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나에게 고2언니가 손을 잡았다

얼굴은 잊었지만, 그 손의 감촉은 남아 있다

by 파프리카

요즘 누군가 손을 내밀어본 적이 있던가.

문득, 그때 그 손이 생각났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그땐 학교 안에 ‘양오빠’, ‘양언니’ 열풍이 불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00 여고에도 ‘양언니 제도’라는 게 있었는데,

예를 들어 내가 1학년 5반 1번이면, 2학년 5반 1번, 3학년 5반 1번이 내 양언니가 되는 식이었다.

형제가 없던 나는 내심 기대했다.

‘내게 언니라고?’

생전 처음 누군가에게 ‘언니’라고 부를 수 있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학년 5반 교실을 찾아갔다.

문 앞에서 나오는 선배를 붙잡고 말했다.

“1번 언니 찾으러 왔어요.”


잠시 후, 교실에서 나온 언니는 나처럼 키가 작고, 마른, 까무잡잡한 사람이었다.

달리기를 아주 잘할 것 같은 느낌의.

그 언니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아, 1학년 양동생?”

“…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에게,

“가자. 3학년 언니 만나러.”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때 손을 내밀던 순간,

잡은 손의 감촉,

계단을 함께 오르던 발소리.


지금도 그 순간이 생각난다.

그 언니의 얼굴은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그 손.

내게 내밀던 그 손.

내가 잡았던 그 손의 따뜻함


그게 뭐라고.

스무 해쯤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내가 가장 예민하고, 가장 외로웠던 시절.

그 손 하나가 내게 따뜻한 위로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손을 내미는 일도, 손을 잡히는 일도 드물어진다.

때론 말보다 먼저 건네지는 손 하나가,

그 시절의 나를 꺼내고, 지금의 나를 다독인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손을 건넬 차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