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한편, 온몸에 퍼진 극심한 고통으로 한동안 기절해 있던 사자는 서서히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버지의 궁전 입구에서 본 조각상과 꼭 닮은 사자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멜렉(Melek), 너는 다른 동물들보다 머리가 크고 허리가 긴 체형이라 신체활동에는 소질이 없어. 그러니까 요가나 운동을 할 때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해."
젊은 사자는 자신의 체형을 지적하는 이 사자를 경계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다.
“잠깐만, 멜렉. 내가 그렇게 말한 건, 네 체형이 내 체형과 똑같기 때문이야. 나는 바로 네 조상, 선대 사자란다.”
의외로 간절하면서도 진솔하게 들려오는 선대사자의 목소리에, 젊은 사자는 뒷걸음을 멈추고 선대 사자를 바라보았다.
“멜렉, 네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나도 젊었을 때 '거인의 척추'라고 불리는 1) 북쪽의 산속에서 팀원들과 함께 동물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었단다. 그때 우린 자신감에 넘쳐 있었고, 인간들을 넘어설 수 있다고 확신했었지.”
선대 사자의 말에 젊은 사자는 눈을 크게 떴다. 선대 사자가 동물 세계를 공부시키려 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법률의 천재 '무(Moo)' 그리고 새벽의 천문학자 '꼬꼬닭(Cocodak)' 그리고 당시 오라클인 표범 'Iman'과 함께 동물들이 읽을 책을 쓰기 시작했었지. 하지만 우리는 곧 불화에 휩싸였고, 결국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 2)
젊은 사자가 집중해서 듣고 있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선대 사자는 신이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때 우리는 동물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적힌 요가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그 책을 보기 위해 인간 세계의 도서관을 찾아간 무(Moo)와 꼬꼬닭(Cocodak)은 결국 인간의 밥상에 오르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 3)
그 말을 하며, 선대 사자의 눈에 회한의 눈물이 맺혔다. 잃어버린 동료들의 모습이 떠오른 듯했다.
“멜렉… 잘 들어. 무는 끝내 구하지 못했지만, 나는 오랜 통찰 끝에 동물들 사이의 다툼을 멈출 수 있는 단 하나의 자세가 무엇인지 깨달았단다.”
선대사자가 궁극의 자세를 알고 있다는 말에 사자가 놀라서 물었다.
“할아버지가 알아냈다는 그 자세,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공부한 동물들이 다투는 이유는 결국 하나야.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기 때문이지. 자신만을 생각하면 사고도 몸도 굳어가게 되어있어...”
"할아버지, 앞부분 설명은 빼고 그냥 결론부터 말해주세요!"
젊은 사자가 급한 마음에 선대 사자를 다그치자, 선대 사자가 말했다.
"완벽하지는 아니지만, 지금 시대에 그 자세를 가장 비슷하게 해낸 동물이 있었단다."
“그게 누군데요!”
“그 동물은 바로 세크메트(Sekhmet). 너의 엄마야.”
“어머니요?”
“그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이 나더냐?”
젊은 사자는 기억을 되짚어 보려 했지만,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너무 어린 시절이었기에 어렴풋한 장면만 떠올랐다. 그것은 어머니가 자신을 품에 안고 앉아 책 같은 걸 읽어주던 희미한 기억이었다.
“기억이 잘 안 나요. 도대체 어떤 자세를 어머니가 하고 있었던 거죠.”
“그 자세는 말이다…”
선대 사자가 마침내 궁극의 자세에 대해 입을 열려는 찰나, 젊은 사자는 옆구리를 무언가로 찌르는 불쾌한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람쥐가 막대기로 옆구리를 찌르고 있었고, 기린과 흑표범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을 깨운 다람쥐를 본 젊은 사자는 분노에 치밀어 앞발을 번쩍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목과 허리에서 퍼져 나오는 저릿한 통증에 결국 들려고 했던 앞발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1) 선대사자가 말하는 "거인의 척추"는 사람들이 "마그레브의 척추" (Spine of the Maghreb)라고 부르는 아틀라스 산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마그레브는 북서 아프리카(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포함한 지역을 지칭하며, 아틀라스산맥은 이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 산맥이다.
2) 로마시대의 동물팀은 역대급으로 똑똑했다. <부록: 고대 동물들의 드림팀>을 참고하자.
3) 무(Moo)와 꼬꼬닭(Cocodak)은 지금은 소실되었지만, 로마 시대 당시 가장 큰 도서관이라고 알려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직접 찾아 내려갔다. 그곳에 들어가 정신없이 책을 읽던 무와 꼬꼬닭은 그들을 발견한 인간들에게 잡혀가 가축이 되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