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위 리더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직장 상사가 곧 회사다'라는 말이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나 사내 익명 게시판에 적힌 글들을 읽다 보면, 분명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같은 곳에 다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사건들을 볼 수 있다. '휴가도 마음대로 못 올리는데 저희만 그런가요', '회의 때마다 억지로 발언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저희 팀 회식은 보통 점심에 하고 장소도 다수결로 정해요!'와 같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팀마다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회사 간다라는 건 내 상사를 만나러 가는 거죠.
상사가 곧 회사죠. -미생 127수 중에서
근태 관리, 회의 분위기,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 휴가 사용에 대한 나름의 규정 등 각 팀은 저마다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보통 그 문화는 리더로부터 시작한다.
리더십의 본질은 영향력이다(Yukl, 2006).
리더십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 +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포함한다(Sims et al., 2009). 요약하면 리더십은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리더십이라는 것이 한 개인이 가진 영향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개인으로부터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조직의 현실 상황을 고려하면 리더 역시 더 큰 범주의 관계망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그의 상위 리더로부터 영향을 받는 조직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의 위계적 특성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영향력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Griffin & Mathieu, 1997). 즉 상위 수준의 리더십은 하위 수준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리더십은 개인의 차원만이 아닌 개인 외 요인에 대한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적하효과(適下, trickle-down) 흘러내린 물이 바닥을 적신다.
조직에는 차상위 리더-직속 리더-구성원의 관계가 연속적으로 존재한다. 차상위 리더란 구성원의 관점에서 두 단계 위의 상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내가 팀원이고 나의 상사가 팀장이면, 차상위 리더는 팀장의 상사인 실장/본부장을 가리킨다. 팀장은 자신의 상사로부터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따라서 팀장이 팀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팀장 고유의 것이 아닌, 알게 모르게 그의 상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적하효과를 통해 설명하면 상위 수준의 리더십인 차상위 리더가 하위 수준의 리더십인 직속 리더에게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서는 두 단계 아래인 팀 구성원의 행동 및 태도 그리고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차상위 리더는 누구이며 그/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팀장의 리더십을 탓하기 전에 이들의 상사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자
상사에 따라 회사에 다닐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마이크로 매니징부터 도통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없고 반대로 내가 뭘 하는지 알기는 하나 의문이 드는 방임형 매니징까지- 주변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다양한 유형의 리더들이 있다.
팀장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수많은 익명의 글들을 읽으며 함께 분노하다가도 현실 상황에서 마주하는 주변의 팀장님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또 먹먹해진다. 팀장의 자리에 있는 그들의 입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하겠죠. 하지만 저도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팀장이라 해도 권한도 없고 힘도 없어요. 최대한 팀원들의 동의도 얻고 상사의 신임도 얻으며 중간에서 잘해보려고 하는데... 가끔 제가 뭘 위해 이러고 있나 싶어요' 누군가의 리더이기 전에 이들도 조직의 일원이자 누군가의 한 구성원이다. 감정도 인성도 메마른 존재가 아닌, 갑자기 역할이 두 개가 되고 책임은 그 이상이 되어버린 조직의 구성원인 것이다.
대부분 회사의 리더십 교육은 팀장의 역할과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팀장의 리더십을 한 개인만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실장/본부장과 같은 상위 직책자들 그리고 팀원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상위 직책들에겐 리더십 진단/디브리핑/코칭 등으로 심도 있는 접근을, 팀원들에겐 효율적인 업무수행이나 직무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다차원적 접근도 물론 효과적인 상황과 시기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리더십에 대한 영역은 의문이 남는다. 팀장의 리더십에 대한 책임은 정말 팀장에게만 있는 것일까? 팀장의 리더십은 팀장만의 것이 아니다. 팀원의 팔로어십으로- 차상위 리더의 리더십으로 깎여지고 다듬어지는 영역의 것이다.
따라서 리더를 바라볼 때 한 개인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나는 그에게 어떤 팔로워인지- 또 차상위 리더는 어떤 모습으로 나의 리더를 대하고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차상위 리더의 리더십은 나의 직속 리더를 타고 나에게 흘러오기에 내가 상대할 일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리더를 바라보면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그녀의 행동이 조금은 수긍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나의 리더는 물론 그의 리더까지 생각해 보는 것은 꽤 유익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