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의 경험을 교훈 삼기
후아.
드디어 끝났다. 장장 5개월 간 생각하고 계획하고 만들고 연습하고 고치고 마케팅하고 질의 답하는 여정이 끝이 났다. 내가 리드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책임감과 중압감도 컸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컸던 워크숍.
워크숍의 첫 준비과정은 작년에 처음으로 진행했던 워크숍에서 배운 교훈들에서부터 시작했다. 작년에 했던 첫 워크숍에서 경험한 것들과 참가자들의 피드백은 올해 워크숍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1. 데이터 워크숍인 만큼 실질적인 데이터 분석방법을 더 다루기를 바라는 사람들
몇몇 참가자들이 큰 만족감을 표시한 동시에 몇몇 참가자들은 피드백 설문을 통해서 솔직하게 맘에 들지 않았던 점을 공유해 주었다. 워크숍 강사로써 그런 의견들을 내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그 코멘트를 볼 때는 아프고 외면하고 싶지만 본인의 시간을 내어 비판적 의견을 내어준 참가자들은 항상 감사한 존재들이다. 그 코멘트들로 인해 미래의 워크숍의 질이 더 좋아지고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 준다. 강사인 나도 피드백 과정을 통해 조금씩 강해져서 그러한 비판과 비난의 화살촉이 조금씩 덜 날카롭게 느껴진다.
2. 동료들을 강사로 초대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지 않았던 것
이 부분은 동료들의 세션에 내가 참여해서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배울 점 그리고 다음 워크숍에서는 하지 말아야 것들 모두. 그리고 특정 동료들에게 워크숍 이야기를 이미 꺼낸 뒤에 이건 아닌데 싶어도 "미안한데 세션 안 해도 돼" 이 말을 할 자신도 없었던 것 같다.
1) 정해진 시간을 넘어가며 계속해서 세션을 하는 동료들
: 내가 가장 안 좋아는 형태의 강의 및 발표이다. 강연자가 그 누구든지 그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할지라도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데 계속해서 그 시간을 쓰는 것은 싫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여러 모습 중에 가장 기본 적인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1시간을 줄 때 동료들을 흔쾌히 "좋아 1시간으로 준비할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 맞추어 끝내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그럴 거면 그렇게 흔쾌하지나 말던지.. 60분이면 55분과 65분 사이에 본인의 세션을 끝내고, 초과한 경우에 자신이 초과한 것을 말하고 그다음 강연자에게 강의를 넘기면서 정확하지 못했던 시간의 잘못을 본인에게 가져가야 한다. 그게 예의이다. 근데 20분-30분을 더 해버리고 그런 말도 없이 "질문 있으신 분 있으 신가요?" 그 뒤에 "그렇다면 제 동료 ____에게 넘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런 모습은 정말 꼴 보기가 싫다(ㅠㅠ). 이로 인해 그다음 강연자는 세션을 서두르거나 특정 부분을 생략해야만 하는 명백한 '피해자'이지만, 참가자들은 그런 것을 자세히 알리가 없다. 또 대부분 그 '가해자'로부터 따로 사과도 받지 못한다. What the hell이다.
아마도 시간을 재면서 연습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본인의 세션 내용을 모두 전달해야만 한다는 강박 또는 고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과한 자신감은 강연자로서 좋지 않은 태도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시간이 지나면 관객들은 집중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본인의 시간이 아니다. 부디 남의 시간을 쓰지 말고 우리의 시간만을 잘 활용하자. 이러한 모습은 앞으로 다른 사람과의 협업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평판과 신뢰는 시간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2) 워크숍은 가르치는 활동인데 그 가르치는 연습이 부족해 보이는 경우
: 가르치는 일은 무엇을 가르치는지 보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끊임없이 참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그들의 맘에 드는 순간들을 몇 개 정도 만들어낼 수 있다. 워크숍은 준비한 대본을 읽는 활동이 아니고 내용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왜냐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지루한데 성공한 강연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중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이상적으로는 곳곳에 재미와 흥미도 심어두어야 한다.
가르치는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이러한 퀄리티를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랜 기간 변화 없이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들을 가르쳤던 몇몇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과 같이 그저 고여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기간보다는 실제 노력과 청중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 이것이 훌륭한 강연자와 그렇지 않은 강연자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그 청중들이 다시 그 강연자를 찾거나 주변에 추천하느냐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본인이 리드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어서, 또는 발표를 많이 안 해봐서, 또는 여러 번의 리허설과 퀄리티 향상을 위해 머리를 쓰는 게 귀찮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여러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내가 같이 티칭을 한 동료들의 상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없고, 그런 비판 및 연습을 요구하는 것을 실제로 그들이 잘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강사로 함께 했던 동료들 중 일부를 올해 워크숍에 초대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그들이 기분 나쁘게 느낄 수 있지만 보다 성공적인 워크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아니 좋은 선택이었다.
3) 참가자들에게 조금은 강압? 적으로 의견을 요구하는 동료의 모습
이건 굉장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한 동료가 참가자들에게 질문 또는 의견을 강요하는 모습이었다. 온라인 강연은 참가자들이 조용하게 있는 경우가 흔하다. 강사입장에서는 힘들지만 그 또한 우리가 이해하고 더 큰 참여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반응이 없자 "나는 두 명한테는 이야기를 꼭 들어야겠어, 나는 기다릴 거야"라고 말한 동료는 나름 긴 침묵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 행동은 장려가 아닌 강압이었다. 그 침묵에서 약간의 폭력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도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 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아마도 강연자를 화나게?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참가자들에게 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고 상호작용을 더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임을 나는 알지만 다소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프로젝트 리드로써 당황스럽고 답답하고 그 순간에 기분이 나빴다. 참가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고, 참가자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참가자였다면 100% 피드백을 남겼을 것 같다 아마도 그 당일에 바로.
4) 알맹이가 없는 세션
그럴듯한 단어와 문장들이 넘쳐난다. 슬라이드 비주얼도 전문적으로 보이고 좋다. 아주 그럴싸하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배워서 본인들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거의 없다. 한숨이 나왔다. '그다음 슬라이드들에는 알맹이가 있으려나? 없네.. 또 없네.' 그 세션을 참가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화려하고 과장된 설명으로 "이렇게 하면 됩니다" "아주 쉽습니다" 이런 식의 말하기 및 강연을 지양한다. 결국 좋은 내용이 없거나 강연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계속 포장만 하는 느낌의 강연. 어찌 되었든 간에 워크숍이라면 청중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3. 처음으로 리드하는 4일 워크숍이라는 이유로 타인들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했던 리더
자신감이 좀 부족했다. 이런 걸 많이 해본 동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의견을 구했다. 나의 계획을 말해주고 의견을 묻자 제안해 준 몇 가지 공통적인 의견들이 나의 생각과는 좀 달랐다. 그들은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 생각해 봐"가 아닌 "우리 센터의 워크숍을 이래야 돼" 나는 그들보다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음에도 그 의견들을 워크숍 리더인 나의 의견보다 더 많이 반영시켜 버렸다. 마음속에서 '아닌 것 같은데' '이러면 안 좋아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있었지만 나의 부족했던 자신감은 그 생각들을 외면했다.
워크숍을 하는 과정 중에 그리고 끝나고 난 뒤에 워크숍 비용, 워크숍 주 내용, 방향 및 색깔, 다른 세션들끼리의 연결 등의 부분에서 후회가 되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워크숍 비용을 너무 낮게 측정한 것, 데이터 분석을 더 포함시켰어야 했는데 등의 후회. 나는 워크숍 리더이면서 모든 강연자 동료들의 approval을 받기를 원했던 것 같다. 동료들로부터 내가 배우고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그 프로젝트의 리더라는 것은 내가 그 부분에 전문가이고 생각과 노력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처음이더라고 좋은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4. 워크숍은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충분한 리허설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
워크숍 날짜가 다가올 수록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체크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고, 리허설을 해볼 시간도 부족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강연자들에게 좀 더 엄격하게? 미리 강연자료를 끝내라고 말하지 않은 것도 후회되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강사들은 직전까지 강연자료를 수정하였다. 그 것은 리허설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들을 다 수합하고 계속 검토해서 전반적인 내용과 전달의 질을 높이는 과정을 하지 못했다. 참가자들을 위해서 다른 강연자들에게 더 요구했어야 했고, 리더였던 나는 더 미리 준비를 했었어야 했다. 참가자들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참가자들에게 조금은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느끼는 것은 불편했다. 그 때 결심했다 내년에는 정말 미-이-리 시작하리라.
이러한 교훈들은 올해 워크숍에 대한 나의 자세를 다르게 만들어 주었다.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는 마음보다는 정말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 '잘해야 되는데' '사람들이 워크숍 비용이 너무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야 하는데' 라는 두 가지 생각을 5개월 내내 지니고 준비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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