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소나기 구워 먹기

웃음 나는 소나기맛

by 파프리카


후두두둑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

파블로의 개처럼 조건반사하듯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더운 한여름이었다.

우리 가족은 더위를 피하려고 한 계곡에 도착했다.

물놀이를 마치고, 라면과 삼겹살을 준비하려던 참이었다.


탈칵 탈칵

부르스타에 가스통을 끼우고 불을 켜자 고기판이 서서히 데워졌다.

고운 선홍빛의 고기를 올리는 순간,

후두두둑

거짓말처럼 비가 쏟아졌다.

소나기였다.


“악, 이거 어떡해!”

“일단 옮겨, 옮겨!”


반쯤 젖은 티셔츠 위로 굵은 물방울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타닥타닥

누가 작은 등 뒤에서 자갈을 던지는 것 같았다. 곧 등이 따끔해졌다.

그 후 젖은 옷은 살에 철썩 붙었고,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피부에 닿는 물은 따뜻하다가 어느새 차가워졌다.

우리는 분주하게 고기판을 지켜야 했다.

가방, 냄비, 뜯긴 라면 봉지, 생수통들.

모두 다 젖기 전에 옮겨야 했다.


길가에 가까운 자리에 자리를 잡아놨던 덕분에

후다닥, 뛰어다니며 짐을 옮겼다.

비에 젖은 돌바닥 위를 달리다 보니

발밑에서 ‘척척’ 하고 신발이 젖는 소리가 났다.

계곡물이 튀어 신발 안쪽이 차갑게 젖어왔다.

양말이 발에 착 달라붙는 감각.

거슬렸지만 어쩐지 몸은 가벼워졌다.


그 상황이 왜 그렇게 웃겼는지.

비 맞으며 고기를 옮기고, 돌 위를 날뛰는 내 모습이 꼭 원숭이 같았다.

젖은 나뭇잎 냄새, 젖은 흙 냄새, 젖은 나.

바보 같은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무거운 기억만 오래 남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엉뚱하고 어설픈 순간들이, 더 생생하게 돌아온다.

옷은 젖고, 발은 미끄러지고, 고기는 다 식었지만

그날의 우리에겐 웃음이 있었다.

기억은 그런 날들을 더 오래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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