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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06. 2023

자해만 하는데... 우울증 때문인가요?

증상이란 타협의 결과물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오늘은 자해가 정신병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사연들이 우리 주변에는 꽤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아서 잘 모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에게서도 꽤 발견이 돼요 

그럼 질문 읽어드리겠습니다


제가 몇 년 이상 오랫동안 우울증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머리를 뽑거나 몸을 때리거나

할퀴고 긋고 찌르는 등의 자해를 해왔었거든요.

우울증이 만성적이긴 해도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는 아니고,

꽤나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다만 자해를 잊을만하면 계속할 뿐이죠.

공허한 마음에 할 때도 있고,

화풀이로 할 때도 있어요.

굳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흉터가 생길만한 자해는 자제하려고는 해요.

지금 제가 정신과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으러 다니고 있기는 한데,

우울증 자체는 익숙해서 그런 건지

딱히 나아지는 느낌도 없고 굳이 다녀야 하나 싶기도 해요.

제가 정상 같고...

그런데 자해는 정상이 아니잖아요.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닌데

계속 꾸준히 하게 되니까....

자해만으로도 치료해야 하나요?

자해가 우울증에서 비롯되는 증상인가요?


우리가 기분에 '증'이라는 말을 붙이게 되면요

하나의 병처럼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의학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외로움 역시도

하나의 '증상'으로 연구하려고도 하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혼자 있고는 싶은데 외로움이 자꾸 느껴지니까

그런 부분들을 뇌과학으로 연구하려 하는 것도 있긴 합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그래서 여기서 질문자분의 기분이 몇 년간 좋지 않아서

'우울증'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증상으로 생각하는 기분이라는 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예요

정신분석에서 기분은 증상으로 보고 있지 않거든요

상황에 따라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니까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심각한 게 자해행위잖아요? 

자해라는 게 자기 보호 행위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증상의 메커니즘들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고요

그리고 이 자해 자체가 핵심이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중 하나가

핵심적으로 보이는데 그게 사라지면

변형되어서 다른 증상으로 등장해요.

그렇게 정신작용에서 어느 정도 역동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우리 정신이 외부 자극이나 체내 물질을 통해 자극된다면

그에 따라 정신작용에서 변화가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러나는 증상에 대해서 맞춰서 처방하는

대증처방 방식으로 약물 처방을 하게 된다면

꽤 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울증이 따로 있고 자해가 따로 있고 한건 아니에요.

핵심적인 증상은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드러나는 건 눈속임이에요

본체는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겁니다

즉 똘마니들 보내서 먼저 보이게 하고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신경증이 굉장히 교묘하거든요


현재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우리 정신작용에 어떤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러니까 우리 행동에서 변화요소들도 나타날 수 있고요

약을 먹으면 주로 많이 처지죠?

잠도 너무 많이 오고


이런 것은요 

기존에 정신에서 에너지를 처리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거기에 약이 들어가면서 그 방식에 일시적 변경사항이 일어났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생각해 봅시다.

신경증에서는 현실에 관심을 거두어들이려고 해요

관심 안 주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약물을 복용해도 현실관심을 철회시키는 작용을 일으키거든요

그 상태에서 약의 효과가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내성이 생겼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약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정신작용에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렇게 되는 겁니다.


자해를 하게 되는 조건도 특정이 될 겁니다.

뭔가 활력을 얻고 관심이 생겨서

활동하고자 할 때 자해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서 잊을만하면 자해한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이유가

약으로 활동성이고 뭐고 다 죽여놔도

그걸 우리 자아는 스스로 이겨내려고 한단 말입니다

그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들이 생기고

스스로 건강해지고자 하는 움직임이 등장합니다.

이게 자가치유작용이에요


그런데 이때 발생하는 정신작용에 의해서

자해행위를 선택해서 스스로를 처벌하게 되면

활동성도 멈출 수가 있거든요?

초자아가 처벌해버리니까

자아가 확 찌그러진 거예요


자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고요

학생들 중에도 많다

그런 내용을 접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이

자해를 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듣기로는 

약을 굉장히 많이 써서 자해를 하지 않게 '돕는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때 조심해야 될게요

자해 중에서도 '약물 자해'라는 게 있어요

약을 굉장히 많이 쓴다는 건 다른 의미에서

'약물자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약을 두고 치료제라고 믿을 수가 있는데

처벌 목적으로도 쓰이는 경우가 있어요


정신분석에서는 자해 문제를 치료를 한다

그러면 자해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탐구합니다

주변 상황이나 내적 조건 뭐 이런 것들 다 따져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삶을 모두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이 자해라는 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자체로 발달 양상을 띠기도 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자해를 하다가 자해를 안 해요

하면 안 되겠다 해서


그런데 너무 스트레스받고 너무 힘들 때

칼을 보면 유혹이 생기는 거예요

'조금만 긋자'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자해도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다가

어느 순간 또 사라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나은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직접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 것은 고도의 신경증적 전략에서 출발을 하는 거예요

자해를 일으키는 작용이 있는데

이 정신작용이 자기 처벌을 불러오는 거예요

그런데 약이 더 많아졌다

이러면 약물이 처벌 기능을 해 주면서 자해문제가 사라질 수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건 괜찮아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자해의 메커니즘 자체는 계속 유지가 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추가된 방어기제에 따른

또 다른 작용들이 중첩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훨씬 복잡해지고

증상 자체가 삶에 들러붙어버려요


이런 경우가 있어요

자해문제로 상담을 하러 간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해가 멈추게 되면 상담도 끝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해는 일찍 멈출 수도 있어요

치료가 빠르면 재발도 빠르거든요


그런데요

여기서 이게 중요해요

그때의 재발은요

자해로 돌아오진 않아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위장해서 삶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자해보다 더 괴로워요


비슷하게는 자해하다가 약 먹으면서 자해행위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도 비슷한 내용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그 해당하는 정신 과정을

나름의 이론으로 설명해주는 굉장히 중요해요

정신분석만 가지고 설명하는 건 아니겠죠?


제 분석 경험에서 보면

어떤 남자분이 자기 진단명에서는 조현병이었어요

분석 진단에서는 다른 진단이에요

dsm 하고 분석진단 체계하고는 안 맞거든요

이 사람의 삶을 살펴보니까

자해를 하긴 해요

그런데 굉장히 교묘하게 숨겨진 자해문제가 있는 겁니다


옆에서 보면 그냥 화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짜증 나고 화가 나는데 그걸 언제까지 하냐?

피가 날 때까지 해야 합니다

피가 날 때까지 해야 진정이 된다는 거예요

겉으로 봐서는 자해가 아닌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그 정신작용은

자해 메커니즘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신적 문제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메커니즘들을 밝혀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질문자 분이 지금 치료를 다니는 병원에 있는 의사 선생님한테

자기 증상의 메커니즘을 좀 설명해주실 수 없냐고

문의하시면 어떨까 해요

정신의학에서도요 

모델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스트레스 취약성 모델과 같은 이론들을 마련을 해두고 있거든요

이것을 어떻게 설명을 하든지

의사가 뇌신경 문제나

아니면 뭐 자기가 나름 익혀놓은 정신작용 기전으로

자해 문제를 설명해 주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겁니다


로널드 랭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있어요

이 분이 조현병 치료에 있어서 정신의학에서 기념비적 인물인데요

환자들과 대화를 현상학적으로 해석을 했고

이 분은 그에 따라서 프로이트에도 좀 친화적이었습니다


거기다 소암 이동식 선생님

이분의 책에서도 그런 말이 나와요

치료를 잘하는 이유가 뭐냐?

이동식 선생께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환자들이랑 말이 잘 통하는 게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래서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자기 증상의 메커니즘을 알려달라고 한번 요청해 보세요

그게 진짜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메커니즘이라는 게요

흔히 정신장애 오래 앓으신 분들 있잖아요?

이 분들에게도 그런 게 있어요


"병식을 알면 치료가 된다"


그런 말을 하잖아요

이때 이 병식이요

그 메커니즘입니다. 자해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이것을 알면 생각보다 빨리 진정이 돼요


제가 다른 글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죠?

미국에는 그런 농담이 있다고 

"정신분석가들은 자기를 약으로 착각한다"

그런 농담 있다고 하잖아요?


그게 바로 이 메커니즘을 찾아내면

자아가 빨리 증상에 대해서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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