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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Sep 03. 2024

Chapter 1-1  동물 전용 GPT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어떤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나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질문했다."

- 파블로 피카소 -






사자는 까마귀, 앵무새, 코끼리, 그리고 돼지 등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동물들과 사자가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동물들은 시험지에 적힌 4지 선다형 문제들을 풀고 있었고, 모두들 시험에 집중하는지 고요한 적막 속에서 또각또각 문제 푸는 연필 소리만 들렸다. 


“종료 오 분 전!”


시험의 끝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주는 안내가 들리자, 마음이 다급해진 사자는 다 풀지 못해 넘어갔던 문제들을 되짚어가며 답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문제들을 둘러보면서 어떤 문제들은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제대로 풀어 볼 수 있었겠다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도 촉박한 지금으로서는 되는 대로 답을 적었다. 그리고 그렇게 드디어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자 사자는 연필을 내려놓고 두 앞발을 머리 위로 올렸다. 사자는 시험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사자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고, 갈기도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 시험을 본 동물들이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찜찜했지만, 생각해보면 거의 백지를 냈던 저번 시험 때와 비교하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확신을 가지고 답을 쓰기에는 아리송한 문제가 여전히 많기는 했지만,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전에 봤던 시험보다 익숙한 문제들이 보였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었다. 


이번 시험의 감독관인 고릴라는 한 손으로 시험지를 걷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바닥을 짚으며 교실을 한 바퀴 돌아 교탁 앞에 서서 한동안을 채점하더니 바로 점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앵무새 4점, 까마귀 4점, 돌고래 8점, 코끼리 8점... 이번 시험 1등은 세 문제를 맞혀 12점을 받은 사자야.”

고릴라의 발표에 사자가 앞발을 불끈 쥐며 소심하게 세리머니를 하자 고릴라가 이어서 말했다.


“수고들 했는데, 참고로 만점은 100점이고 호모 사피엔스는 같은 내용으로 만점을 맞았어. 그리고 

인생팁을 하나 주자면 다음부터는 답을 4지 선다중 하나로 통일해서 찍어봐. 너희도 언젠가는 25점을 맞을 수 있어.”


“사자 대단해. 역시 넌 동물의 왕이야.”


옆에 앉아있던 앵무새가 사자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으나, 사자의 표정은 떨떠름하게 변해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일등을 했다는 발표에 신이 났었는데, 인간들과의 점수 격차를 알고 나니 왠지 허탈해졌다. 


“즐기면서 공부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인간들보다 공부를 덜 좋아하는 걸까? 나는 분명 공부가 좋아 죽겠는데...”

풀이 죽어가는 사자의 혼잣말을 들은 앵무새가 말했다. 


“아무래도 많은 지식이 인간의 언어로 쓰여 있으니까 우리가 확실히 불리하지. 그리고 고릴라는 유인원이니까 인간이 점수가 높다고 추켜세우면서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려는 것일 거야. 아무튼 10점을 넘겼다는 건 우리 세계에서는 천재라는 인증이니까 기운내.”


앵무새의 말에 왠지 더 짜증이 난다고 생각하던 사자는 무엇인가가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있다고 느꼈다. 


누군가 뾰족한 것으로 자신을 찌르는 거슬리는 느낌에 사자가 놀라 정신을 차리니, 옆에 다람쥐가 사자를 깨우기 위해 막대기로 옆구리를 열심히 찌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사자는 동물들이 모여 시험을 본 것도, 시험에서 자신이 10점을 넘겨 1등을 한 것도 모두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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