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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안의 스투키 Jun 20. 2018

남극의 아홉시는 없다.(3)

남극 연구의 필수템 쇄빙선 아라온과 남극의 관문 뉴질랜드.

 "왜 트라이포드가 안나오지?"


 인천공항에서 오클랜드로, 또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시간만 몇시간인지 모르겠다.

 본격 시작하기도 전에 산더미의 짐들과 긴 이동시간으로 몸이 천근 만근이다.

 심지어 오클랜드까지는 짐들이 무사히 잘 왔는데, 카메라 삼각대인 '트라이포드'가 최종 목적지인 크라이스트처치 도착 한시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Is this your luggage?”

 늦게라도 온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현지 항공사 직원이 짐이 늦게 온 것에 대한 댓가로 소정의 바우처를 준다. 그것으로 뜨끈한 커피 두잔을 사서 마시며 짐을 옮긴다.

뉴질랜드에서 짐을 옮기기 위해 빌린 렌트카. 고를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큰차로 골랐는데 출장 짐들로 테트리스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는 남극으로 가는 관문 중 한곳이다.

 남극으로 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항구들이 있는 곳은 남반구에 5곳.

 호주와 뉴질랜드, 남아공, 그리고 가장 단거리를 자랑하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있다.

 그중에서 우리는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 항에서 남극으로 출발한다.


왼쪽 지도의 빨간 원이 남극으로 향하는 관문들이 위치한 곳. 오른쪽은 뉴질랜드의 리틀턴항. 멀리 빨간 아라온호가 보인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에서도 한적한 시골마을. 강력한 지진대위에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는 2011년 강력한 지진으로 마을이 초토화되어 대성당 및 오랜 건물들이 아직도 복구 중이다.

 지진대 위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지지만 남극과의 거리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빼고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에 있어 남극 연구진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달려온 리틀턴항에 정박해 있는 아라온호. 누군가는 우체통 색 같다고 한건 안비밀.

 

 짐을 꾸역꾸역 차에 싣고, 숙소에 간단하게 짐을 풀고 아라온호와의 첫 대면을 위해 리틀턴항으로 향했다.

 간단한 입항 수속을 마치고 마주한 커다란 쇄빙선.

 붉은 주황색이 푸른 바다와 대비돼 강한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

 6년의 건조기간을 거쳐서 만들어진 아라온호는 7천톤 급으로 총 85명을 승선인원으로 하는 연구선이다.

 하루에 쓰는 기름의 양만도 항해시 무려 22톤.

 쇄빙선을 보유한 나라는 모두 18개국인데 우리나라의 아라온 호가 가장 첨단의 쇄빙선이기도 하다.

   

이번 남극 항해 취재를 위해 구입한 드론. 거대한 아라온호를 촬영하기 위해 뉴질랜드의 허가를 받고 항구에서 드론을 띄웠다.


 가까이서 보니 붉은 색이 더욱 강렬하다.

 

 '어머 이건 찍어야해!'

 

 도착한 첫 날이지만 드론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이국적인 항구에 정박한 아라온호가 강렬함을 뿜어내고 있다.

 피곤하지만 드론을 날려본다.

 해외 출장에서 일을 미루는건 안된다.

 내일의 날씨는 장담하기 힘들고, 출항하는 날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항공촬영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오늘은 항공촬영만을 마치고 앞으로 40여일의 항해기간 쓸 아라온호의 숙소 배정은 내일로 미룬다.

 숙소 배정은 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두분이 쓰실 방 입니다."


아라온호의 4인실. 나름 스카이뷰로 쾌적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대한 방의 크기 보다는 넓다.

 배멀미가 심한 날 위해 극지연구소에서 비교적 낮은 층, 가운데 방을 배정해 줬다.

 숙소가 높은 층에 위치할 수록 흔들림은 상상 그 이상으로 심하고, 그로 인해 항해 내내 멀미로 고생할 수 있다.

 차에 잔득 싣고 온 출장 짐을 방으로 옮기고 항해기간 동안 쓸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깔끔한 후배는 책상도 라인을 딱딱 정리해서 해놓고, 심지어 바닥 청소와 냉장고 청소까지. 절대 후배만 시킨거 아닙니다. 같이했어요.

 

 숙소에 모든건 바닥 또는 책상에 붙어 있고, 벽에 고정되어 있다. 배가 심하게 흔들릴때 물건이 떨어지거나 이동해서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의자도 바퀴가 없이 아래에 무거운 추가 달려있고, 책상과 고정할 수 있는 끈이 항시 묶여 있다.

 침대의 메트리스도 침대와 벨크로우로 붙어있고, 책상서랍이나 옷장도 항해시 열릴 수 없도록 되어있다.

 그전에 이 방을 쓰던 사람들은 뉴질랜드 헬리콥터 조종사들이었다. 숙소 생활이 우리 한국인들과는 달라서 바닥에 온갖 모래와 발자국들이 선명하다.

 

 우린 둘다 한국사람. 방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니 앞으로 숙소에서는 맨발로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을 꼼꼼하게 쓸고 닦는다.


숙소와 밖을 연결해주는 창문. 이 작은 창문만이 방과 밖이 연결된 유일한 소통창구이다.


 아라온호는 쇄빙선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건조된 배 이기 때문에 내부 시설은 다른 나라의 쇄빙선과 비교하면 호텔급(?)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연구자들도 아라온호의 시설에 엄지를 척하고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1인실부터 4인실 까지 다양한 객실과 작지만 깔끔한 샤워실, 심지어 공용 체력단련실과 목욕탕 까지 갖춘 고급 여객선을 방불케한 연구선이다.


 이제 짐도 풀었겠다. 살림도 잘 정리하고 숙소도 살만하게 정리했겠다. 긴장이 풀리고 피곤함이 몰려오면서 침대에 눕는다.


 아라온 호의 남극으로의 출항이 곧 시작된다.

 

 "잠 잘때 침대가 움직이지 않는건 오늘이 마지막일 거니까 푹 주무세요."

 

 ‘이건 또 무슨소리? 고정된 침대가 움직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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