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호의에 대하여』, 최강록 『요리를 한다는 것』을 읽고
잘 팔리는 책의 조건 중 하나로 '작가가 유명한 사람일 것'이 언급된 글을 본 적이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리고 성공을 바라는 작가들에게는 가혹한 이야기겠지만,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 세상에서 작가가 유명인이면 그의 팬들이 책을 어느 정도는 사 줄 테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기회임이 분명하다.
최근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쓴 『호의에 대하여』와 최강록 셰프가 쓴 『요리를 한다는 것』을 읽었다. 저자 두 명 모두 내가 평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유명인이었기에 책을 발견한 순간 바로 읽기로 결심했다. 다만, 이들이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는 밀리의 서재 앱에서 이루어진 홍보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판매 실적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니 출판사에서도 마케팅에 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빼고는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두 사람이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받은 인상은 신기하게도 비슷했다. 바로 글에서 단정함과 담백함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두 저자가 평소 언론 등에 비친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글이 딱 맞았다. 『호의에 대하여』에 실린 서평은 대부분 고전을 다루었는데 내용 요약과 평가가 너무나도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경우가 많았다. 『요리를 한다는 것』에서도 글에서 본인을 어떻게든 잘 포장하기 위해 들어가는 쓸데없는 꾸밈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판사, 요리사로서 철저한 직업의식이 드러나는 부분도 멋있었다. 『호의에 대하여』에서 저자는 착한 사람은 법을 모르고 법을 아는 사람은 착하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는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이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동시에 느껴진 구절이라 특히 기억에 남았다. 『요리를 한다는 것』에서는 셰프 겸 사장으로서 식당 네오를 운영했던 경험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나중에 따로 검색해 보니 영업하던 당시에 1인당 77,000원짜리 저녁 코스만 제공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이 식당의 존재를 알지 못해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졌다.
유명인이 쓴 에세이를 읽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저자에 대한 호감도가 애초에 높았음을 의미하므로 막상 책을 읽고 나서 실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대필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그 유명인이 글솜씨가 아주 뛰어나지 않다면 책을 읽고 호감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고 나서 저자에 대한 호감도를 확인하는 사례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나의 이번 독서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나서 뭘 얻었지 싶다가도, 저자에 대한 호감도 확인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의 목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저자에 대한 호감 덕분에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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