <우리도 사랑일까>는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로, 영화의 영문 원제 자체가 노래 제목과 같은 <Take This Waltz>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장면에 레너드 코헨의 곡이 삽입되었는데, 바로 주인공인 마고가 한결같이 사랑해주던 남편 루를 떠나 대니얼과의 사랑을 택한 직후의 장면들이다. 커다란 스튜디오에서 마주 선 마고와 대니얼이 조심스레 키스를 나누다 서로를 강렬하게 탐하고 결국 시들해져 가기까지 ‘새로운 사랑도 결국 변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원씬 원샷에 가까운 느낌으로 담아내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Take This Waltz>이다.




(2016.11.1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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