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애인의 ‘갑질’

정체성은 선악의 기준일 순 없다

by 돌돌

가족이 식당에 갔다. 조용하고 차분한 점심이 이어지던 중 뒷자리 예약 손님이 요란하게 들어왔다. 시각 장애인 부부와 두 아이, 그리고 아이 돌봄을 하는 중년의 여성 시터까지 5명. 시각 장애인인 만큼 착석에 불편이 있고, 시간도 필요할 터. 그런가 보다. 우리 가족은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컵, 숟가락, 젓가락은 어떻게 놓아야 하며, 의자 배치는 어떠해야 하며 등등…. 시터에 대한 끝없는 지침과 어수선함이 우리 식사를 방해했지만, 그런 불편이야 감수할 수 있었다. 가족 위계 중심은 장애인 남편인 듯했다. 그는 음식 주문 등에 관해 “당사자인 내게 말씀해 달라”며 식당 종업원과 시터의 대화를 사사건건 막아섰다.


시터에 대한 장애인 남편의 ‘갑질’은 계속됐다. 아이가 젓가락을 떨어뜨리자 “(시터) 선생님, 왜 젓가락을 아이 앞에 놓았느냐”며 언성을 높이고 닦달하는가 하면, 시터가 자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 같자 “선생님, 그럴 거면 그냥 식당 밖에 나가 계시라”, “1층 가 보면 트리가 있으니 (떼쓰는) 아이와 함께 트리 보고 오시라”며 사람을 쥐 잡듯 잡았다. 옆 테이블에 있던 우리가 민망할 정도로 면전에서 헤어 드라이기를 돌려댔다.


‘선생님 이거 하시라, 선생님 저거 하시라, 선생님 왜 이렇게 하시느냐, 선생님 왜 저렇게 하시느냐.’ 짜증 섞인 반복 지침 하달에 시터는 깊은 한숨과 울분을 속으로 삼키는 모습.


유아용 힙시트를 매고 아이를 안은 시터는 다시 돌아와서도 테이블 옆에 서 있어야 했다. 돌봄 노동자인 우리 장모님도 “저런 장면은 처음 봤다”며 혀를 차실 정도. 왠지 모를 불편함과 소란에 우린 식사를 빨리 마쳤다. 정체성이 선악, 도덕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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