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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Nov 20. 2018

박찬욱 키드? 박찬욱 감독 연출부 출신 감독들이 뜬다

(2016.11.10 작성)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을 위해 박찬욱 감독이 GV 시사회에 참석했다. 엄태화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미쟝센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단편 <숲>이나 아카데미의 장편 제작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독립장편 <잉투기> 등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아카데미 이전에 감독이 긴 시간 내공을 쌓아온 곳은 바로 박찬욱 감독의 현장이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이승열의 뮤직비디오 <시크릿>에 스태프로 합류하며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쓰리, 몬스터>, <친절한 금자씨>의 연출부를 거쳐 단편 <파란만장>에서는 조감독을 맡았다. <가려진 시간>에 특별 출연한 배우 문소리를 처음 만난 것도 <파란만장>을 준비하면서라고 하니 박찬욱의 현장에서 내공 이상의 것을 얻어온 셈이다.



600만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럭키>의 감독 이계벽 역시 박찬욱 감독 연출부 출신이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의 현장을 거친 후, 2005년 <야수와 미녀>로 감독 데뷔했다. 데뷔작인 <야수와 미녀>, 그리고 십 년 만에 만들어낸 차기작 <럭키>까지 두 편 모두 <올드보이> 프로듀서 출신인 용필름 임승용 대표가 제작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하다. 이계벽 감독의 영화들은 코미디가 중심이 된 착한 영화로 박찬욱 감독과는 스타일 면에서 상당히 다르지만, 모 영화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임하는 태도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까지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모든 걸 배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지금까지도 가장 긴밀하게 협업하는 파트너가 바로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다. 미쟝센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을 박찬욱 감독이 심사했고, <친절한 금자씨>의 스크립터로서 상업영화 현장경험을 쌓았으며, 그 해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쓴 데뷔작 <미쓰홍당무>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제작을 맡았다. 서사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이나 미쟝센을 구현하는 스타일에서 박찬욱 감독과 종종 닮았다는 얘기가 나오곤 하는데,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에 박찬욱 감독이 공동각본가로 참여하고,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도끼>의 각본을 이경미 감독이 함께 집필하는 등 꾸준히 협업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이 아닐까.



오달수가 20년차 무명배우 장성필 역을 맡아 ‘깐느박’ 감독의 신작 ‘악마의 피’에 출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대배우>의 석민우 감독도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극중에서 대한민국 대표감독으로 등장하는 ‘깐느박’ 캐릭터가 말투부터 용모까지 박찬욱 감독을 빼 닮아 아는 사람들에겐 쏠쏠한 웃음을 주고, 극중 영화 ‘악마의 피’ 역시 어딜 봐도 <박쥐>를 연상케 한다. 석민우 감독은 <올드보이>부터 <박쥐>까지 5편을 박찬욱 감독과 함께 했는데, <박쥐> 촬영 당시 오달수가 지나가는 말로 석민우 조감독에게 나중에 감독으로 데뷔하면 꼭 출연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대배우> 출연으로 이를 지키게 되었다는 훈훈한 에피소드가 있다.



류승완 감독 역시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잡지에 연재하던 영화평론가 박찬욱의 글을 즐겨 읽던 차에, 감독 데뷔작인 <달은… 해가 꾸는 꿈>을 인상 깊게 보고 나중에 꼭 찾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이후 독립영화협회에서 일하게 되면서 박찬욱 감독을 인터뷰 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고 <3인조>의 연출부로 일하게 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류승완 감독이 데뷔를 한 후에도 두 사람의 교류는 이어지는데, 연기도 하는 감독 류승완이 종종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까메오 출연을 해온 것. <복수는 나의 것>의 중국집 배달부,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에서 어린 금자가 수족관에서 백선생에게 전화 거는 씬에서 지나가는 남자가 바로 류승완 감독이다.  



(2016.11.1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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