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 최고의 일곱 마리 (거북이 편)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경기의 중압감 때문이랄까... 모든 게 너무 부담스러웠어. 그리고 뭐랄까... 내가 꾸준함 하나로 이긴다고 자꾸 얘기를 듣는 것도 짜증이 났고."


거북이가 이어서 말했다.


“그 이후 나는 경기를 그만두기로 했고, 대신에 내 적성이 뭔지 깊이 고민해 봤어. 그러다가 꾸준히 달리는 것보다 꾸준히 생각하는 게 내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지. 그래서 컴퓨터 공학과 프로그래밍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를 시작했어.”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카리브 해안은 바닷거북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거든. 다행히 프로그래머는 원격으로 일할 수 있으니까,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곳까지 온 거야."


사자는 거북이에게 마치 다 이해한 다는 듯이 끄덕이더니 조용히 거북에게 자신이 온 이유를 말했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동물들을 공부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팀원을 모으기 위해서야. 흰 기린이 가장 먼저 너를 찾으라고 했어.”


거북이가 사자의 말을 듣고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날 찾는지 알 것 같은데? GPT 같은 언어 모형을 만들어 달라는 거 맞지?” 1)


거북이는 기린이 자신을 찾은 이유를 짐작한 듯했다. 하지만 사자는 생소한 전문 용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거북이가 다시 설명을 덧붙였다.


"나는 동물들이 인간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번역을 하는 장치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어. 아마 그것 때문에 기린이 나를 찾은 것 같아."


거북이의 말을 개략적으로 이해한 사자가 신이 나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거북아, 우리 목표는 동물들이 공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거야. 우리를 따라와.”


"그래... 근데 나는 재택근무만 해. 행운을 빌께.


거북이는 사자의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사자를 따라가면 왠지 자신에게 엄청나게 많은 일이 쏟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사자는 자신의 설득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유로운 영혼이자 차가운 피를 가진 파충류를 '우리'라는 감성으로는 설득한다는 접근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2) 사자는 바로 전략을 바꾸어 다시 말했다.


"나를 따라오면 해초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게 해 줄게. 평생 말이야.”


“평생?”


“그래. 평생.”


사자의 제안에 등껍질 밖으로 머리를 쭉 내밀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바다 온도가 변하면서, 코스타리카에서도 좋아하는 해초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던 터라 사자의 제안은 아주 솔깃한 조건이었다. 3)


"그래. 대신 약속은 지켜야 해.”


거북이가 사자 일행을 따라나서며 말하자, 사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의외로 소소한 제안으로 거북이를 설득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좋았던 것이다.



(주석)

1) 동물 GPT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면 <부록: 동물 GPT는 어떻게 만드나>를 참고하자.


2) 정확히 말하자면 거북이는 환경에 따라 피의 온도가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이는 따뜻한 감성이나 열정이 담긴 말로는 거북이를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말도 안 되게 열정적이고 감성 충만하게 돌변할 수도 있다.


3)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지구 곳곳의 해초 서식지가 감소하거나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생태의 보고로 알려진 코스타리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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