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거의 끝날 무렵,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 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티브이를 보는데도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티브이를 켜놓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티브이에도 스마트폰에도 집중하질 못했다.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집중할 수 있는 행위가 필요했다. 동시에 건설적이어야 했다. 후회나 자책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로 했다. 처음엔 힘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 10분이었다. 검정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라... 어찌어찌 책 한 권을 읽었다. 2019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이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달라질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더 큰 불안감이 찾아왔다.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었다. 책을 덮는 순간 기억이 휘발되는 경험을 했다.
밑줄을 그어보기도 하고, 포스트잇을 붙여보기도 했지만 휘발되는 기억을 잡을 순 없었다. 휘발되는 기억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서평이라고 하기엔 거창한, 리뷰나 요약에 가까운 글이었지만 휘발되는 기억을 잡을 수 있었다. 3년째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무언가에 집중을 하는 게 훨씬 쉬어졌다. 집중력이 좋아졌다는데 방점이 있지 않다. 방점은 ‘훨씬’에 있다. 예전보다는 집중력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상태랄까?
집중력과 생산성을 올리고 싶은데 마음만 앞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행동 플랜이 없었다. 그러던 중 뽀모도로 테크닉을 알게 됐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 말로 토마토라는 뜻이다. 뽀모도로 테크닉은 토마토 모양의 타이머에서 영감을 받은 시간관리방법이다.
25분 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5분 동안 휴식한다. 휴식을 취할 땐 눕거나 편하게 앉은 채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물을 마시는 것도 휴식이다. 뇌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다. 티브이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건 휴식이 아니다.
이거다 싶었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독서에 적용했다. 25분간 책을 읽는다. 25분이 지난 후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 기록한다. 읽은 페이지를 기준으로 책 한 권을 완독 하는데 까지 걸릴 시간을 예상한다. 예를 들어 300페이지짜리 책을 25분 동안 50페이지를 읽었다면, 완독까지 150분 걸릴 거라 예상한다. 1 뽀모도로는 25분이다. 150분이면 6 뽀모도로다.
25분 동안 책을 읽고, 5분간 휴식한다. 이걸 6번 반복한다. 그럼 300페이지짜리 책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다. 물론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완독까지 7번이 걸리수 있고, 5번 만에 완독 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25분마다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집중했다는 성취감이 보상이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사용하려면 타이머, 펜, 종이가 필요하다. 타이머는 뭐든 상관없다. 주방 타이머든, 타임 타이머든, 스마트 워치든. 다만 주의력을 빼앗는 스마트폰은 타이머로 적절치 않다. 나는 구글 타이머로 유명해진, 타임 타이머를 사용하는데 120분 중에 25분 집중하는 건 쉽게 느껴져서 120분 버전을 사용한다. 남은 시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마감이 얼마 안 남았다는 긴장감을 주는, 데드라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뽀모도로 테크닉에서 기록은 아주 중요하다. 갑자기 긴급한 일이 생각났거나, 방해를 받았거나, 몇 뽀모도로를 했는지 기록해 놓으면 피드백 자료로 쓸 수 있다. 기록은 팩트다. 내가 정말 집중했는지 아니면 집중하는 척만 했는지는 기록이 알려준다.
6 뽀 모도로면 완독 할 꺼라 예상한 책을 8 뽀모도로에 끝냈다면, 뒤로 갈수록 내용이 어려워지거나 지루해져서 그럴 수 있다. 또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시간이 더 걸린걸 수도 있다. 집중을 방해한 게 외부 요인인지, 내부 요인인지는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25분 집중, 5분 휴식, 기록 이 단순한 프로세스만으로 집중력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심지어 아무리 두꺼운 벽돌 책이라도 뽀모도로 테크닉으로 쪼갠다면 완독 가능하다.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자고 달려들면 부담스럽다. 뽀모도로의 핵심은 25분마다 성취감을 맛보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