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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Jul 05. 2023

사실은 E였던 나

Photo by Artur Rutkowski on Unsplash


MBTI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핫하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기억을 못 해서 항상 Introverted만 안다고 아이라고 했었다. 대학생 때 상담심리 수업을 들었을 때, 과제 중 하나여서 했던 테스트였는데 이제는 모든 젊은 세대들이 다 한 두 번씩은 해본 테스트가 되었다. 밈이 되고, 데이팅 전략이 되고, 친구로서 합이 좋은지 보는 도구가 되고 지난 몇 년간 진짜 hot했다. 


어렸을 때 엄청 소극적인 편이어서 어쩔 때는 painfully 소극적이기도 했던 아이/학생이어서 평생 그런 기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국에 와서는 생존전략으로 I와 E의 중간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랑 going out, 파티 가기, 당일치기 여행, countless small talks, 억지로 활발한 척 좋은 척하기 등의 수많은 미국 문화 경험을 거쳐 중간이지만 그래도 I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은근히 I가 더 좋거나 있어 보이는 느낌이라고도 생각했던 거 같다. 인간관계에서의 양과 질, 30대가 되면서 조용하게 소수로 대화하는 것들 추구하는 문화 등에도 영향을 받은 거 같다. 어렸을 때는 활발한 친구들이 부럽고 그렇게 되고 싶고, 그런 성격이 좋은 것이라는 사회의 norm이 있었다. 그래서 엄마아빠가 억지로 합기도와 웅변학원을 보냈었는데, 정말 지옥? 지옥은 좀 심하고 그거보다는 낫지만 진짜 꾸역꾸역 억지로 다녔다 울기도 하고 하기 싫다고 무한히 생각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소극적이지 않고 말도 먼저 걸기도 하고 일 때문에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들이 많아졌다. 특히 좀 어색하거나 외롭게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자주 하고, 어렵지 않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상황일 때 다가와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기 때문에. 간단한 스몰토크는 그리 어렵지 않고 반응을 제법 잘해주는 것도 익숙하다 정말.


최근에 다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결과가 E였다. 놀랐다 좀. 내가 외향적이라고? 내가? 이게 변화가 가능한 영역인가? 그와 동시에 최근에 사귄 친구들과 그룹으로 놀았던 경험들을 떠올려 보았다. 재미있었다, 내가 좀 리드를 하거나 중심이 되는 상황을 즐기고 좋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나는 이런 활동들을 항상 좋아했는데, 자라온 방식과 인간관계들에 의해 나의 그런 성향이 억압? 되어 활발해지고 싶은 조용한 아이로 큰 거 같다. 그래도 여전히 딥한 대화는 좋고,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좋긴 하다.  


ENFJ-A 선도자로 나왔는데 내향/외향 말고도 전반적인 설명을 읽어보니 상당 부분 정확했다. 나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성장시키는 것을 즐기고 중요한 가치와 동기에 driven 되고 따뜻한 마음으로 여러 목표를 세우는 리더 타입. 오바마랑 오프라 윈프리가 있었고 매우 적은 사람들이 속하는 카테고리여서 더? 기분 좋았다. "오~~ 좀 멋진데 근데 내가 좀 그렇긴 하지"라고 생각 들었다...ㅋㅋ 이성관계, 친구관계, 커리어 등 분야별 세부 설명 읽어보는 것 재미있었고, 추가로 결제를 하면 컨설팅같이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서비스도 있어서 해볼까 한다. 내 성향을 살펴보고 알고 정진하고 싶다.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다. 커리어, 이성관계 모두. 그리고 MBTI이야기를 같이 했던 친구들에게 조만간 만나서 지금의 나는 사실 E라고 알려주는 걸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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